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이 강운 경찰서에 도착하자,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던 소강혁이 서둘러 다가와서 웃으며 말했다.“준영 씨, 오셨군요. 이쪽으로 가시죠. 드래곤 팀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강혁을 따라 들어갔다.경찰서에는 군부대 녹색 차량 두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첫 번째 차량에는 건장한 체구에 눈매가 높고 도도하기 그지없는 세 명의 남자가 타고 있었고 두 번째 차량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타고 있었다.여자는 카키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길쭉하고 섬세한 얼굴은 매우 세련되고 날카로워 보였다.소강혁이 서준영에게 소개했다.“이분들은 모두 드래곤 팀의 팀원들인데 재주가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현재 강운 드래곤팀의 장이준 부팀장입니다.”소강혁이 첫 번째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껌을 씹는 남자를 가리켰다.이어서 소강혁은 장이준에게 서준영을 소개했다.“장 부팀장님, 이분은 서준영 씨인데 부팀장님과 함께 이번 압송 업무를 진행할 겁니다.”서준영이 먼저 웃으며 장이준에게 인사했다.“장 부팀장님, 안녕하세요.”하지만 장이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에 앉아서 차갑게 웃었다.“소 부국장님, 지금 농담하는 거죠? 이런 애송이를 붙여주다니요? 지금 우리한테 죄수를 압송하라는 겁니까? 아니면 이 애송이를 보호하라는 겁니까?”장이준의 말이 끝나자, 차에 있던 드래곤 팀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서준영을 바라보았다.그들 눈에 서준영은 배경이 있는 집안의 도련님이 경험 쌓기 놀이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이런 금수저를 제일 싫어했다.“하하! 장 부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제가 보호할 겁니다.”“이런 부잣집 도련님은 안 돼요. 조금이라도 다쳤다가는 바로 우리한테 소송을 할 건데 우리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다들 헛소리 그만해!”두 번째 차량에 앉아 있던 여자가 냉정하게 한마디 하고는 서준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더
서준영은 장이준이 고작 내공대성이면서 막강한 능력을 지닌 대가인 척하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소강혁은 다급하게 두 사람 사이를 막고 타일렀다.“장 부팀장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서로 원수도 아니고 일하는 거잖아요. 서 신의는 제가 이번 호송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부탁해서 오신 거예요. 서 신의는 의술뿐만 아니라 무술 실력도 강력한데 심지어 이미…”“이미 뭐요?”장이준은 소강혁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소 부국장님, 우리 드래곤 팀의 팀원들은 적어도 내공대성의 실력을 갖췄고 또 수많은 공을 세웠어요. 우리 모두 다 총알이 빗발치고 칼날을 휘두르는 전쟁을 겪었기에 그 어떤 위험한 상황이 닥쳐와도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해요. 그런데 지금 의사 양반을 투입하시면 어떡합니까? 만약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 팀원이 보호해 줘야 하잖아요.”말을 마친 장이준은 분노와 경멸이 가득 찬 눈길을 보냈다. 그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은 오래전에 강운 드래곤 팀에서 겪었던 일 때문이었다.그때도 임무 수행 시 어느 부잣집 도련님이 경력을 쌓으려고 동행했었는데 8명의 드래곤 팀원들이 결국 그 한 사람을 보호하다가 6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었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부잣집 도련님이 드래곤 팀의 실책이라고 하며 겨우 살아남은 두 명을 고소해서 그들이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업까지 잃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심지어 희생한 6명의 팀원 앞에서 소름 끼치는 말까지 했다.“당신들은 당연히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켜야 해. 그게 바로 당신들의 직책이고 의무야. 만약 이번에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드래곤 팀은 모두 처벌을 받았을 거야.”그때 사건 파일은 지금까지 강운 드래곤 팀의 자료실에 남아있다.장이준의 질문에 소강혁이 서둘러 대답했다.“장 부팀장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서 신의는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충분합니다.”“그래요?”장이준은 의심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서 선생, 소 부국장님이 이정도로 당신을 추천하니 어디
소강혁의 말을 듣고 장이준은 더욱 화가 났다.명색이 강운 드래곤 팀의 부팀장인데 소강혁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다니, 장이준은 아주 괘씸했다.‘이 자식에게 무슨 대단한 실력이 있다고 그러는지 이해도 안 가고 믿음도 안 가.'장이준은 이렇게 생각하며 주먹에 힘을 꽉 줬다.‘한 달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이것은 소강혁에게 그가 데려온 사람이 어떤 놈인지 알려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그러나 장이준의 기세등등한 주먹에 맞선 서준영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강운 드래곤 팀의 실력이 그저 이것뿐이라면 정말 실망이네요.”“저기요, 자만하지 마시죠.”장이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식간에 그의 주먹이 서준영에게로 날아왔다.펑!둔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차에 탄 몇몇 드래곤 팀원들은 모두 웃으면서 그들을 비웃었다.“하하, 주제도 모르고 감히 우리 부팀장님을 업신여기다니.”“부팀장님이 이겼죠? 이 펀치를 맞으면 저라도 버틸 수 없을 거예요!”“결국 부팀장님이 화를 내게 만드셨네요. 이 주먹에 맞으면 적어도 한 달 동안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겁니다.”그들 생각에 의하면 장이준의 펀치는 서준영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들 생각과 달리 장이준의 이 펀치는 결코 서준영을 날려버리지 못했다.반대로 장이준의 주먹이 서준영에게 잡혀 허공에 멈춰 서 있었다.그럼에도 서준영은 아직 힘을 쓰지 않은 것 같아보였다.하지만 다시 장이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운 드래곤 팀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된 거예요? 부팀장님, 봐주지 마세요.”“부팀장님, 이런 상황에서도 멋 부리세요? 빨리 해결하죠.”“그냥 때려눕히세요.”여러 사람이 소리쳤다.장이준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속으로 계속 욕을 뱉었다.‘제기랄! 어딜 봐서 이게 멋 부리는 걸로 보여? 주먹이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데'장이준은 속으로 몇 번이나 고함을 지르고 힘도 써보려고 했
이 상황을 본 소강혁이 나서서 말했다.“뭐 하는 짓들이냐? 버릇없이. 부팀장님, 이게 바로 당신이 이끄는 팀원들입니까?”장이준은 안색이 어둡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소강혁이 이렇게 서준영을 감싸는 것을 보고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됐어! 모두 차에 타. 호송 임무가 더 중요하지.”몇 명의 드래곤 팀원들은 잇달아 서준영을 노려보며 경고했다.“그쪽은 운이 좋은 줄 아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당신의 이가 부러질 정도로 때렸을 거거든요.”“부 팀장님깨서 말리지 않았더라면 저는 한주먹으로 당신을 때려죽였을 거예요.”“제기랄! 다음에 또 우리 드래곤 팀을 모욕하면 그때는 좋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그들은 욕을 몇 마디 내뱉고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장이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준영을 노려보고는 차에 탔다.차에 오르자마자 팀원들이 물었다.“부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왜 방금 저 자식 한 방에 날아가셨어요?”“그러니까요, 부팀장님. 되게 약해 보이는데 왜 졌어요?”“저놈이 정말 실력이 있는 건 아니겠죠?”몇몇 팀원의 질문에 장이준은 백미러 속 서준영의 모습을 보고는 대답했다.“흥! 방금은 내가 너무 얕잡아 봤어. 살짝 겁만 주면 무서운 걸 알고 물러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상대할 줄 누가 알았겠어.”이 말을 들은 몇몇 팀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노한 기색과 불만이 가득했다.“감히 부팀장님을 그렇게 대하다니. 정말 주제넘었어요!”“그러니까요, 만약 부팀장님이 정말 손을 썼다면 저 녀석은 지금 ICU에 들어갔을 거예요!”“됐어, 한 사람 더 있으면 있었지. 티라노사우루스, 네가 책임지고 그 자식 잘 돌봐줘. 사고 안 나게 말이야. 만약 사고가 나면 나중에 우리가 골치 아프게 될 거야.”장이준은 뒷줄에 앉은 훤칠한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나이에게 말했다.그는 드래곤 팀 팀원 중 한 명인 티라노사우루스였다.티라노사우루스는 단지 그의 코드네임일 뿐이었고 본명은 우준이었다.“설마요, 부팀장님. 저더러 저 놈
서준영은 고개를 돌려 웃더니 뒤에 있는 차에 올라탔다.자리에 앉은 서준영이 말했다."고맙습니다."연혜진은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괜찮습니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싫어서 그랬어요."서준영은 어리둥절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차에 타고 있던 장이준 등은 지금 모두 놀라서 매우 분노했다."제기랄! 저놈이 혜진 선배 차에 올라탔어!""혜진 선배 차라니, 나도 못 타는데!""저 녀석, 가는 길에 어떻게 해서든 혼내줘야지!"장이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짜증을 냈다."됐어, 그만해."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10명이 검은 안대를 쓰고 수갑을 찬 천월궁의 도련님을 데리고 각각 경찰차 3대와 호송차에 태워 강운 경찰서를 떠났다."운전해." 장이준이 말했다.장이준의 차 두 대는 경찰차 세 대의 뒤를 따랐다.범인을 호송하는 동선은 모두 사전에 정해진 것이었다.처음에는 아무런 이상 없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웠다.경찰차 몇 대에 있던 호송 요원들도 모두 졸린 듯 각자 눈을 가늘게 떴다.장이준 일행은 줄곧 경계 태세를 갖추고 앞차와 50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부팀장님, 아무 일도 없는데요? 소 국장님이 호들갑 떤 거 아닌가요?"차 안에서 코드네임 독수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상관없어. 우리가 해결하면 되지. 게다가 부팀장님 같은 고수도 있고."코드네임이 북극 늑대인 다른 팀원이 대답했다.장이준은 냉소를 흘렸다."천월궁의 사람들이 방해하러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할 거야."우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부팀장님. 소 국장님의 말에 따르면 천월궁의 문주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올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대가인데 저희 몇 명이 상대 할 수 있을까요?""뭐가 두렵다는 거지? 우리가 실패하면 혜진 선배도 있잖아.""맞아요, 혜진 선배가 있으면 천월궁 사람들은 전멸할 거예요."북극 늑대가 비웃으며 말했다.한편 서준영이 있는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
파라다이스 섬.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섬 중 하나이다. 파라다이스 섬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지옥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다.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다. 최고의 국제 전범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지식을 배울 수 있다.부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도 여기에서는 죄수일 뿐이며, 그들은 물 한 방울이라도 마시기 위해 기꺼이 평생을 바친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파라다이스 섬에서 맑은 눈빛을 가진 한 남자가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있다.“소장님, 오늘이 제 마지막 근무일입니다. 저는 내일 떠나요.”서준영은 수중에 있는 일을 처리하고 소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서류를 건넸다.소장, 검은 악마.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인물 중 하나로, 그의 전투력은 여덟 전쟁의 신을 모두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하지만 서준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부드러움으로 가득했다.“3년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네. 너 정말 떠날 거야?”서준영은 교도소장 앞에서 무릎은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네, 떠나겠습니다. 3년 전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왔는데, 오늘로 그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검은 악마’는 마음속으로 몹시 아쉬워했다.“그렇다면 갈 때 이거 가져 가.”“이건 스위스 은행에 있는 내 카드인데 수조 원이 들어 있으니 용돈으로 써.”서준영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소장님, 마음은 고맙습니다. 출소하면 일자리를 찾을 테니 굶어 죽지는 않을 거예요.”검은 악마는 영패 몇 개를 꺼내며 말했다.“이것들은 내가 그때 정복했던 전쟁의 신들의 영패야. 이 영패들을 사용하면 천하의 모든 나쁜 놈들을 물리칠 수 있을 거야.”서준영은 또 고개를 저었다. “소장님, 저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하기 싫어요.”‘검은 악마’는 하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천하 오의’라는 네 글자가 적힌 책을 꺼냈다.“이건 내 평생의 학문이야. 수많은 권력자들이 이 책을 얻기 위해 파라다이스 섬에 들어오는 것을
동시에 서준영은 얼굴에서 검은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화가 났다.검은 옥에서 검은 빛이 터져 나왔다.그는 하마터면 땅에 쓰러져 기절할 뻔했다.꿈속에서 그는 구천에 서 있는 한 노인을 보았는데, 그 노인은 신처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고 자애로웠다.“당신은 누구입니까?”서준영은 긴장해 하며 물었다.“얘야, 나는 네 할아버지다.”노인은 얼굴 가득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그 호칭을 듣는 순간 서준영의 가슴이 무언가에 꽉 붙잡힌 것 같았다!그는 고아였다!지금까지 인생에서 할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그에게 매우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할아버지, 정말 제 할아버지 맞아요?”서준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순간 그는 너무 억울한 마음에 지난 20년간의 고통을 모두 쏟아내고 싶었다.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구천에서 내려와 서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말했다.“착한 아이야, 그동안 참 많이 고생했어.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우리 서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겪어야 할 일들이야. 이제 이 할아버지가 너에게 ‘구천현술’을 전수해 주겠다. 여기에는 의술, 무술, 수양 비법, 풍수 등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어.”말이 끝나자 노인의 손에서 황금색 빛이 내려와 서준영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그 순간 서준영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가 외쳤다.“저는 어떤 현술도 원하지 않아요. 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얘야, 올해 12월 29일은 백 년에 한 번 있는 유일한 기회야. 이걸 잘 익혀서 목걸이에 적힌 장소로 가면 천년 만에 가장 큰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야.”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더니 몸이 황금빛 조각으로 변해 공중으로 사라졌다."할아버지! 할아버지 가지 마세요... 이 손주는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웠어요!"목걸이에는 소울랜드라는 단어가 인장처럼 새겨져 있었다.그것은 서준영의 머릿속에
“침을 놓아야 합니다.”확!하연우의 뺨은 순식간에 주홍빛으로 변했다.그녀는 서준영이 그렇게 지나친 치료 방법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하씨 가문을 위해, 할아버지를 위해, 하연우는 주먹을 꽉 쥐고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다른 방법은 없어요? 무조건... 옷을 벗어야 하나요?”방 안에 흐르는 공기는 다소 어색하고 뜨거웠다.하연우는 살면서 여태껏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자의 손을 잡아 본 적도 없었다.심지어 옷을 다 벗어야 한다니...이 자식 설마 이 기회에 자기 사심을 채우려는 건 아니겠지?!서준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 없어요.”서준영도 불안했다. 하연우가 화가 나서 자신을 내쫓을까 봐 걱정됐다.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작은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그, 그럼 그렇게 해요... 그런데 이건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요!”하연우의 얼굴은 저녁노을처럼 붉게 달아올랐다.“알았어요.”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리고 하연우는 뒤돌아서 서준영을 등지고 긴 드레스의 어깨끈을 천천히 내렸다.순백의 피부는 우유처럼 매끈했다.예쁜 어깨와 백조처럼 하얀 목은 뒤에 있던 서준영을 넋 놓게 만들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마치 한 폭의 그림 속 선녀처럼 아름다웠다.하연우도 마음속으로 너무 긴장하고 수줍었다.서준영은 갑자기 흥분한 나머지 돌아서서 스위트룸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붉은 얼굴로 소리쳤다.“어디 가는 거예요?”“은침 세트 사러요! 아가씨, 좀만 기다려요!”서준영은 다급히 말했다.은침이 없으면 어떻게 침을 놓을 수 있을까?하연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드레스를 다시 입었다.비서는 서둘러 들어와서 그 남자의 말에 아가씨가 옷을 다 벗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아가씨, 정말 저 사람을 믿습니까? 도망친 거 아닐까요?”하연우는 반신반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