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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박해준의 질문에 강이한은 침묵했다.

그 순간에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는 친척이 없어. 고아야.”

그들이 결혼한 뒤로 그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가족 같은 남편을 그녀가 버린 것이다.

그를 떠나면 그녀의 세상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알아,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지? 조부모도 그 충격으로 아무런 유언도 못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하지만 조부모 외에 다른 친척이 있을 수도 있잖아.”

강이한이 말했다.

“친척이었으면 나한테 얘기했겠지.”

이 일이 있기 전에 그들은 서로에게 숨기는 비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왔다. 대체 언제부터 서로가 마음을 닫아버린 걸까?

“그건 아무도 몰라.”

배준석이 말했다.

그는 유영이 강이한 같은 남편을 두고 아빠뻘 되는 남자랑 바람이 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강이한도 그의 말을 듣고 조금씩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유영은 가족들이 그녀가 어릴 때 다 돌아가셨다고 말했지만 방계 친척에 대해서는 말을 꺼낸 적 없었다.

만약 그 남자가 유영의 먼 친척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에 다시 희망이 샘솟았다. 정국진이 그녀의 먼 친척이라면 그녀는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쓴 술을 삼켰다.

그의 앞에는 이미 비워진 술병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그날 밤, 유영을 제외하고 모두가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한지음은 병원에 돌아오자마자 진영숙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네 처지는 나도 안 됐다고 생각하지만 내 아들은 건드리지 마. 자꾸 주제도 모르고 선을 넘으면 지옥이 뭔지 맛보게 해줄 거야.”

강요이자 협박이었다.

진영숙은 오늘 한지음이 연회에 나타났기에 유영이 연회장에서 그 난리를 부렸다고 생각했다.

그 소란으로 세강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며느리도 싫지만 한지음을 더 혐오했다.

“사모님, 저랑 태한 씨는….”

“닥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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