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지하공간에서, 마치 교룡이 풍운을 휘젓듯이 두 사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반짝였다. 스스로 빛을 내는 수많은 반딧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게 만들었다.반딧불은 공격 수단은 없지만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보통 사람이라면 그것들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도 서현우와 홍세령은 속도 면에서는 뛰어났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의 수확은 많지 않았다.반딧불의 속도가 빠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기 나침반에 적합한 것이 아주 적기 때문이었다.반딧불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 보였지만 대부분이 녹색이다. 푸른색도 아주 적어서 백 마리 중에 한 마리도 되지 않았다. 더 고급인 노란색은 말할 것도 만 마리 중 한 마리도 되지 않았다.반딧불의 색깔을 분별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한나절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각각 100여 마리의 푸른색 반딧불을 잡았는데 노란색은 몇 마리밖에 없었다.빨간색은 더더욱 보지도 못했다.서현우는 약간 불만이었지만 홍세령은 이미 흥분해 마지 않았다.푸른 반딧불도 영기 나침반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수라계에는 수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지만, 많은 기회들은 운이 있어야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숨겨져 있었다.영기 나침반이 있으면 수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것과 같다.그러나 영기 나침반은 너무나 희귀해서 실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영기 나침반 100여 개의 가치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물론 홍세령은 절대 내다 팔지 않을 것이다.‘이 물건은 선물로 해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설마 홍색의 반딧불은 없단 말이야?”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어떻게 없을 수가 있어? 홍색의 반딧불은 반딧불 일족의 왕이라고 할 수 있어. 덩치도 훨씬 크고, 자신은 먹이를 찾을 필요도 없어. 다른 반딧불이 먹이를 모아 오면 잘 즐기기만 하면 돼.”번산이 말했다.“홍색의 반딧불이 가장 있을 만한 곳은 저 큰 나무의 뿌리야.”서현우는 그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를 보자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먼저
서현우는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번산 이 능구렁이가 틀림없이 자신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그러나 계약이 작용하지 않게 되기 전에는, 번산이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이것은 서현우가 감히 모험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었다.“부귀와 영화를 위해서 모험을 할 만하지요”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면서 말할 필요도 없이 이미 상대방의 결정을 알고 있었다.한참 동안 휴식을 취해 실력을 회복했다.두 사람은 각자 경계하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이 나무는 정말 너무 커.’‘일찍이 용국 경성에서 가장 높은 빌딩도 이 큰 나무 앞에서는 부끄러워질 정도로 전혀 비교할 수가 없어.’‘방대한 줄기가 꾸불꾸불 이어지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그러나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갔어도 여전히 큰 변고는 없었다.번산은 오히려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고, 영혼의 기운도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려웠다.“저게 뭐지요?”홍세령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서현우가 시선을 집중해 보면서 동공이 수축되었다.큰 나무 아래 구불구불한 용처럼 굵고 높이 솟은 나무 뿌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멀리 떨어져 있지만 머리가 주뼛 설 정도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신의 경지야!’‘절대 신의 경지 이상의 존재야!’“극... 극영...”홍세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고 서현우에게 도망치자고 말하려고 했다.서현우가 말했다.“당황하지 말아요. 저 강자는 죽었을 거예요.”“죽었어요?” 홍세령은 멍해졌다.“극락 선조가 천림곡을 봉인한 지 3만 년이 되었어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이 안에 들어올 수 없었지요...신급 강자의 수명이 얼마나 됩니까?”“만년요.”홍세령은 응답하면서 문득 크게 깨달았다.‘입도경은 300년의 수명을, 생사경 500년, 진아경 800년, 주제경 천년, 지존경 9,999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어.’‘신급 강자라 해도 1만 년에 불과해!’‘이건 농담이 아니야.’신급의
“헉... 으으... 으으... 으하하하...”갈라진 웃음소리가 점점 우렁차게 변하면서 마지막에는 온 지하세계를 진동하게 만들었다.용솟음치는 광폭한 힘의 파동이 그 몸에서 폭발하면서 마치 천지를 파괴하는 듯했다.서현우와 홍세령은 동공이 수축되면서 가슴이 떨렸다.“신경 후기, 절대적인 신경 후기야!”서현우는 신급의 강자와 접촉한 적이 없지만 홍세령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자신의 스승인 천잔노인은 신경 중기의 강자였지만, 기운이 이렇게 무서운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번산?”놀란 서현우도 억지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소리쳤다.“나야.”웃음소리가 잦아들면서, 이 사람의 득의양양 하면서 음미하는 듯한 그윽한 눈길이 서현우를 향했다.서현우는 숨을 들이쉬었다.“네가 나를 여기에 오게 한 게 과연 꿍꿍이가 있었어.”홍세령은 온몸에 한기를 느끼면서 물었다.“저 사람은 누구입니까?”“한 마디로 다 말할 수가 없어요.”서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번산에게 말했다.“그게 너의 몸이야?”“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어.”손을 들어 보던 번산은 여전히 마음속의 기쁨과 격동을 참지 못하고 다시 크게 웃었다.“이 몸은 극락이 참한 세 시신 중의 하나야.”“세 시신? 그게 뭐야?”서현우는 이해하지 못했다.홍세령이 오히려 비명을 질렀다.“세 개의 욕망을 베어 수행을 완성했군요!”“아가씨는 식견이 좀 있네. 그런데 네 사부는 아직 이 경지를 접하지 못했지? 너는 어떻게 알았어?” 번산은 흥미진진하게 홍세령을 바라보았다.홍세령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선배님은 도대체 누구세요?”번산은 홍세령을 무시하고 서현우에게 말했다.“자식, 잘 들어. 세 개의 시신은 바로 선, 악, 그리고 집착이야. 세 가지 욕망을 없애고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거지. 만고 이래로 범인의 영역에서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가는 방법이야.” “그 당시 극락은 신경의 정점에 이르렀지만, 이미 끝까지 가도 더 이상 돌파할 수기 없었어. 그는 세 개의 세 가지 욕망을
“안 되는 것도 아닌데.”번산은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자아내며 대단히 자신만만한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너는 어떻게 나에게 감사할 거야?”그가 보기에 자신은 지금 악의 몸을 얻었으니 이미 천하무적이다.노복이 지구에서 비바람을 일으킨 것은, 순전히 지구에 신경의 강자가 많지 않아서 실력으로 그를 깔아뭉갤 수 없었기 때문이다.지금의 번산이 상대한다면, 노복이 상고시대의 전성기였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이렇게 판단해 보면, 노복이 서현우의 몸에 남긴 사악한 기운을 번산이 제거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어떻게 감사를 받기를 원해?” 서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번산의 자신감과는 달리 서현우는 이에 대해 아무런 신심도 없었다.‘지금의 번산이 비록 강해서 무적이라고 할 수 있어.’‘그러나 노복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오래된 존재의 몸에서 벗겨진 한 가닥의 기운이야.’‘그 이름은 입으로 말을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억압을 받게 돼.’‘번산이 과연 혈악의 힘과 어우러진 사악한 기운을 벗겨낼 수 있을까?’그러나 어쨌든 서현우는 시도해보고 싶었다.실패해도 예상했던 일이기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만일 성공한다면 그것은 의외의 기쁨이다.지금부터 내가 주도하겠어!번산이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노부가 동쪽을 말하면 너는 서쪽을 말하면 안 돼. 노부가 네게 시키면 시킨 대로 해야 해. 만약 말을 듣지 않는다면, 노부는 네게 죽는 것보다 못한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이 있어!”서현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이 늙은이가 이제 천하를 제패할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되니, 진정한 성품을 드러내기 시작했어.’‘나쁜 생각하고 어떻게 잘 어울리겠어?’그동안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영혼의 상태가 서현우에게 의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그는 공생계약에 얽매여 있어서 서현우를 죽일 수는 없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온갖 고통을 받게 해서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고, 죽는 것조차
이런 변화에 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서현우도 멍하니 지켜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멀쩡하던 무적의 신경 후기가.’‘툭 소리와 함께 없어졌어.’“왜... 왜... 왜 이런 거야?”번산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치 지혜도 악의 몸과 함께 붕괴되어 멍청해진 것 같았다.“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서현우는 땅의 썩은 살을 가리키며 말했다.번산은 무너졌다.‘X발, 신한테 유통기한이라니.’‘무슨 생산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저건 신경 단계의 절정이었던 극락의 세 가지 욕망의 시체 중 하나야!’“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어.”멍했던 홍세령도 이제는 반응하며 말했다.“세 시체도 생명체의 하나예요. 1만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천도의 규칙이지요. 극락 선조가 세 시체를 참수한 지 적어도 2만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붕괴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예요.”말하면서 홍세령은 여우는 번산을 쳐다보았다.“선배님은 극락 선조의 악념입니까? 그런데 왜 당신은 붕괴되지 않았나요?”홍세령은 사실 번산의 신분을 의심해서, 극영이 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나 극락 선조의 악의 몸에 융합될 수 있었던 것이 양자가 확실히 같은 뿌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그렇지 않을 경우 전혀 융합될 수 없어.’‘영혼체도 생명 에너지의 구현인데, 그는 어떻게 만년의 한계에서 벗어났을까?’번산은 대답하지 않고 줄곧 나지막한 소리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불확실하게 왜곡되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서현우가 의혹을 풀어 설명했다.“그가 극락 선조에게 봉인된 곳은 시간의 규칙에서 벗어나 있어서, 계속 썩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을 거예요.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당연히 죽음도 없게 된 거지요.”홍세령의 의혹이 풀렸다.‘규칙이란 영역의 진일보한 진화야.’‘그러나 시간의 규칙은 천지에서 최고 규칙의 힘의 하나로, 아무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시간 규칙과 병렬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은데
“승낙만으로는 부족해. 너는 심마 서약을 해야 해.” 서현우가 말했다.번산은 눈이 찢어질 듯이 말했다.“자식, 너 그건 노부의 인품을 믿지 않는 거야!”서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믿지만, 소위 친형제 사이에도 계산을 분명히 한다고 하잖아. 계약의 방식으로 너와 나를 더 안심시킬 수 있어.”“그래! 노부가 맹세하면 되는 거지!”번산은 이를 갈며 미워했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마음이 씁쓸했다.이것도 서현우를 탓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먼저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이제 도끼로 자기 발을 찧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맹세를 마친 번산이 다시 서현우에게 돌진했다.“잠깐.” 서현우가 말했다.“개X의 자식, 노부가 이미 심마 맹세도 했는데, 너는 또 왜 그래? 정말 노부와 함께 죽고 싶어?”번산의 영혼체는 이미 두 팔도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극락에 의해 벗겨진 뒤에 암흑천지에 봉인되었는데, 서현우를 따라간 지 얼마나 되었어?’‘아무것도 즐기지 못했어.’세상 사람들은 아직 번산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이렇게 존재감 없이 죽는 것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긴장하지 마, 그냥 묻고 싶은 거야. 정말 홍색 반딧불이 있어?”“있어! 숨어 있을 뿐 웬만하면 나타나지 않지만, 노부에게 그것을 끌어낼 방법이 있어.” 번산이 얼른 말했다.서현우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신념의 장벽을 없앴다.“들어와.”다음 순간, 몸통도 있는 듯 없는 듯한 번산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서현우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아...”서현우의 머릿속에서 피바다에 잠긴 번산이 편안한 소리를 냈다.피바다의 세척을 받으면서, 거의 붕괴되었던 그의 영혼체는 견고해졌다. 비록 두 손과 두 발은 여전히 자라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명을 지켰다.번산의 목소리에 서현우는 머리카락이 주뼛 서면서 자신이 깨끗하지 않다고 느껴졌다.“늙은이, 감히 또 이런 소리를 낸다면, 너와 함께 죽어버리겠어!”
“사령관님, 이건 적국에서 온 투항서입니다. 땅 3000km를 내준다는 조건으로 우리가 철수하길 원합니다.”“우리 용국을 도발하더니 군사들이 죽어나가니 땅 3000km를 내주고 살려 달라? 웃기지도 않는군!”용국 남강 변강의 전략 회의실에서 10명의 장군들이 군복을 입고 예리한 눈빛을 하고 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주시했다.이 사람이 바로 남강의 총사령관 서현우다.6년 전 범죄자의 신분으로 남강에 도착하여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다져 6년 만에 9개의 적국을 무찔러 적들 사이에서 명성이 대단한 남자였다.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에는 스물여섯의 나이의 젊은 나이에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톡, 톡, 톡...서현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릴 뿐이었다.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대가 굴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의 항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쾅!바로 이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에게로 향했다.여인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잘 빠진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그녀는 서현우의 심복 중 한 명인 홍성이었다.홍성이 빠르게 걸어오는 모습에 서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결론이 난 모양이군.’“보고드립니다!”홍성은 그에게 다가와 경례를 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서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오랫동안 그를 따른 홍성의 처음 보는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사령관님, 중연시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여동생분께서...”서현우는 벌떡 일어나 비장한 눈빛으로 물었다.“내 여동생이 왜?”홍성이 이를 악물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쉽사리 사진을 꺼내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화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연시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꺼내.”서현우가 명령했다.“네...”홍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사진을 꺼냈다.사진을 받
중연시 공항.“빨리! 행동 더 빠르게!”무장을 한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방어태세를 갖췄다.그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받고 긴급 출동하여 공항을 엄호했다.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것이 왔다!전투기가 회오리를 뚫고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서현우는 홍성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이어 그는 병사들이 총구를 자신에게 묘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비켜!”홍성의 수려한 눈빛에 살기가 흐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변방에서 살육을 행하던 그녀에게서 흐르는 살기에 모든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령관님!”천우성이 얼른 달려가 서현우의 앞에서 깍듯이 예를 갖추고 서현우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어렵게 입을 열었다.“중연시 총독인 천우성이라 합니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쩐 일로 남강에서 오셨습니까?”홍성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철수해요. 차를 준비시켜 사령관님을 제1병원으로 모셔요!”“그게...”천우성이 고개를 살짝 들어 서현우의 안색을 살폈다.그 눈짓 한 번에 그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서현우의 눈빛은 마치 피바다를 연상케 했다.홍성이 다시 엄격하게 말했다.“어서요!”“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셔야죠. 얼른 돌아가서...”천우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홍성이 그를 향해 발길질했고 천우성은 그대로 자빠졌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담아 다시 명령했다.“얼른 차 대기시켜!”척!!!수백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홍성에게 조준했다.“서현우 님!”일촉즉발의 상황에 누군가 등장했다.천우성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도착한 사람은 이천용이었는데 금용 감찰사의 총독으로서 전장 구역을 감찰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서현우가 이천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에겐 낭비할 시간 없어. 얼른 차 대기시켜.”이천용은 바짝 말라가는 입으로 말했다.“걱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