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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작가: 빛나라

제1화

"늦었으니 그만 쉬자."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

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

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

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

"저… 저도 씻고 올게요."

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

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

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난장판 속에서 시집온 것이다.

예쁜 웨딩카가 그녀를 데리러 오지도 않았고, 그녀는 한참을 걸어 그 볼품없는 차에 올라타서 얼마 만에 마을에 도착했는지 모른다. 진흙투성이의 오솔길은 그녀의 신발과 웨딩드레스를 더럽혔다.

노인들은 이런 날씨에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서연의 행복 따위를 마음에 두지 않은 지 오래다.

그녀는 머리를 닦으며 화장실로부터 나왔다.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 담배를 정말 오래도 피웠다.

그녀는 자신이 머무를 이 낡은 기와집을 쭉 훑어보았다. 어떤 곳은 아직도 비가 새고 있었다. 비록 좀 허물어지긴 했지만, 잘 치우면 괜찮을 법한 집이었다. 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며 남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 방을 안쪽에서 바깥까지 한번 간단히 정리했다.

그녀가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 찰나, 남자가 문밖으로부터 들어섰다.

강서연이 고개를 돌려보자 그녀의 행동에, 몸에 두르고 있던 타월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자신을 감싸 안았지만...

그 눈부신 몸매는 이미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허둥지둥 이불로 자기 몸을 가린 강서연의 얼굴은 붉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침을 삼키더니 눈빛이 더욱 깊고 복잡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늦었으니 우리 인제 그만 자."

그는 우리라는 두 단어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강서연은 가슴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힘을 느꼈고, 그 힘에 따라 남자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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