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 씨가 경호원을 붙여도 달라진 거 있었어? 그래봤자 누군가가 약을 타서 나는 쓰러졌어. 문주 씨,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나는 이제 이런 위험을 견디기가 무서워. 내가 문주 씨 곁에만 있으면 항상 위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주 씨 곁에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 응?”말하면서 조수아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막혔다.조수아는 큰 결심을 내리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육문주와 헤어진 상황에 이제 와서 마음 약해질 수 없었다.그녀가 상처받는 것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귀를 울리는 상황에서도 조수아는 육문주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뜨겁고 촉촉한 혀는 끊임없이 조수아의 입안에서 탐색을 이어 나갔다.육문주는 부드럽게 은은한 술 냄새를 풍기며 조수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조수아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가 육문주와의 입맞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그에게 응답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아는 이성을 되찾았다.조수아는 바로 육문주를 밀쳐냈다.그녀의 촉촉한 눈동자에는 오색찬란한 불꽃이 반
“뭐야, 지금 저 아이 책임지려고 하는 거야?”허연후는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처럼 몇 달간 밤낮없이 침대에서 뒹굴어도 아이를 못 만든 것보다 낫지. 내가 보기에 수아 씨가 문제 있는 게 아니면 너한테 문제 있는 것 같아.”육문주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그래, 네 능력으로 임신시킬 수 있으면서 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책임지려 하는 건데?”“내가 언제 책임지겠다고 했어? 난 너처럼 냉혈인은 아니라 친구로서 걱정한 것뿐이야.”“그럼 계속 남의 아이를 걱정해 줘. 난 먼저 갈게.
조금만 늦었어도 조수아가 치일 수도 있는 상황에 큰 손이 스트레치카를 가로막았다.백시율은 무서운 얼굴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일 그만두고 싶은가 봐요!”간호사는 깜짝 놀라 조수아한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조수아는 그제야 뒤돌아서 한 주먹만 한 거리에 있는 스트레치카를 보자 등에 식은땀이 났다.심지어 스트레치카에 사람이 누워있어서 백시율이 제때 나서지 않았으면 관성에 의해 조수아가 그대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다.정말 자칫하다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후폭풍이 밀려 올 뻔했다.조수아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백시율의 팔을 붙잡았다
“그건 안 돼. 안사람이 네가 온다니까 맛있는 음식을 가득 준비했어. 네가 안 먹고 간다면 이번 한 해를 잘 보낼 수 없을 거야.”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윽고 거실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육연희는 한복을 차려입고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수아야, 새해 복 많이 받아.”조수아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육연희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설마 스승님이 말한 친척이 육씨 가문 사람들이었어? 그럼 할머니가 여기에 가족여행 오셨다고?’조수아는 어안이 벙벙해서 육
금방 고통스럽게 입덧하고 나온 조수아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버렸다.그 상황에서 황애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조수아는 도무지 그럴듯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에 젖은 황애자를 보고 있으니 조수아는 마음이 아팠다.대충 둘러대자니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수아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황애자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더욱 단정 지을 수 있었다.황애자는 애절하게 조수아의 손을 붙잡았다.“수아야, 하느님이 이렇게 우수한 너한테 소중한 아이를 선물하실 거라 나는 굳게 믿고 있었어. 이 일을 문주한테 비밀로 하려는 거
4대 가문에는 한씨 가문과 백씨 가문 외에 박씨 가문과 우씨 가문이 속해 있다.4대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면 족히 이백여 명은 될 것이다.그럼에도 조수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송미진은 박현철의 팔짱을 낀 채 활짝 웃으며 그들한테 다가갔다.한지혜는 그녀를 보자마자 이를 갈았다.“쟤는 왜 어디에나 있는 거야. 정말 꼴 보기 싫어서 토나올 지경이야.”조수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기에 온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 경각심을 높이자.”조수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송미진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송미진, 밥은 마음대로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 내가 언제 네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어?”육문주는 검은색 셔츠 위에 양복 조끼를 입고 있어 늘씬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의 근육 진 팔 위에는 외투를 걸쳐두었다.그의 차가운 인상에 깊은 눈매를 하고 있었다.그의 길쭉한 다리는 다림질이 깔끔하게 된 양복바지를 걸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가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만들었다.육문주는 조수아 곁으로 다가가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쳤다.조금 전까지도 싸늘하던 눈빛이 조수아를 보자 순간 부드럽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