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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부소경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갑고 고요한 눈동자로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조금 마음을 추스른 그가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내 아이를 임신한 사람을 어떻게 다른 곳에서 지내라 하겠어."

"싫어요."

임서아가 고집을 부렸다.

"싫어요, 오빠. 우린 아직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으니 난 아직 오빠의 아내가 아니에요. 아이의 엄마가 됐으니 아이에게 모범을 보여야죠.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강해지는 법 말이에요. 그러니 오빠와 결혼하기 전엔 그 집에 들어가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아이는 제가 꼭 잘 보살필게요. 약속해요."

그녀가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투에 부소경은 어쩐지 그녀가 꼭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에게서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부소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해."

그가 임지강과 허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서아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한 달 뒤 반드시 서아와 결혼할 겁니다. 서아는 부 씨 집안의 유일한 안주인이 될 거고 배 속의 아이는 우리 F그룹의 후계자가 될 겁니다."

잔뜩 벅차오른 임지강이 고분고분한 태도로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도련님께서 서아를 마다하지만 않는다면, 저희 부부는 반드시 딸아이를 잘 돌볼 겁니다. 우리의 손자가 아닙니까. 저희라고 지우고 싶었겠습니까? 다만 우리는 서아가 도련님께 피해를 줄까 봐..."

"당신, 그만해."

허영이 임지강을 말렸다. 임지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련님께선 일 보시지요. 우린 서아를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일이 해결되면 곧 보러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부소경이 자리를 떠났다.

옆에서 보좌하던 엄선우는 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부소경을 따라 차에 올랐다. 꽤 오랜 시간 달렸음에도 부소경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엄선우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도련님은 사실 임서아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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