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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화

육재원은 윤슬의 소꿉친구이며, 전형적인 재벌 2세이다.

육재원은 떠보려는 듯 윤슬의 생각을 물어봤다. “정말 마음먹은 거야?”

“한 번도 이렇게 제정신인 적 없어.” 윤슬은 집에서 나오자마자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원래 예쁜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해져 오랜 세월 어두운 그림자가 없어지고 환해졌다

육재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평생 떨쳐내지 못할 줄 알고 6년 동안 네 걱정 많이 했어. 근데 너는 그 쓰레기 같은 남자가 왜 좋아?”

윤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네가 빨리 깨달은 게 다행이다. 앞으로 6년 더 있었으면 넌 이미 할머니야. 육재원은 농담을 하며 말했다. “네가 늙어서 쫓겨나면 내가 네 옆에 있어 주려고 했어. 우린 죽마고우잖아.”

윤슬이 육재원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놈의 입방정!”

“아 맞다. 네가 부탁했던 이혼 합의서야, 한번 확인해 봐.”

윤슬은 이혼 합의서를 훑어보며 말했다. “부시혁것은 아무것도 안 가져갈 거야. 지금까지 부시혁한테 빚진 것도 없고, 앞으로도 평생 빚질 일 없어.”

윤슬은 망설임 없이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시원스러운 윤슬을 본 육재원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털끝만큼의 미련도 없네.”

윤슬은 볼펜 뚜껑을 닫고 말했다. “이제 인민 병원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누님~”

인민 병원 꼭대기 층은 VIP 환자 전용이다.

윤슬은 1203호실 문을 노크한 후 병실로 들어갔다.

병상에 있던 예쁘게 생긴 여자가 놀란 듯 이불 속에 숨어 글썽이는 눈으로 윤슬을 보고 무서워했다.

부시혁의 표정이 굳어지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왜 왔어?”

윤슬은 가방에서 이혼서류를 꺼내 부시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인만 받고 바로 갈 거예요.”

부시혁이 이혼서류를 보고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이혼하려고?”

“그럼요?” 윤슬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온화하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6년 동안 참 힘들게 했네요. 이제 이혼 합의서에 사인만 하면 벗어나는 날 수 있잖아요?”

부시혁은 윤슬이 이번에는 어떤 수작을 부리는 건지 몰라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때, 병상에 누워있던 고유나가 힘없이 말했다. “시혁아..."

고유나의 목소리는 마치 무언가 암시하는 듯했다.

부시혁은 고유나와 윤슬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하자. 유나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우선 집에 가 있어.”

윤슬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진심이에요. 어차피 고유나 씨 집으로 들어올 건데 당신들 눈에 거슬리지 않게 제가 나가주면 되지 않아요?”

“윤슬!” 부시혁은 윤슬의 행동에 더 이상 참치 못 하고 소리를 질렀다.

“고유나씨가 보고 있잖아요. 설마... 제가 좋아져서 이혼하기 싫은 거예요?” 윤슬이 매혹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고유나는 불쌍한 눈빛으로 부시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시혁아... 어떻게 된 거야?”

윤슬은 부시혁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사인할게!” 부시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윤슬은 흐뭇하게 웃으며 사인을 받고 미련 없이 병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6년의 결혼 생활과 8년의 사랑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슬프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윤슬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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