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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조은서는 차 문을 꼭 잡았다가 천천히 손을 풀었다.

차 내부의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출장을 다녀왔다가 또 본가에도 다녀온 유선우는 많이 피곤했다. 그는 한 손을 핸들 위에 놓고 다른 한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언제까지 삐져있을 건데.”

그러니까 여태껏 이 남자는, 이 모든 걸 조은서의 철딱서니 없는 화풀이로만 여겼던 거다.

조은서의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났다. 곧게 앉아 앞만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선우 씨, 나는 진심이에요. 당신과 살고 싶지 않아요.”

유선우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유선우의 얼굴은 확실히 잘생겼다. 그의 선명한 이목구비는 한때 조은서도 홀렸었다. 하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그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유선우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한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었다.

“내려.”

그리고 찰칵 소리와 함께 차 문이 다시 열렸다.

조은서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서 별장 현관으로 갔다. 달빛 아래서 조은서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었다. 마치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같았다.

진유진은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차에서 내려 침실로 올라갔다.

그들의 싸움은 흐지부지 끝났다.

그날 밤, 조은서는 객실에서 잤다. 유선우도 짜증이 나서 그녀를 달래지 않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잘 때 옆에 사람이 없으니 조금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의 유선우는 아무리 차갑게 조은서를 대해도 조은서는 그의 뒤에서 유선우를 안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이 되자 밝은 빛이 침실에 쏟아졌다.

유선우는 눈부셔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덕에 잠이 깨버렸다.

아래에서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고용인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였는데 평소 조은서도 고용인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했다. 유선우의 아침도 조은서가 직접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에 기분이 약간 좋아진 유선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조은서의 캐리어가 사라졌다.

옷장을 열어보니 확실히 자주 입는 옷들이 사라졌다.

그녀의 옷장을 묵묵히 보던 그는 옷장의 문을 닫고 평소처럼 정장을 입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세수를 한 후 시계를 차면서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고용인에게 물었다.

“내 아내는?”

고용인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아침 일찍 캐리어를 들고 나가셨습니다. 운전기사도 부르지 않았어요.”

“하, 잘났네.”

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그가 자주 먹는 블랙커피에 오트밀 토스트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한 신문지에 집중되었다.

온 세상이 유선우와 백아현의 스캔들이었다. 제목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 잠시 신문을 보던 유선우는 옆의 고용인에게 물었다.

“떠나기 전에 신문을 본 건가?”

고용인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아침 식사를 하시지 않고 떠나셨습니다.”

유선우는 고개를 들어 고용인을 보더니 옆의 핸드폰을 들어 진 비서에게 전화했다.

“신문에 뜬 그것들, 알아서 처리해.”

진 비서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유선우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유선우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은서가 반지를 어디에 팔았는지 알아 와. 오후 네 시 전까지 반지를 가져와.”

전화기 너머의 진 비서가 살짝 굳었다.

하지만 이내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결혼반지를 파셨을 리가 없어요!”

유선우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렸다. 신문을 보고 나니 입맛이 떨어져 버렸다.

...

조은서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심정희는 국을 끓여서 병원으로 가져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조은서를 본 심정희는 불안했다.

캐리어를 가리키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 남자들도 가끔은 나돌아다닐 수 있지. 그 백아현이라는 애는 그렇게 불쌍하게 생겨서 다리까지 절잖아. 내가 알아봤는데 이혼까지 했대. 그런 여자는 절대 네 자리를 넘보지 못해.”

“제가 선우 씨의 마음속에 있을 자리가 있어요?”

조은서는 자신을 비웃으며 국을 포장했다.

“이따가 아빠를 만나 뵈러 병원에 갈 거예요.”

심정희는 그런 조은서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행주로 손을 닦으며 화를 냈다.

“네 아빠가 네가 이혼하겠다는 걸 들으면 바로 뒷목 잡고 쓰러지실 거야! 조은서,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네가 선우랑 살지 못하겠다고는 했지만 이혼하면 뭐,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조씨 가문이 이 지경인데 어떻게 살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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