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은 마음속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세윤 오빠,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프라이빗 파티. 여자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해서 네가 좀 대신해 줘야겠어.”“뭐라고요?”강연은 불만인 듯 입을 삐죽거렸다.“오빠가 알고 지내는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모를 줄 알고요? 그런 자리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아니야. 네가 찰떡인 자리야.”세윤이 강연을 달래듯 말했다.“그리고 너랑 전서안의 사업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지.”“네?”강연은 바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우리가 강씨 가사람이라는 걸 모를 거야.”세윤이 말을 이었다.“연예계 생활이 꽤 마음에 들어 보여서 내가 너한테 투자를 해볼까 해.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한다면 내가 앞으로 너와 전서안을 더 잘 돌볼 수 있지 않겠어?”전서안이라는 이름을 말할 때 세윤은 조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세윤의 실험실 연구를 알아냈다는 건 세윤의 가장 큰 비밀을 알아낸 것과 다름이 없었다.하지만 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세윤이 이대로 물러설 사람인가?그래서 세윤은 최근 며칠 동안 연예계 큰 손을 불러 모아 투자를 준비하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강연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서안이 반드시 개입할 게 뻔했다.그러면 앞으로 서안을 손에 쥐고 흔드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세윤은 이런 생각을 하며 자꾸 히죽히죽 웃어댔다.“오빠 그만 좀 웃어요.”강연이 어이없다는 듯 세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보기 너무 흉해요.”그 말에 세윤이 바로 입꼬리를 내렸다.‘많이 흉한가? 영화에서 악역들이 제 뜻대로 되었을 땐 다 이렇게 웃지 않았던가?’마세라티가 거리를 질주했다. 둘은 드레스숍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후 어느 호텔로 향했다.연회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고급 샹들리에 아래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오갔다.힐긋 보아도 여러 유명 인사들이 보였으며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범상
사람들이 경악했던 건 수많은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 중 강연의 옷차림이 가장 수수하고 간단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간단한 옷차림과는 달리 강연의 미모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강연의 옆에 세윤이 서있는다고 해도 절대 가려지는 미모가 아니었다.연예계 선배들은 강연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정말 하느님이 배우 하라고 만든 얼굴이네. 태어나길 배우 하려고 태어났어.”세윤은 사람들의 반응이 퍽 마음에 들었다.‘내 동생 강연은 등장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할 미모라고.’사실 세윤은 강연을 위해 Queen 브랜드의 최신 한정판을 미리 준비해 뒀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퍽 어울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연은 그 옷을 입지 않겠다고 했다. 아주 간단하고 평범해 보이는 원피스를 고르자 세윤은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하지만 현재, 세윤은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강연과 나란히 사람들 무리로 걸어갔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비즈니스 제안을 해왔다.강연이 이런 자리를 싫어한다고 해서 비즈니스를 어설프게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강씨 가문 아이들에게 있어 연회장 비즈니스는 거의 식은 죽 먹기였다.옅은 미소의 강연은 세윤의 뒤로 착 붙어 다녔고, 세윤의 기를 팍팍 살려주었다.“강 대표는 정말 나이가 어리지만 안목이 대단하세요.”투자자가 세윤에게 샴페인을 권하다가 저도 모르게 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이번에 키우고 있는 배우인가요? 어떻게 호칭을 하면 좋을까요? 지금 저한테 아주 좋은 배역이 있는데 추천해 줄 수 있어요.”세윤은 샴페잔을 여유롭게 흔들며 그 무리를 향해 말했다.“호칭이라... 우리집 보물인데 어떻게 호칭하는 게 좋을까요?”그 말에 투자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업계 사람들중 눈치가 무딘 사람이 어디 있으며 이게 세윤의 경고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하하하. 그렇군요! 앞으로 좋은 배역이 있으면 가장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선택해 주세요.”투자자는 빠르게 강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세윤과의
“요즘 인기 검색어 주인공인 그 신인 배우 맞죠?”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짙은 메이크업을 한 여배우가 걸어왔다.와인잔을 든 여배우는 주스를 들고 있는 강연을 비웃듯 말했다.“아마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잘 모르나 본데 겨우 주스는 도련님 체면을 깎는다는 걸 모르나요?”“네?”강연이 어리둥절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왜 오빠가 이미 경고를 해뒀는데도 이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 꼬이는 거야?’강연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주스를 한 모금 마셨고 덤덤하게 여배우를 무시했다.강연이 저를 무시하자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한 여배우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벙어리야 뭐야? 연예계 군기 몰라? 선배를 존중하는 건 기본인거 모르냐고?”강연이 편안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선배요? 선배님이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건지?”그 말에 조금 마음이 풀린 여배우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너랑 전서안 씨 사이가 꽤 가깝다며? 심지어 촬영장에서 질투도 하고 그랬다던데. 넌 그냥 전서안 씨를 물주로 보는 거 아니야?”“물주요?”강연은 웃음이 터졌다.“그래서요?”“강세윤 씨 연락처 좀 줘. 아니면 강세윤 씨 소개해 줘.”여배우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아니면 너랑 전서안 씨 일 다 떠벌리고 다닐 거야. 네가 강세윤 씨 몰래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다 까발릴 거라고!”연예계는 스폰서 관계가 있었고,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스폰서를 한 명만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이 자리는 강씨 가문 도련님인 세윤과 함께했고, 세윤은 전서안과의 일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강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래요.”눈꼬리를 예쁘게 접은 강연이 말을 이었다.“제가 소개해 드리긴 어렵고요, 연락처를 드릴 테니 직접 연락해 보시는 게 어때요?”그 말에 여배우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핸드폰을 척 내민 여배우는 강연이 세윤의 연락처를 입력하기를 기다렸다.강연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저건... 도하경이랑 원정희?’‘드라마 “그 시절, 우리는”의 배우였던 두 사람이 나란히 연회장에 나타났다.두 사람이 연회장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다정하게 무언가 상의하고 있는 모습이 퍽 수상쩍었다.강연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읽는 편이었고 두 사람의 주변으로 원한과 불만이 가득한게 느껴졌다.두 사람의 어두운 표정과 언뜻 보이는 매서운 모습에 강연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점점 불안해졌다.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서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두 사람과 서안도 웬만한 악연이 아니었다.세윤이 옆에 있으니 강연 본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나 서안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핸드폰은 한참이나 울렸으나 받는 사람이 없었다.강연은 더 초조해진 마음으로 김성재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전화가 통했다.“강연 씨, 저희는 지금 호텔 연회장으로 가고 있어요. 아마 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도련님은 지금 다른 업무를 보고 계셔서 통화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20분 뒤에 이곳으로 온다고요?”강연은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왜 갑자기 이곳으로 온다는 거예요?”강연이 세윤과 파티에 참석하게 되자 서안에게 미리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때의 서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자신은 다른 볼일이 있어 참석은 힘들 것 같다고 했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지?’김성재는 별다른 해석 대신 간단하게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도련님이 강연 씨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하셔서요. 안전에 조심하시고 세윤 도련님 옆에 꼭 붙어계세요.”“네, 그럼 기다릴게요.”강연은 통화를 종료하고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다른 한편, 김성재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뒷좌석의 서안을 향해 말했다.“도련님, 강연 씨에게 말을 전했고 저희가 보낸 사람들도 이미 호텔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거예요.”“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아니라 보장해야죠.”서안은 차갑게 한마디를 했다.서안의 시선은 노트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
“그 사람”은 전서안과 전서훈의 부모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서안을 지금까지 지옥에서 지내게 했다.서안의 병은 그 사건에서 받은 충격과 큰 영향이 있었다.그래서 전서훈은 빠르게 서안을 되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그러나 서안이 이런 명령에 따를 위인인가?김성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전화 넘기세요. 제가 직접 말할게요.”그러자 김성재와 운전기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는 둘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고 다행히 전 대표가 직접 말을 꺼내겠다고 했다.“도련님, 전 대표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김성재가 공손히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켜요. 이 일은 상관하지 말라고 전하세요.”서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차 안의 어두운 조명이 서안의 얼굴을 비추고 눈가는 불빛에 불그스레해졌다.“전서안!”전서훈은 그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말했다.“당장 돌아가! 내 말 들어!”서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입을 열기도 전에 차량이 크게 휘청였다.김성재 손에 쥐어있던 핸드폰은 뒷좌석으로 날아가 통화가 그만 종료되었다.서안 무릎 위의 노트북도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도련님, 저희 포위된 것 같습니다.”기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총 다섯 대의 차량입니다.”“속도를 높여서 따돌리세요.”서안이 차갑게 명령하자 기사는 빠르게 속도를 높였고 검은색 메르세데스가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뒤를 바짝 쫓는 차 한 대, 좌우 양켠으로 두 대, 그리고 앞길을 막아서는 차량 두 대가 있었다.메르세데스는 앞뒤 재지 않고 앞쪽 두 대의 차량을 들이박았다.그와 동시에 서안과 김성재는 좌석 아래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왼쪽 차량에도 총을 소지한 사람이 공격하고 있었는데 서안은 빠르게 몸을 숨기고 창문을 내려 총알을 발사했다.그러자 창밖으로 공격하던 사람이 바로 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김성재는 오른쪽 차량의 기사를 공격했는데 기사가 몸을 숨기자, 차량은 빠르
“너...”전서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전서안이 말을 잘랐다.“내가 직접 그 사람을 잡을 거예요. 그리고...”“피와 살을 분리할 겁니다.”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가장 섬뜩한 말을 하는 서안이었다.서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서안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마음 놓고 실컷 해봐.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네.”서안은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짤막하게 대답했다.통화가 종료되고, 차량은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다른 한편, 호텔 연회장에서.서안과의 통화를 마친 강연이 고개를 들자, 방금까지 서있던 원정희와 도하경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강연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에 쥔 주스를 내려두고 둘을 찾으러 그곳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정문으로 나갔다면 방금 강연이 있었던 곳을 지나쳐야 했는데 그곳에 종적이 없다는 건 이 작은 문으로 나갔다는 것을 의미했다.‘각자 이익을 위해 만나는 장소인 이곳에서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왜 작은 문으로 향했을까?’강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이어 작은 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강연을 막아섰다.“예쁜이, 어디 가요?”잘생긴 외모는 아니었으나 날티가 나는 행색을 보아하니 배우보다는 투자자거나 촬영팀 사람 같아 보였다.어딘가 정신이 흐리멍덩해 보였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붙이지 못하는 강연에게 대시를 하는 것 같았다.강연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미소를 지었다.“저기 제 두 친구가 술에 취해서 여기로 들어간 것 같은데 혹시 저 대신 들어가서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강연의 말투는 애교 같기도 했다.그 남자는 바로 어깨가 으쓱해졌고 간이고 쓸개고 모두 떼어줄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죠! 제가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술잔을 들고 몸을 휘청이는 모습에 강연은 행여나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저를 부축하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 일은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안위를 모른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세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낸 강연은 계속해서 그곳의 상황을 지켜보았다.행여나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정원과의 거리가 꽤 있었으므로 강연은 자신 역시 충분히 도망쳐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연예계 큰손들이 모인 이곳에서 누가 감히 만천하에 드러날 나쁜 짓을 하지 못할 거야.’강연의 예상대로 술에 취한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경호원 한 사람이 남자를 부축해 연회장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강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치맛자락을 들고 난간을 손쉽게 뛰어넘었다.그리고 큼지막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경호원은 술취한 남자를 부축해 점점 강연이 몸을 숨긴 곳으로 걸어왔다.“그 여자가... 나더러 친구를 찾아달라고...”“엄청 예쁘던데... 천사 같았어.”경호원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그 여자를 데리고 오세요. 그러면 저희 대표님이 선물로 그 여자애를 드릴게요.”“헤헤헤, 좋아.”술취한 남자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데리고 와서 자는 거야.”몸을 숨기고 있던 강연은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남자를 돌려보낸 이유는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강연은 되돌아가는 것도,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것도 모두 너무 위험해졌다. 세윤이 빨리 자신을 찾아내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강연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후회가 되었다. 고작 옅은 수로 이곳까지 들어왔는데 심지어 저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었다.강연이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채로 정자를 훔쳐보는데 원정희와 도하경 외에 또 한 사람이 있는 게 보였다.실루엣을 보아하니 남자인 것 같았다.강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결국 큰마음을 먹었다.‘여기까지 온 이상 대체 누가 우리를 왜 노리는지 알아야겠어.’강연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화면을 계속 확대했다.흐릿하던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졌다.정자 안에는 확실히 세 사람이 서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름을 부른다고 바로 나올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혹시 떠보는 것일 수도 있으니 강연은 잠자코 그 자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강연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길 공간은 넉넉했다.그리고 그 사이 구조 시간을 벌 수도 있었다.전서안은 거의 와가고 있고 세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강연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설사 두 사람이 제때 자신을 구하러 오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신분과 두뇌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저 사람은 내가 강씨 가문 막내 아가씨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거야. 아무리 대단한 혈통의 사람이라고 해도 그럴 수는 없어.’그리고 방금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저 사람은 내가 아닌 전서안을 노리고 온 거야.’며칠 전 세윤과 수아를 통해 전씨 가문에 큰 사고가 일어나 둘째 아들이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눈앞의 사람이 그 둘째 아들이 아니라더라도 전씨 가문과 필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옆선이 서안과 거의 80% 일치했다.“아가씨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직접 나오지 않으신다면 저희가 내려갈 수밖에 없어요.”경호원이 말했다.강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해 거의 나무와 혼연일체를 했다.이런 말로 강연을 떠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경호원은 정자 근처의 경호원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경호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간을 넘어선 경호원들은 구역을 나누어 수색했다.강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호흡이 가빠지고 땀으로 드레스를 적셨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강연은 침착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진정시켰다.정원은 큰 편이 아니었고 강연이 몸을 숨긴 곳은 정자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으며, 전문 교육을 받은 경호원들이 강연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분노에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