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금희의 반전 섞인 말에 미루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곧바로 생각 정리를 마쳤다.나금희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하지만 나와 내 남편 모두 이 두 아이를 예뻐해 줄 수 있어. 너만 원한다면 우리가 이 두 아이를 데려가 줄 수도 있어. 우리가 너 대신 아이들을 키워줄게."나금희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이는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 방안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미루나와 아이들을 인정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도 미루나는 엄선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엄선희가 아직 살아있는데 미루나를 인정했다가는 엄선희만 불쌍한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마워요, 너무 고맙습니다. 이미 충분해요."미루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두 분이 저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제 곁에 있는 게 좋거든요."미루나는 그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던 노부부를 바라보았다.어르신은 이미 장을 보고 돌아온 상태였다. 같은 시각 그는 나금희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겠다는 말을 듣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하지만 미루나가 아이들을 그들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금방 사 온 채소들을 거실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의 유일한 낙인 아이를 잃었거든요. 그동안 미루나가 없었다면 우린 이미 죽고 없었을 거예요. 미루나, 그리고 이 두 아이가 우리한테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 거예요. 두 아이는 우리들의 보배란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두 늙은이가 꼭 두 아이를 잘 보살펴줄게요...""이렇게 하죠."그때, 서준명이 두 어르신의 말을 딱 잘랐다."제가 두 분을 우리 집에서 지내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럼 아이들을 돌볼 수도 있고 아이들도 미루나 씨와 가까이 지낼 수 있잖아요. 어떠세요?"어르신은 노부인을 바라보았다.노부인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한참 지나자 노부인이 입을
"더 이상 서씨 가문에 발을 들여 재벌 집 안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난 그저 아이들이 뛰놀면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고 싶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그럼 앞으로 계속 배우 활동은 할 거예요?"신세희가 물었다."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래도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제가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못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는 게 뿌듯하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이룬 성과예요."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좋아요. 저와 민정아 씨, 엄선욱 씨, 그리고 염선의 씨까지 앞으로 자주 보러 올게요. 루나 씨... 힘내요.""네, 꼭 힘낼게요!"미루나는 신세희의 말속에 담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비록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신세희를 탓하지 않았다."제 새 드라마가 방영되면 보러 오실 거죠?"몇 초 머뭇거리다가 미루나가 또 신세희에게 물었다.그녀가 살면서 사귄 친구 중에 가장 좋은 친구가 바로 신세희였기에 그녀는 늘 본능적으로 신세희의 인정과 축복을 받고 싶어 했다."당연하죠."신세희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꼭 보러 갈게요."신세희도 자신이 미루나에 대한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녀는 줄곧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항상 자기도 모르게 미루나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루나가 혹여 엄선희가 아니라면 구석에 숨어서 지내는 진짜 엄선희는 얼마나 속상하겠는가?엄선희는 이대로 이 세상에서 버려질 존재란 말인가?아니!신세희는 눈앞에 서 있는 미루나를 지나치게 살갑게 대할 수 없었다."그럼... 힘내요."신세희는 그녀에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들어가지 않을게요. 아이들 데리러 가봐야 해서요. 게다가 오늘 종일 업무로 바빴던 터라, 먼저 가볼게요."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오후, 집으로
16살 소녀가 어른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재벌이면 만능이야? 눈에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내기 어려워, 어떤 건 피할 수 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선희 이모를 봐, 결혼하기 전에는 우리 엄마랑 완전히 다른 집안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잖아.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늘 힘들게 살아왔지만 엄선희 이모는 아니잖아. 엄선희 이모는 집안의 공주님이었어. 하지만 시집간 다음에는? 비록 서준명 삼촌이 이모를 아끼는 건 알겠지만 결국 당한 건 사실이잖아."신유리의 말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하고 논리정연했다.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딸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하. 우리 딸 다 컸네!""아빠!"신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난 곧 17살이 될 사람이에요. 1년만 지나면 18살 성인이라고요. 그럼 나도 어른이에요."그렇다.부소경은 자신의 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16살의 신유리는 더 이상 어릴 적 그 아이가 아니었다.아이는 클수록 성격이 점점 엄마를 닮아갔다.아무래도 그녀의 엄마 영향을 많이 받는 듯싶었다.그녀는 점잖고 이성적이며 똑똑하고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그뿐만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속에는 사랑까지 담겨있다.이 점은 그녀의 삼촌인 서시언의 영향이 크다.서시언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 어릴 때부터 신유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키웠다. 신유리는 5살이 되기 전 엄마와 삼촌 손에서 자랐는데, 엄마는 엄하게 교육하는 반면 삼촌은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이로 인해 아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사내다운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그 뒤 아빠 옆으로 돌아오면서 아빠의 단호하고 차가운 성격까지 이어받게 되었다.16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에게서 부소경은 F그룹 후계자의 그림자를 보아냈다.하지만 신유리는 눈치 빠른 똑똑한 아이였다."날 후계자로 삼을 생각 하지 마!"신유리는 부소경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널
부소경은 저금통을 한쪽에 놓고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 엄마,아빠가 준 돈으로는 부족해? 왜 저금통을 열려고 하는 거야? 저금통은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어."부소경의 기억대로라면 신유리의 저금통은 반명선이 해외 유학을 떠난 지 1년이 되어 돌아올 때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신유리가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바로 반명선이었다.그녀가 어찌 반명선이 선물한 저금통을 감히 망가뜨리려고 하겠는가?신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 난 그냥 돈만 꺼내면 돼.""아빠한테 말해줘. 이 돈으로 뭐할건지."부소경이 물었다."우리 반 여자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대. 그 아이 가족들은 이미 수술비에만 수천만의 돈을 들여서 이젠 돈이 없대.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신유리는 부소경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얼마나 보태고 싶은데?"부소경이 물었다."저금통 안에 있는 200만 원 전부."신유리는 곧바로 대답했다."바보야! 그걸 왜 저금통 안에 있는 돈을 써, 아빠가 대줄게, 400만 원 기부해도 돼. 네가 친구를 돕는 일이기에 아빠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빠, 나 이제 16살이야. 나도 이젠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아. 우리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마찬가지야. 기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능력껏 도와야지. 난 내 돈이 아닌 돈으로 기부하고 싶지 않아, 이건 옳지 않은 일이야."신유리의 말에 부소경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그는 줄곧 신유리를 철없는 아이로 생각해 왔기에 단 한 번도 16살짜리 아이가 이토록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단번에 딸을 품에 껴안으며 말했다."내 딸, 넌 아빠의 자랑이야! 자, 아빠가 지금 당장 저금통 열어줄게. 명선이 준 저금통을 열어버렸으니 주말에 명선을 불러 함께 밥 한 끼 먹자. 마침 명선도 오래 만나지 못했는데 잘됐네."부소경이 말했다."
미루나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짓더니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성형을 심하게 한 건 맞지만 다들 나를 이렇게 못 알아보다니, 나랑 제일 친하던 유리 공주님까지도 날 못 알아보네?""엄선희 이모, 엄선희 이모 맞지! 왜 이렇게 됐어? 아니! 당신은... 당신은 미루나 이모?"신유리는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그녀는 미루나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전에 부소경과 신세희가 미루나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었기에 미루나가 엄선희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디테일하게 알고 있을 수 있겠는가?예를 들어 지금 미루나는 그녀를 유리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다.이는 신세희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는 신유리와 엄선희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아니, 나는 엄선희 씨가 아니라 미루나야."미루나가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바로 미루나 씨인가요?"반명선도 물었다.그녀도 신세희와 신유리에게서 미루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러자 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반명선이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비록 당신이 성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형한 티가 너무 많이 나요, 게다가... 혹시 성형이 실패했나요?"미루나는 고개를 푹 떨군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바로 그때 신세희도 입구에 도착했다."미루나 씨, 오셨네요. 빨리 들어와요. 유리야, 명선아, 너희들 왜 이모를 입구에 세워놓고 들어오란 얘기도 안 해?"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되찾고 말했다."엄선희 이모... 아니, 미루나 이모, 빨리 들어와."그들이 미루나를 집에 들여보내자 미루나도 손에 든 선물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오늘은 신세희 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예요. 신세희 씨가 날 믿어주지 않았다면 저 지금쯤 맞아 죽었을걸요? 그것으로 모자라 사기범으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직접 인사드리러 온 거예요."신세희는 미루나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루나 씨,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신유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세희 여사! 난 날 강요하고 싶지 않고, 난 날 억울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왜냐하면 내 마음은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불렀어.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는 게 불법인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신세희 여사, 내 일에 끼어들지 마!""너 이 자식, 감히 대들어?! 이젠 다 컸다 이거야?"신세희는 손을 들어 신유리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너 계속 마음 가는 대로 부르다가 진짜 엄선희 이모가 돌아와서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그럴 리 없어!""너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해! 지금 엄선희 이모가 못 돌아올 거라 저주하는 거야?""아니야!"신유리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해명했다."내 뜻은, 두 번째 엄선희 이모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야. 왜냐하면 엄선희 이모가 이미 돌아왔잖아, 지금 내 눈앞에!""그렇게 확신한다고?"신세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맹세해!"신유리는 아주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사실 그녀도 마음속으로는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한 추측을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유리야, 넌 이제 고등학생이야. 너도 유전자라는 게 변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고 있지? 미루나 이모 유전자는 엄씨 할아버지, 엄씨 할머니의 유전자와 달라..."신유리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유전자가 잘못했네!"신세희가 물었다."뭐라고?"신유리는 짜증 난 듯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난 엄선희 이모랑 놀러 갈게! 점심에 엄선희 이모가 좋아하는 음식들로..."신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미루나에게 물었다."아, 엄선희 이모, 뭐 좋아하더라?"미루나는 흠칫 놀랐다.신유리는 그녀를 다독이며 물었다."우리 한 번 동시에 얘기할까?"미루나와 신유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안동찜닭... 닭탕에 절인 알밤."안동찜닭.신세
그러자 반명선이 말했다."아, 루나 언니, 어쩌다가... 그런 일이.."반면 미루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명선 씨,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의학 공부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요? 가성섬에서 금방 왔을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성적이 좋지 않아 남성으로 올라와 복학했잖아요."반명선은 깜짝 놀라 물었다."내가... 반명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신유리도 따라서 깜짝 놀랐다."엄선희 이모, 엄선희 이모 맞잖아!"게다가 옆에 있던 신세희와 부소경도 덩달아 깜짝 놀랐다.그러자 미루나는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아... 미... 미안해요. 난... 난 그게... 가끔 서준명 씨랑 얘기 나누다가 서준명 씨 친구들에 대해... 좀 관심이 많아서요. 조의찬 씨가 서준명 씨 친구인 것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조의찬 씨 여자 친구라는 사실도 알고요. 난... 서준명 씨랑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모두... 모두 알게 됐어요."미루나는 비록 목소리가 허스키했지만 단 한 번도 말을 더듬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갑자기 말을 심각하게 더듬고 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미루나는 애써 변명하려고 했다."저기, 신세희 씨... 미... 미안해요, 오늘 집에 손님이 있는 줄 모르고 찾아왔네요. 그럼...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 얘기 나누세요. 먼저 갈게요.""우리가 한 가족인 건 어떻게 알았어?"신유리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물었다."그... 그게... 내가... 내가 알아봤으니까, 명선 씨... 명선 씨는 네 넷째 삼촌 큰형의 딸이고 네 넷째 삼촌과 네 아빠를 모두 넷째 삼촌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네 아빠도 반명선 씨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내... 내가 다 알아봤다니까."미루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그녀는 이미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살면서 매일 부모님과 서준명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아이들이 서준명의 집에 머무를 수
반면 집에 남아있는 신세희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이젠 좀 알겠지? 미루나 이모가 바로 엄선희 이모야. 얼굴이랑 목소리는 많이 바뀌었지만 많은 디테일들이 엄선희 이모랑 완전 똑같아. 엄선희 이모는 어른이고 나는 아이지만 엄선희 이모는 예전부터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걸 가장 좋아했고 내 간식도 자주 빼앗아 먹었었어. 내 간식을 먹고 싶거나 이모 대신 내가 일해주길 바랄 때마다 날 유리 공주님이라고 불렀었어. 이런 디테일들은 다 본능적으로 나오게 되어있단 말이야. 엄선희 이모가 아닌 다른 사람 이런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이처럼 자연스러울 수 없어."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엄마도 알아. 엄마도 봤어."그녀는 시선을 반명선에게 돌렸다."명선 씨, 어떤 경우에 한 사람의 혈액형과 유전자가 바뀔 수 있어요?"반명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숙모, 의학 전공에 의학 박사 졸업 출신인 제가 책임지고 얘기해 드릴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유전자는 뒤바뀔 수 없어요. 만약 미루나 씨가 정말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의 자식이라면 분명 그들과 유전자가 똑같을 거예요!""혈액형은요?"신세희가 또 물었다.그녀의 인식범위 내에서 유전자는 물론 혈액형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혈액형은 가능해요."반명선이 말했다."만약 한 사람이 큰 병을 앓게 되어 조혈 기능을 잃었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죠. 즉 골수이식과 마찬가지죠.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아 형성된 혈액은 기증자의 혈액형과 똑같게 돼요. 하지만 숙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무리 골수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유전자는 절대 뒤바뀔 수 없어요!"신세희는 혼란에 빠졌다.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여보? 오늘 미루나 씨가 하는 행동들도 봤잖아요. 유리가 익숙해하는 정도, 명선 씨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툭 던진 말들, 게다가 명선 씨의 가족관계까지 죄다 알고 있잖아요. 미루나 씨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