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Author: 뚜리

제1화 꽃향기

S 시티, 청계 마을.

야심한 밤.

대낮의 소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마을에도 안정과 평화가 찾아왔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마을에서 강윤아는 침대에 누워 한동안 엎치락뒤치락하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밤, 그녀는 이 좁은 방에서 낯선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건••••••

마침 요즘이 여행 성수기이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십 여 개의 마을은 이미 먼저 다른 관광객들로 예약이 꽉 차있었다. 그녀가 오늘 이 마을로 도착했을 때는 마지막 방 한 개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지막 방조차 그녀보다 한발 앞서 온 여행객이 차지해 버렸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라 다른 숙소를 구하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마침 숙소 주인이 조금 전 그녀보다 한발 앞서 온 여행객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강윤아는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서야 조금 전 상대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슬금슬금 머리를 내밀었다.

‘남자면 어떡하지? 혹시 나쁜 마음을 품고 몹쓸 짓을 하기라도 하면••••••.’

아무리 두꺼운 커튼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근본적인 걱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강윤아가 한창 머릿속으로 온갖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 사람이 옷을 벗는 것 같았다.

강윤아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더욱 긴장한 채 두 손으로 이불 자락을 꽉 잡고 두 눈을 부릅떴다. 곧장 그 사람이 들이닥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강윤아의 괜한 걱정이었던 것일까? 옆 사람은 옷을 갈아입은 후, 불을 끈 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균형적인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강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했는지 아니면 일시의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이내 졸음이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비몽사몽하던 와중에 갑자기 어딘가에서 기이한 향기가 풍겨왔다.

꽃향기 같기도 하고 백단향 같기도 하고, 이상한 나무향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코를 찌르는 거북한 향은 아니었지만 마치 어두운 밤의 얕은 안개처럼 몽롱함과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강윤아는 처음에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잠결에 이 향기를 맡으니 더욱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체온은 눈에 띄게 상승했고, 온 몸이 마치 불에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더워. 너무 더워.”

강윤아는 흠칫했다. 그녀는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번쩍 두 눈을 떴다.

이 향기•••••• 왠지 어디서 맡아본, 익숙한 향이었다.

오전에 그녀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 향기에 관해 떠도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었다.

듣자 하니, 전통 마을에는 한밤중에 피는 꽃이 있다고 했다. 그 꽃이 한 번 꽃을 피울때마다 한 쌍의 남녀는 평생을 약속해야만 했다.

그 꽃은 아름답고 영원한 사랑의 증표이기 때문에 마을의 사람들은 그 꽃을 영원의 꽃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그 꽃 향기는 너무 특이한 나머지 향기만 맡아도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낮에 그 소문을 접한 강윤아는 그럴 리가 없다고 그냥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소문을 완전히 맹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완전히 상실되고, 온몸이 나른하고, 체온이 점점 높아지며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무엇인가를 채워야 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옆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방과 방 사이를 막은 커튼이 젖히고, 검은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당황한 강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머리가 핑하고 어지러워 몸을 일으킬래야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때, 남자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겨 강윤아에게로 다가왔다.

그 남자는 한 손으로 침대를 부축한 채 서 있었는데 숨소리가 거친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호흡 곤난이 온 것 같았다.

강윤아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 남자도 그 꽃향기를 맡아서 의식이 제대로 없는 건가?’

바로 그때, 마치 강윤아의 추측을 증명하기라도 한 듯, 그 남자는 알 수없는 잠꼬대를 하며 강윤아를 덮쳐버렸다.

“싫어.”

강윤아는 이성을 바로잡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그 남자는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이 사냥감을 발견한 것처럼 강윤아의 입술을 훔쳤다.

예고도 없이 휘몰아친 폭풍우 때문에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이성을 잃게 된 그녀는 그저 본능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밤새도록 강윤아는 마치 자신이 구름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밤은 점점 깊어갔다. 우르릉거리는 굉음이 밖에서 울려 퍼졌다.

헬리콥터 한 대가 깊은 밤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 헬리콥터는 거대한 프로펠러로 거센 바람을 형성했다.

강윤아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때, 그녀 옆에 누워 있던 남자가 두 눈을 번쩍 뜨고 깨어났다.

그는 마치 조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 기억을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그저 말없이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강윤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비틀거리며 마을을 떠나 그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