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봄을 키워준 도유검, 그녀의 요구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이 남자, 서은봄은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결혼한 지 2년 뒤에야 알아챘다. 그녀는 단지 남편이 제일 잘 키운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다만 그녀에겐 남편이 온 세상이었다.도유검의 첫사랑이 돌아오고, 서은봄은 단호하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정작 남편은 피식 웃었다.“어릴 때부터 잘 길들여진 고양이가 주인 떠나서 잘 살 것 같아? 넌 도망 못 가.”서은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독신의 완벽한 나날들, 그녀는 거의 매일 이다시피 청혼을 받았고 도유검은 미쳐가는 중이었다.“은봄이 착하지! 나 한 번만 바라봐줘.”그는 서은봄을 벽 모퉁이에 밀어붙이고 짙은 두 눈에 애정이 불타올랐다.한편 서은봄은 빙그레 웃었다.“우린 각자 제 갈 길을 가야 해. 저리 비켜줄래? 나 딴 남자들도 좀 만나봐야지.”도유검은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눈시울이 빨개졌다.“오늘부로 365일 동안 네게 프러포즈할 명액은 내가 다 예약했어. 봄아, 다시 나랑 결혼하자!”
더 보기식탁 아래에서 서은봄은 아랫배를 쓰다듬었다.‘내가 저렇게 웃었구나.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네.’사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는 아이를 지우기 싫어졌다. 서무영이 그랬던 것처럼, 이 아이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이건 그녀와 도유검의 아이였다.“이제 산부인과는 어떻게 갈지 고민해야겠다.”정아리는 진짜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민하는 듯했다.반대로 서은봄은 병원에 갈 생각이 없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그녀가 산부인과에 간다면 절대 도유검을 속이지 못할 것이다. 그와 이혼하고 출국하기 전에는
“이진 씨가 먼저 사주겠다고 했잖아요. 내가 이 신발을 사서 신든 남 뺨을 때리든 알 게 뭐예요? 지난번 어떻게 당했는지 벌써 잊은 거예요?”소이진은 빗자루에 맞던 기억이 문뜩 떠올랐다. 그때 생긴 부기는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야 내렸다.그녀는 어두운 안색으로 뒷걸음질 쳤고 정아리는 기세등등해서 신발을 휘둘렀다.“이 집 신발 탄력이 아주 죽이네. 누구 뺨을 때리면 엄청 시원하겠어.”소이진은 겁먹고 입을 다물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던 도유라가 앞으로 나섰다.“지금 누구 얘기를 하는 거예요?”“누가 흥분하면 누구 얘기를 하는
서은봄은 당황한 것도 잠시 춤추며 배웠던 대로 낙법을 쳤다. 그녀가 허공에서 몸을 돌려 안전한 자세로 넘어지려던 때 힘 있는 손이 다가와서 허리를 잡아줬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은 붕 떠올랐고 발도 바닥에서 떨어져 누군가에게 안기게 되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그녀는 일주일이나 사라졌던 남자를 발견했다.백화점의 조명 아래에서 도유검의 머리카락은 잔머리 하나 없이 깔끔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은 마치 신처럼 위대했다.그는 오늘 검은색 셔츠에 은색 넥타이를 맸다. 정장은 약간 캐주얼한 디자인이었는데 은색 손목시계와 함께
도유검은 밤새 F국으로 날아간 것 같았다. 영상 속에서 그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끄러운 인파 속에서 혼자 조용히 서 있었다.서은봄을 한숨을 쉬었다. 그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혼하기는 틀린 것 같았다.이때 그녀는 정아리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지금 돌아오지 마.]반 시간 후 그녀는 이제 괜찮다는 정아리의 문자를 받은 다음에야 집에 돌아갔다. 그녀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황급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도원그룹 사람이 찾아왔었어. 이것 봐.”정아리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 위에는 명함과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전화를 끊은 서은봄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운전대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원하는 대답을 들었는데도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눈시울은 또다시 붉어졌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제야 목에 걸린 카메라를 발견했다.그녀는 도유검의 선물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이 카메라는 있는 줄도 모르고 가져온 것이었다.‘깨어나면 Cash한테 어떻게 연락했는지 물어보려고 했더니...’서은봄은 카메라를 벗어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차 없이 길가의 쓰레기통에 던졌다.다시 문을 닫은 그녀는 엑셀을 밟고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소이진은 이를 꽉 악물고 애꿎은 소파에 주먹질했다.서은봄은 정아리의 중고차를 타고 이곳에 왔다. 도유검이 쫓아갔을 때 그녀는 이미 차를 타고 사라진 다음이었다.열이 내리지 않은 채로 밖에 나온 도유검은 찬 바람을 맞고 몸을 휘청거렸다.“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진지한은 그늘에 세워놓은 차에서 달려 나왔다. 서은봄이 다녀간 것을 보고 그는 부쩍 시름을 놓았다.사실 그는 진작 이곳에 도착했었다. 한 시간 알람을 맞춰 놓고 잠깐 눈을 붙인 그는 한 시간 뒤에서 서은봄의 차가
서은봄은 피식 웃으며 걸어가더니 빗자루를 잡은 손을 휘둘렀다.“꺄악!”빗자루는 소이진의 팔뚝에 떨어졌고, 깜짝 놀란 그녀는 물건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탁! 탁! 탁!빗자루는 반복해서 그녀의 몸에 떨어졌고, 그녀는 소리 지르며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서은봄이 갑자기 빗자루를 휘두를 줄은 그녀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빗자루에 맞은 곳이 화끈거리며 아프다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머리를 감싸더니 악에 받쳐 외쳤다.“서은봄 당신 미쳤어요? 당장 그만두지 못해요? 당신이 무슨 주제로 날 때려요?!”“왜
이건 서은봄이 9살 때 도유검이 선물로 준 것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인형 뽑기 하러 간 적이 있었고, 거의 40만 원을 썼는데도 키링 하나 뽑지 못했다.서은봄은 도유검의 기술이 형편없다고 비웃었고, 도유검은 기계 설정 탓이라고 둘러댔었다. 서은봄이 믿어주지 않는 것을 보고 승부욕이 강한 그는 결국 인형 뽑기 기계를 사 왔고 100%의 뽑기률을 보여줬다.그가 뽑은 인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파에 한가득 쌓였고, 서은봄은 좋으면서도 아닌 척 그가 인형 뽑기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투덜댔다. 후에 그는 확률을 설정하는
“그게 무슨 뜻이야?”도유검의 숨결이 피부에 닿는 탓에 서은봄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알아서 생각해!”도유검은 답답한 듯 서은봄을 밀어냈다. 자칫 넘어질 뻔한 그녀는 한참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았다.그녀는 도유검은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약 가지러 갈게.”그녀는 금방 따듯한 물과 해열제를 가져와서 도유검을 일으켰다.“해열제는 먹었어?”도유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열제는 많이 먹으면 안 되기에 그녀는 해열제를 빼내고 소염제를 먹였다. 그러고 나서 또 그의 이마를 만져봤다.“해열제를 먹었는데도 왜 열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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