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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신세희는 돈이 아주 궁한 상태였다.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조의찬이 껄렁거리며 말했다.

"이거 60만 원도 안 돼요. 왜요? 내가 60만 원에 신세희 씨의 하룻밤을 사기라도 할까 봐요? 제발 걱정하지 마요. 당신 내 스타일 아니거든요? 난 그냥 우리 촌녀가 하도 궁상맞아서 자선사업 하는 거라고요. 정 마음에 걸리면 월급 받아서 제때 할부로 갚든가요."

신세희는 돈뭉치를 움켜쥐며 붉게 물든 얼굴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나도 굉장히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내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을 때 우물쭈물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백미러로 얼굴이 빨개진 신세희를 바라보던 조의찬이 삐딱하게 말했다.

신세희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린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사실 그녀는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출소한 이후 그녀는 온갖 시련을 다 겪고 있었다. 임씨 집안에서는 그녀를 음해했고, 부소경은 그녀를 핍박했으며, 명함을 건네며 도와주겠다고 했던 서준명도 결국엔 그저 얼버무리고 말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조의찬은 달랐다. 그는 매우 껄렁하고 말을 함부로 했다. 심지어 매번 그녀와 대화하며 별명을 붙였다. 자기를 촌녀라 부를 땐 가끔 치욕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직장을 지켜준 것도 조의찬이었다.

부 씨 저택의 산 중턱에서 시가지까지 차로 실어다 준 것도 조의찬이다. 지금은 또 몇십 만 원을 내놓으며 카메라를 배상하라고까지 했다.

문득 말을 못되게 하는 조의찬이 실은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뒤늦게 조의찬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조의찬은 부소경의 저택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사실 하숙민이 머무는 병원으로 가려던 계획이었다.

"저기... 의찬 씨."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 신세희가 조의찬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한데 사실은... 병원에 가야 해요."

"외숙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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