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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작가: 나설희

제1화

행실이 좋지 않아 평판이 나쁜 장안시(市) ‘왕년’ 최고 미녀의 약혼식.

소식이 퍼지자, 상류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여자 화장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소이연은 프랑스식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남자친구 문서인과의 3년 연애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모두가 뒤에서 그녀를 조롱하고 욕하지만 3년 동안 그녀 곁을 지친 남자친구 문서인은 여전히 소이연을 사랑한다.

소이연은 기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턱을 살짝 치켜들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내 문틈으로 가느다란 연기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끊임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화재인가?’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바로 코를 막고 나갔다. 시끌벅적했던 연회장은 연기만 가득 찬 채 텅 비어 있었고, 불길은 모든 것을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기억을 더듬어 출구 쪽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불빛 속에서 짙은 연기가 몰아쳤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바로 이때.

한 남자가 갑자기 밖에서 뛰어 들어왔는데, 그녀의 약혼자 문서인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마치 구원자를 보는 것 같았다.

"문서인, 나 여기 있어...... 헉, 헉......"

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초조한 얼굴로 사방을 뒤졌고, 마치 목표를 찾은 것처럼 주저하지 않고 소이연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위급한 상황.

문서인은 홀 중간에 주저 앉아있는 여자를 안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갔다.

"서인 오빠, 날 구하러 올 줄 알았어......"

소이연은 그 여자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두려움에 가득 차 떨리는 목소리.

"너무 무서워......"

그 순간.

소이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바늘에 콕콕 찔리듯 마음이 쑤셔왔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그녀의 의붓여동생인 소나은의 목소리였다.

문서인이 목숨을 걸고 구하고 싶은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

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이 올라오지 않아 질식할 것 같았다. 연기를 마시는 것 보다 백 배 아니 수천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말문을 잃었다.

이때, 천장의 샹들리에가 갑자기 떨어졌다!

"쾅" 소리와 함께 하필이면 소이연 앞에 떨어져 탈출구를 그대로 가로막았다.

소이연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문서인은 인기척에 뒤돌아보았다. 그는 분명 넘어진 소이연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소이연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문서인은 소나은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달려 나갔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는 문서인이 자신의 품에 안긴 소나은을 향해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있잖아......”

소이연은 눈동자를 살며시 움직였다. 주위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마음은 극도로 차가웠다.

그녀는 빤히, 그 낯익은 그림자가 점점 자기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

다행히도 소이연은 목숨을 건졌다.

절망의 순간, 제때 도착한 소방관이 그녀를 구해냈다.

하지만 연기를 많이 마셨고 오른쪽 다리도 다쳐, 구해냈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깨어나니, 벌써 다음 날 오전이었다.

장안시의 초여름 날씨는 무척 좋았다. 바람은 산들산들 불었고, 한 줄기 햇살은 병상의 창백하고 허약해 보이는 그녀의 풍성하고 갸름한 속눈썹에 떨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창밖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침묵은 마치 아직 혼수상태에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순간,

병실 문이 사람들에 의해 열렸다.

소이연은 눈동자를 돌려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 소승영, 그녀의 계모 양화랑, 그리고 그녀의 의붓여동생 소나은이 병실에 나타났다.

"언니, 괜찮아?"

소나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이연의 머릿속에는 온통 문서인이 소나은을 안고 도망치는 장면 뿐이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다른 곳을 보았다.

"넌 여전히 교양이 없구나! 네 동생이 널 걱정하는 거 못 들었어?!"

소승영은 소이연의 태도를 보고 노발대발했다.

소이연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니 양화랑은 다급하게 말했다.

"이연이 아직 애잖아요. 하물며 오늘 중요한 일도 있었는데."

소승영은 소이연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문서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은이라는 거 너도 잘 알았겠지? 마침 이번 약혼식도 무산됐으니, 네가 문서인과 직접 파혼해라."

소이연은 웃었다.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왜죠?"

소이연은 소승영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무척 좋아해. 네가 미혼모가 되는 바람에 가문과 내 얼굴에 얼마나 먹칠을 했는데! 소이연, 너 정말 문씨 가문에서 너같이 더러운 여자를 들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눈치가 있어야지."

소승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

열여덟 살 때, 그녀는 소나은에게 속아 술집에 가서 약을 먹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낯선 남자와 한 침대에 있었다. 소이연은 두려움에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도망쳤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5개월이 지난 뒤였다. 고통을 참고 몰래 유산하러 갔지만 소나은이 기자를 찾아 기사를 뿌렸다. 순식간에, 그녀는 장안시 최대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녀는 건강상의 이유로 유산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아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더 최악인 것은 아이의 존재를 어렵게 인정했는데 죽은 아이를 낳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가장 고통스럽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소승영은 그녀를 가차 없이 외국으로 보내 7년 동안 단 한 번의 관심도 주지 않고 그녀를 그곳에 내버려 두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그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소중한 딸 소나은을 위해 문서인을 양보하라고 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매정해야 아버지가 자기 딸에게 이렇게 악랄하게 상처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외도는 정말 유전이 맞네요."

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

"가문의 명성을 더럽혔다고요? 소씨 가문에 명성이 있기나 해요? 우리 어머니의 시체가 채 식기도 전에 다른 여자를 집에 들였잖아요. 더 웃긴 건, 그 내연녀가 낳은 딸이 나보다 겨우 6개월 어리다는 거예요. 더러운 걸로 치면 장안시에서 당신이 일등이에요!"

"소이연......"

소승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나은과 양화랑은 소이연의 말에 받아칠 수 없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이연은 이런 사람들과 더는 가족이고 싶지 않았다.

"결혼 얘기는 문서인이 직접 나한테 말하라고 하세요. 아버지가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당신들,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어차피 소란 피워도 난 창피한 거 없어, 안 그래?"

소승영은 소이연이 그녀의 어머니와 같이 담담한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건드렸다가는 뼛속부터 타고난 강세와 패기로 인해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소이연, 널 다시 해외로 보내게 만들지 마라."

소승영은 한마디 던지고는 손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소나은과 양화랑은 그 뒤를 다급히 따라나섰다.

소이연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소승영 당신, 아직도 내가 7년 전의 소이연이라고 생각해? 당신이 감히 날 좌지우지 하려고 들어?

소이연은 절대 누구도 그녀의 인생을 짓밟지 못하게 할 것이라 다짐했다.

"엄마?"

맑고 부드러운 아이 목소리에 소이연은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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