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기대 어린 시선에 훈이는 조금 어색해졌지만, 그는 정말 남에게 업히는 버릇이 없었다.윤이와 다르게 훈이는 엄마 외에는 다른 사람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훈이의 윤이처럼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훈아?”선희가 그를 부르자, 훈이는 얼른 답했다.“할머니, 얼른 가요. 더 늦으면 엄마를 따라잡기 힘들 거예요.”훈이의 대답을 들은 선희는 그를 업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그래 뭐, 손이라도 잡는 게 어디야.’반짝이가 달린 외투를 입고 있어서 아이가 등에 업히면 불편했을 것이었다.그래서 선희는 포기하고 훈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더 이상 업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 어린 훈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공항 출구.인철과 두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인지 인철은 참을성 없이 물었다.“착륙한 지가 언젠데, 얘는 왜 아직도 안 나와?”옆에 있던 운전기사가 급해하는 인철을 보며 위로했다.“급해하지 마세요. 설이 곧 다가오니 챙겨오신 물건이 많으신가 봅니다. 짐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리나 봐요.”기사의 말을 들은 인철도 그렇다고 생각이 되어 더 이상 너무 급해하지 않았지만 조급함은 숨길 수 없어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몇 분 지나자, 옆에 있던 운전기사가 갑자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어르신, 저기 윤아 아가씨 아니에요?”딸의 이름이 들려오자, 인철은 얼른 고개를 돌려 그가 말한 방향을 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익숙한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난 왜 안 보이지?”“저기요!”기사가 손끝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지만, 인철은 여전히 딸을 발견하지 못했다.운전기사에게 눈이 어두워 잘못 본건 아닌지, 운전기사로 일하는 게 위험하지 않은지 물어보려고 한 찰나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그 사람을 보자 인철의 눈에 웃음이 서렸다.진수현.곧 인철은 수현의 등 뒤에 업힌 여자아이를 보았다.자기 딸이 아닌가.인철은 말문이 막혔다.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어
인철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마주하자, 윤아는 바로 그의 걱정을 눈치채고는 수현에게 말했다.“거의 다 왔어. 얼른 나 내려줘.”수현은 오히려 그녀를 더 꼭 붙잡고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답했다.“거의 다 왔으니 그냥 이대로 가. 어차피 몇 발 차이도 안 나는데, 차에서 내려줄게.”“아니야. 아빠를 봤어.”“정정해야지, 우리의 아버지야.”윤아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계속 이렇게 가면 아빠가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 계속 물어보실 거야.”말을 들은 수현이 잠시 멈칫했다.“지금 나를 내려준다면, 아빠도 그저 장난이구나 생각하고 더 이상 묻지 않으실 거야.”그녀가 힘들까 봐 차까지 태워주려고 했던 수현은 그녀가 다른 상황에 더 난감해하는 것을 느끼고 생각을 바꿔 내려주었다.“그럼, 지금 내려줄까? 혼자 걸을 수 있겠어?”“원래도 혼자 걸을 수 있었거든, 수현 씨가 굳이 나 업어주겠다고 해서 그랬지...”수현은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그래서 너를 업은 게 내 탓이야?”“응, 수현 씨 탓이야.”윤아는 당당하게 그를 질책했다.“누가 업어달래? 얼른 내려줘. 더 가까이 가면 아빠가 물어보실 거야.”거리가 더 점점 더 가까워지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춰 그녀를 내려줬다.발이 땅에 닿자, 윤아는 수현과 얼른 거리를 두었다.그녀의 모습을 보며 수현은 참을 수 없이 불평했다.“양심 없어.”윤아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없으면 없는 거지 뭐.”윤아는 가방을 고쳐 매고 옷매무시를 정리하고는 수현의 손을 잡아끌었다.“얼른 가자.”인철은 자기 딸이 몸이 안 좋아 수현에게 업혀서 온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던 찰나에 스스로 내려오는 윤아를 목격했다.내려와서도 똑바로 잘 서 있었는데 어딘가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마침, 옆에 있던 운전기사가 말했다.“어르신, 윤아 아가씨 남편께서 아가씨한테 엄청 다정한 것 같아요.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걷지 못하게 하느라 업고 다니니 말이에요.”
“공주.”인철이 눈가를 붉히며 딸의 애칭을 불렀다.울컥하는 듯한 인철의 목소리에 윤아는 목구멍에 뭔가 막힌 듯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윤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팔뚝이 꽉 조여오며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인철의 품에서 끌려 나왔다.익숙하지만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다른 숨결이 느껴졌다.윤아가 멈칫하며 고개를 들자, 수현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말투에는 불만이 서려 있었다.“몇 살이길래 아직도 아빠를 부르며 울어?”말을 마친 수현이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윤아가 난처해하며 눈을 깜빡였다.품이 갑자기 비어버린 인철은 그 장면을 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수현을 보며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저 나쁜 새끼.’겉으로 보기에는 윤아를 걱정해서 아이라고 꾸짖으며 아빠를 붙잡고 운다고 했지만, 실제로 수현은 윤아가 다른 사람과 많은 스킨십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인철은 사위의 질투심이 이렇게 커, 장인인 자신까지 질투할 줄은 몰랐다.생각을 마친 인철은 윤아를 당당하게 끌어안는 수현을 보았다.윤아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 듯 그의 품에 안긴 후 그에게 기대기까지 했다.‘흥, 나쁜 자식! 공주를 뺏어가다니!’옆에 있던 두 운전기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윤아 아가씨, 가족들 다 함께 오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다른 사람들은요?”가족 얘기를 꺼내자, 윤아의 얼굴이 붉어졌다.“저희가 먼저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곧 나올 거예요.”과연 그녀가 말을 마치자, 진태범과 이선희가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딸에게 모든 관심을 쏟던 인철은 진태범과 이선희 그리고 쌍둥이를 보자 시선을 뺏겨 더 이상 윤아에게 관심을 줄 틈이 없었다.어른들끼리 할 얘기도 있고, 아이들도 놀아줘야 하고 바빠서 틈이 없었다.중간에 끼인 윤아와 수현은 자연스럽게 옆에 방치되었다.인사말이 다 오간 후에야 모두 차에 올라탔다.어른들끼리 할 얘기
집으로 들어서자, 윤아는 외국에 왔다는 느낌을 하나도 못 받았다. 음악과 익숙한 얼굴들을 보니 마치 여전히 국내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윤아야, 왔니?”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별 인상이 없는 윤아였지만 사전에 본 사진으로 인하여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 그녀와 포옹하며 인사했다.“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화연도 윤아가 기억을 잃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아의 입에서 익숙한 호칭과 인사를 듣자, 가슴이 먹먹해졌다.전에 윤아가 화연을 부릴 때, 말투는 다정하고 표정은 사랑스러워 정말 딸 같았다.화연은 오랜 세월 아들 하나뿐이었다. 비록 아들도 그녀에게 잘해주었지만, 성별이 다름으로 인해 많은 상황에 차이가 났다.그리고 남자의 마음은 항상 여자보다 섬세하지 못했다.화연의 아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월급을 그녀에게 줬고, 명절에도 각종 선물을 주었지만, 아들은 결국 아들이었다. 그는 화연의 옆에 누워 마음속의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그래서 화연은 항상 딸을 갖고 싶어 했다.다만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 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재혼할 계획은 없었다.나중에 인철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 생각이 비슷했고 자녀는 하나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었지만, 윤아를 만난 이후로 화연은 정말 윤아를 자신의 딸처럼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윤아를 키운 적이 없으니, 그녀의 엄마로 지내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뻔뻔하다고 느껴졌다.윤아가 항상 아주머니라고 불러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잘 지냈어.”화연이 윤아의 손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옆에 있던 수현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수현 씨 맞죠?”수현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윤아와 마찬가지로 아주머니라고 불렀다.이어 다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시작했다.식사하는 시간 내내 대가족은 화기애애했다.윤아는 눈앞의 훈훈한 분위기를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영원히 이대로 살아가도 좋겠다고
윤아가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눈치챈 화연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놀렸다.“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졌어?”윤아는 그저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수현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으며 답했다.“뻔뻔하지 못해서 그래요.”윤아가 뾰로통하며 그를 밀어냈다.이어 화연이 그들을 데리고 윤아가 전에 머물던 방으로 향했다.“오늘 하루 비행기 타느라 힘들었을 텐데 일찍 쉬어. 아줌마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말을 마친 화연이 몸을 돌려 떠났다.윤아가 돌아섰을 때, 수현은 이미 그녀의 방문을 열고 있었다.평소에 윤아가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기에 방안은 매우 단출했다. 그녀의 물건은 별로 없었고, 꽃병과 장식품 같은 것은 모두 화연과 인철이 그녀를 위해 사둔 것이었다.옷장 안에는 그녀의 옷이 있었지만, 모두 새것이었다. 잠옷마저 새것 그대로였다.물건이 많지 않아 윤아는 옷장을 열고 수현에게 물건을 모두 한쪽으로 밀라고 한 뒤 트렁크에서 평소에 입던 옷가지를 모두 꺼내 걸었다.“내가 할게.”그녀가 두 벌을 걸어둔 이후, 뭘 하려는지 눈치챈 수현이 나섰다.“내가 할게.”“아니야.”옷 정리하는 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 윤아는 수현의 제안을 거절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수현이 그녀의 손에서 옷걸이를 빼앗아 들며 말했다.“내가 하면 돼. 너는 먼저 가서 씻어.”윤아가 멈칫하며 그의 손에 들린 옷걸이를 바라보았다.“할 줄 알아?”말이 끝나자, 수현은 윤아의 이마를 살짝 건드렸다.“이렇게 간단한 일을 내가 왜 못해? 얼른 씻고 와, 어깨 결린다며. 따듯한 물로 풀어주는 거 잊지 말고.”수현이 언급하지 않았으면 잊었을 일이여서 윤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네가 해. 난 먼저 씻을게.”윤아는 잠옷 하나를 고르고 욕실로 들어갔다.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수현을 한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임을 확신한 윤아는 그제야 마음 놓고 담담히 욕실로 들어갔다.비행기에서 자고 깨나 결렸던 어깨는 따듯한 물로 찜질하자 많이 나아졌다.
“태블릿?”문밖에 있는 수현은 왜 그런 물건이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는 말투로 되물었다.수현은 윤아가 어떤 옷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태블릿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수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가가서 재차 질문했다.“뭐가 필요하다고?”태블릿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민망했던 윤아는 수현이 다시 한번 되물을 줄은 몰랐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답했다.“태블릿 가져다줘. 영화 보고 싶어.”수현은 밖에서 침묵을 지키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샤워할 때 영화를 봐?”윤아는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반신욕 하고 있어. 얼른 태블릿 좀 가져다줘.”반신욕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자, 밖은 또 한참 조용해졌다.이어,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깜짝 놀라며 수현이 볼까 봐 무의식적으로 몸을 욕조 안으로 더 움츠렸다.아니나 다를까, 욕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욕실 문이 열리더니 수현이 들어왔다.“뭐해?!”비록 평소에도 스킨십을 하지만, 윤아는 반신욕을 할 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욕실에 들어선 수현은 욕조에 누워있는 윤아를 발견했다. 그를 피해 통째로 욕조에 움츠러들어 가서 머리만 위로 내밀고 있었는데 어깨조차 보이지 않았다.욕조의 물에도 부력이 있기에, 윤아가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을 들여야 했다.그녀는 욕조 가장자리에 손을 올렸는데 손에 물기가 있어 버티기 힘들었다. 심지어 물은 그녀의 얼굴까지 차올랐다.곧 물이 그녀의 입가까지 가려고 하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어 두말없이 그녀를 물에서 건져 올렸다.물속에 있어 거절할 틈도 없이 수현의 힘까지 더해져 윤아는 그저 무참히 그에게 건져졌다.윤아는 그에게 보이기 싫어 물속에 들어갔던 것인데, 다 보여주고 심지어 닿기까지 했다.“뭐 하는 거야!”윤아가 가슴을 가리며 약간 화난 말투로 쏘아붙였다.그녀의 반응에 수현은 어이가 없었다.“됐어. 어디를 내가 안 보고, 안
윤아가 거절하기도 전에 수현이가 단추 몇 개를 풀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제야 그가 같이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자고 한 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나 혼자 하면 되니까 내 패드나 갖다 줘.”수현이는 못 알아들은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심심하지 않아? 내가 같이 있으면 패드 볼 필요 없잖아.”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마음은 정말 고마웠지만, 그녀는 사실 패드를 더 원했다.그리고 수현이가 단순히 목욕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한 것을 말해버렸다. "너가 그냥 목욕 같이해준다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고?”그녀의 말을 듣고 수현이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더니 입꼬리를 치켜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다른 꿍꿍이 있다는 거 많이 티 났나?”말이 끝나자 그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어디론 가에 떨어졌다.윤아는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했지만, 가라앉기도 전에 수현이에게 팔이 잡혔다."우리 이미 부부인데 이렇게 숨어서야 하겠어?”"그래도 이렇게 보여주긴 싫으니까 놔줘.”"안 놔.”그는 큰 손으로 윤아의 연한 살을 움켜쥐고 말했다. "나랑 같이 몸 담그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안 놓을 거야.”그는 말로는 그녀의 허락을 구하는 것 같았지만, 옷을 벗은 손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의 셔츠를 이미 벗어버렸다.그리고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이렇게 벗었는데, 네가 담그지 말라고 하면 감기 걸릴 것 같은데?”"너, 너!”그의 벌거벗은 모습과 뻔뻔한 표정을 보고 윤아는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 너라는 말을 한참 동안 하다가 결국 한마디 뱉어냈다. "안돼, 너는 담그면 안 돼, 너는 아직 깨끗하게 씻지 않았어.”"그래." 수현이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깨끗이 씻으면 같이 담글 수 있다는
윤아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팔이 또 수현이한테 잡혔다. 그녀는 수현이에게 끌려 그의 품으로 옮겨졌고, 등은 그의 따뜻한 가슴에 닿았다."너...”윤아는 긴장해서 몸부림치려고 했지만, 수현이는 그녀를 힘껏 껴안았고, 팔은 마치 쇠사슬처럼 그녀의 몸에 감쌌다.그녀의 귀 뒤쪽에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피하지 마."수현이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귀에 닿아 귓속말로 말했다."그냥 가만히 안고만 있을 테니까 피하지 마. 더 피하면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그의 말은 그녀를 위협하는 것 같았다.튀지 않으면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지만, 피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그를 탓할 수 없다.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가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라는 생각에 그의 품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응.""약속할게.”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이런 목소리로 장담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믿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윤아는 그를 믿지 않았다. 근데 생각과는 다르게 긴 시간 동안 그는 정말 그녀를 안고 있었을 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 하나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윤아는 갈수록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여기는 우리 아버지의 집인데, 만약 정말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무 이상하겠지?'다행히도, 수현이는 약속을 지켰다.그래서 윤아는 완전히 긴장을 풀고 그에게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뜨거운 물이 온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현이의 몸을 등받이로 하니, 이전의 욕조와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편했다.그녀는 수현이가 그렇게 열정적이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럽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그거로 생각하며 슬쩍 웃었다.두 사람이 욕조에 20분 가까이 몸을 담그자, 수현이가 이제 나가자고 제의했다.겨울에는 아무도 이런 따뜻한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윤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현이의 말을 듣고 그녀는 그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