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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Author: 나리

제1화 출장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

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

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설명해봐.”

“지안아...”

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

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

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심연아가 펑펑 울며 말했다.

“지안아, 미안해. 나 우석이를 너무 사랑해. 이건 다 내 잘못이야. 저 사람을 원망하진 말아줘.”

“바보 같은 말 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니야... 난 오래전부터 이미 헤어지고 싶었어. 단지 지안이가 너무 바빠서 얘기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

강우석이 심연아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나와 연아는 약혼하기로 약속했어. 그러니까 우린 헤어지자.”

“짝!”

심지안이 온 힘을 다해 그의 뺨을 내리쳤다. 때리고 나니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말이다.

강우석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

“너 미쳤어?”

“그래. 내가 미쳤으니까 너 같은 인간을 받아들였겠지!”

심지안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도록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얼굴엔 환한 미소를 띠며 차가운 눈으로 심연아를 쏘아보았다.

“사과할 필요 없어. 저놈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게 해줘서 오히려 고마운걸. 그렇게 갖고 싶으면 언니가 주워가.”

심연아의 눈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라도 된 듯 상처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안아,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 네가 얼마나 괴로운지 나도 알아.”

심지안이 피식 웃으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의 남자친구와 잔 기분 어땠어? 자극적이었어? 흥분돼서 미치겠어? 진짜 엄마나 딸이나 더럽게 행동하는 건 똑같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똑같고!”

그녀는 그 엿 같은 두 사람과 더는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 강우석에게 주려고 사 온 선물을 쓰레기통에 내던지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친구 진유진의 집으로 향했다.

심지안의 어두운 안색을 본 진유진이 물었다.

“우석 씨와 싸웠어?”

“싸운 게 아니라 차였어.”

조금 전 일만 생각하면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진유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강우석은 오랫동안 일편단심으로 심지안만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구애한 끝에 드디어 그녀를 쟁취했다. 헤어진다고 해도 심지안이 먼저 말을 꺼내야 맞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심지안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진유진은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설마 강우석이 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심연아를 더 예뻐하는 것 때문에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유진은 똑똑히 알고 있다. 심연아가 은옥매를 등에 업고 심 회장에게 얼마나 아부하는지를 말이다. 하여 심씨 가문에선 회사의 요직을 심연아에게 맡겼고 반면 가장 힘든 일들은 심지안의 몫이 되어버렸다. 이번 3개월이나 되는 고강도 해외 출장을 포함해서 말이다.

심지안은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아마 그렇겠지. 나 지금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

진유진은 어두운 동굴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심지안이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어디 가려고?”

“당연히 술 마시러 가야지. 솔로로 돌아온 축하주 말이야. 강우석 복도 없는 자식, 너 같은 여자를 놓치다니!”

술집.

연거푸 3잔을 들이켠 심지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백옥같이 새하얀 얼굴에 취기가 더해지니 한층 더 매혹적이었다.

“나 화장실에 다녀올게.”

진유진은 심지안을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술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같이 가자.”

심지안이 나왔을 때 진유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잘생긴 남자라도 봤어?”

심지안이 물었다.

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넌 보고 있어. 난 돌아가서 술이나 마실래.”

“잠시만, 잘생긴 남자뿐만 아니라 강우석의 삼촌도 있어. 이래도 호기심이 안 생긴다고?”

심지안은 깜짝 놀랐다.

“삼촌은 해외에 계신다고 하지 않았나?”

그녀는 이미 강우석의 삼촌에 대해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인 그는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해외에서 여러 개의 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재력으로 따지면 강씨 집안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었다.

하여 강씨 집안 회사가 받은 투자 중 거의 절반은 강우석의 삼촌이 해준 것이었다.

“일 때문에 최근에 돌아왔나 봐.”

진유진이 가리키는 대로 시선을 돌린 심지안은 남자의 눈부신 미모에 화들짝 놀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사람들 중 가장 잘생겼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옆모습은 내노라하는 인기 남자 배우조차 명함도 못 내밀만큼 준수했다. 더욱이 그의 몸에서 풍기는 고귀한 분위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도 꽤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삼촌에 비하면 지극히 일반적이었다.

심지안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였는지 남자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심지안의 가슴 속에서 돌연 위험하고도 대담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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