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네가 뺏어갔어. 축하해. 이번에도 네가 성공했어.”소일심은 3년간 사랑했던 연인을 양보했다.그때 결심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기로. 그런데 갑자기 여섯 살 난 아들이 나타나 달콤한 말로 “집에 가자”라고 속삭였다.눈앞의 멋지고 돈이 많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인 “남편”앞에서 소일심은 말했다. “남자 때문에 아파봤으니 앞으로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아.”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이 말했다.“그런 쓰레기와 날 비교하지 마!”“......”육회장이 시크하고 금욕하여 낯선 사람들은 가까이 가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 남자가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짐승의 탈을 쓴 사람 같은 지 소일심만 알고 있다.
View More병실은 적막만 가득했다.공기는 그렇게 얼어붙었다.천우진과 심문헌은 넋이 빠진 채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루카스는 육현경이에요.”소이연은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어떻게 알았어요?”천우진은 금세 침착을 되찾으며 물었다.“친자 검사했어요.”육민이 갑자기 말했다. 아마도 엄마의 기분이 별로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루카스가 아빠랑 다르게 생겼지만 느낌이 똑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랑 같이 자라서 한눈에 알 수 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가 몰래 친자 검사했어요. 그후에 엄마도 알아채고 다시 한번 친자 검사했더니 우리 아빠였어요.”육민은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천우진은 침묵하다가 물었다.“당신이랑 육민이 아닌 루카스와 육민을 검사한 거예요?”“네.”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우진은 여전히 놀랐다.“육현경은 죽은 거 아닌가요? 그가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살아 있었어요.”“그럼 왜 다른 사람의 신분을 쓰는 거죠? 살아 있는데 왜 찾아오지 않은 거예요?”“어쩌면 기억을 잃었을 수도.”그녀의 대답에 천우진은 다시 한번 침묵했다.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그자가 육현경이라서 포기 못 하는 건가요?”소이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만약 육현경이 아니면 이렇게 하지 않을 그녀였다.천우진은 그녀를 어떻게 설득할지 몰라 심문헌만 바라보았다.그는 누구보다도 힘들어 보였다. 지금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아마 심문헌일 것이다.“혼자 있고 싶어요.”소이연은 그들의 생각은 관심도 없는다는 듯이 말했다.누구도 그녀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었다.사랑은 당사자만 알 수 있었다.“그럼 돌아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그래요.”천우진은 떠나면서 심문헌을 돌아보았다.“아직도 안 가요?”심문헌은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다가 천우진을 따라 그의 병실로 갔다.심문헌은 소파에 오랫동안 앉아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말이 많던 사람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냥 소파에 걸쳐 멍을 때리고 있었다.천우진도 그를
소이연은 말하려 했지만 뱉지 못했다. 어떻게 그를 되돌릴지 몰랐다.그녀도 죽음으로 육현경을 협박할 수는 없었다.그런 치졸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그렇게 육현경과 임아영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이연 씨.”귓가에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이연은 심문헌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병실로 데려다줄게요.”휠체어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천우진을 보았다.아마도 심문헌과 함께 나와 모든 걸 보고 있었을 것이다.그때도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참 우스웠다.소이연은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심문헌은 티슈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그녀는 티슈를 가지고 와 천천히 기분을 가라앉혔다.쉽게 밖에서 자신의 기분을 노출하지 않는 그녀였다.육민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항상 강한 모습만 보였다.그러나 그녀는 한참이나 흐느꼈다.울음을 멈추자 그녀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냉정한 모습이었다.“루카스를 포기하라고 했잖아요.”소이연이 감정이 잦아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천우진은 입을 열었다.아무런 말도 없는 그녀를 대신해 심문헌이 입을 열었다.“언제부터예요?”그는 소이연이 언제부터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그녀를 3년이나 따라다녔는데 3개월 안 남자를 이기지 못하다니?그는 육현경에게 졌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죽었다 해도 자신은 육현경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러나 루카스는 무슨 자격이란 말인가?순서로 따지면 자신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문헌이었다.“끼어들지 마세요.”천우진은 짜증난다는 말투로 말을 뱉었다.“왜 내가 끼어들면 안 돼요? 이건 나의 남은 인생의 행복과도 관련이 되는 거예요. 이연 씨, 육현경외의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데, 왜 난 안 되는 거냐고요?”흥분한 심문헌을 바라보는 천우진의 얼굴이 구겨졌다.“한마디 더 하면 병원에서 나가세요.”“당신!”“두 번 말하지 않
소이연은 누구를 위해서도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건 그녀의 인생에 책임지는 것이었기에 이런 치졸한 수단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루카스에 대한 사랑은 나한테 비할 수가 없어요.”임아영은 비웃으며 말했다.“이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적인 집착이에요. 임아영 씨, 당신은 사랑을 몰라요.”“아니요, 전 누구보다 루카스를 사랑해요. 그를 놓치면 살아갈 수 없어요.”“이연 언니, 루카스가 없어도 당신은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랑 뺏지 말아요. 날 살려줘요.”“당신의 생명은 당신 거예요.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어요. 이런 걸로 협박하지 마요.”“당신을 협박하는 건 아니에요.”소이연의 말에 임아영은 냉정하게 웃었다.“우리가 설령 친척이라 해도 남이예요. 나는 당신이 아니라 루카스를 협박하는 거예요.”임아영의 눈빛은 그에게로 향했다.그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루카스, 만약 소이연 씨를 놓지 못한다면 나는 곧 시체가 될 거예요.”육현경은 차갑게 임아영을 바라보았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다.임아영은 그의 분노를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더욱 크게 웃었다.“3초 줄게요. 3초 후에 내가 가면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하나, 둘...”육현경은 소이연의 손을 놓았다. 그렇게 그녀를 포기했다.그 순간 소이연의 마음은 찢어졌다.육현경은 임아영을 놓을 수 없었다. 비록 사랑하지 않아도 그녀가 계속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목숨으로 그를 협박하고 있었기에 때문이다.“루카스, 우리 돌아가요.”임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녀는 더 이상 꾸밀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가장 치졸한 방식으로 루카스를 얻었다.이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루카스를 가지는 것만 중요했다.임아영은 손을 루카스에게 내밀어 그의 손을 기다렸다.육현경은 그녀의 핏기 없이 창백한 손을 바라보았다.임아영은 독촉하지 않고 가만히 루카스를 바라보았다.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는 손을 뻗었다.“육현경.”소이연은 그의 본명을 말해버렸다.그녀의 말
소이연은 본능적으로 육현경의 손을 꽉 잡았다.그가 자신을 떠나 임아영에게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육현경도 소이연의 행동을 알아채고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그는 소이연을 밀어낼 수 없었다.“루카스, 우리는 결혼할 사이예요.”임아영은 낮게 말했다.그녀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해주었다.“나한테 와 줄 수 있어요?”묻는 임아영의 눈에는 기대로 가득했다.육현경은 가고 싶지 않았다. 계속 소이연의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그는 한평생 그녀만 사랑했다.기억을 잃기 전이나 그 후, 기억을 회복할 때도 그는 소이연만 사랑했다.임아영에게는 강한 책임감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다.육현경은 소이연을 밀어낼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들의 손은 여전히 마주 잡았다. 임아영은 육현경이 다가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은 단순했고 무력감도 포함했다.그녀는 천천히 육현경에게 걸어갔다.“괜찮아요,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되죠.”그녀는 육현경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소이연과 맞잡은 손을 천천히 밀어냈다.그러나 소이연은 고집스레 손을 더욱 꽉 잡아 아무리 밀어내도 떨어지지 않았다.임아영은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힘도 없었기에 포기했다.“이연 언니, 나랑 루카스는 이미 약혼했어요.”“그건 당신이 강요한 거죠.”소이연은 흔들림없이 임아영의 눈을 바라보았다.“이연 언니, 아니예요...”“현경 씨가 누굴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요. 임아영 씨, 감정은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강요한다고 행복하지도 않고요.”“행복은 우리의 일이에요. 이연 언니가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지금 내 약혼자랑 손을 잡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임아영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약혼자?”“당신의 약혼자가 되기 전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어요?”“알 필요가 없어요. 나에게 그는 그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도 나랑 평생을 함께할 거예요.”소이연의 말에 임아영이 강하게 맞받아쳤다.“내가 그를 데려간다면?”“그럴 수 없어요.”임아영은 손을
“괜찮아요.”소이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눈물은 결국 흘리지 않았다.“괜찮아요, 다시 생각해 봐요. 급하지 않아요.”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이미 여러 해 동안 기다렸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녀는 육현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임아영은 결코 기다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심아윤과 소나은보다 꾀가 많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그녀는 남자를 조정할 줄 알았다.소이연이 말을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육현경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이연.”그의 말에 소이연은 가슴이 떨렸다.그 순간 그녀는 육현경의 말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아까 그녀가 한 급하지 않다는 말은 그에게 시간을 주기보다는 자신이 도망가기 위한 것이다.그녀는 육현경이 자신을 선택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아마 당신을 실망하게 할 거예요.”육현경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소이연은 가슴이 찢어 질듯 아팠다.그가 그녀를 거절하고 임아영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슬퍼할 것도 없었다. 그의 태도는 이미 명확했다.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직접 그의 말로 들으니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우리 같이 맞서요. 함부로 다른 사람의 사랑에 관여해서 파괴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을 사랑하니까 이런 원칙을 깨고 싶어요.”육현경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그녀에게 마음을 읽히고 싶지 않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루카스.”소이연은 적극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맞닺자 그녀는 그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다.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익숙한 촉감에 그녀는 가슴이 아려왔다.“우리 같이 맞서요, 네? 나를 이렇게 버리지 말아요.”소이연은 글썽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육현경은 마주할 수가 없었다.계속하다간 그도 마음이 무너질
“의사가 최대한 걷지 말라고 해서 병실로 돌아갈게. 괜찮다고 말하려고 온 거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육현경이 돌아서려하자 소이연이 그를 불렀다.“루카스.”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몸이 떨렸다.사실 그는 그녀가 누군지 생각이 났다. 침대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이렇게 빨리 깰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을 인정하기 두려웠다.“데려다줄게요.”육현경이 거절하기도 전에 그녀는 휠체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둘은 침묵을 지키며 병원 복도에서 천천히 걸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너무 침울했다. 둘은 육현경의 병실 문 앞에서 멈췄다.그가 뒤돌아 소이연의 창백한 얼굴과 몸의 곳곳을 뒤덮은 붕대를 쳐다보았다.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힘껏 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나한테 정확한 답을 줘요.”소이연의 직설적인 말에 육현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가 남을 강요하는 성격이 아님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깨지면 이성적으로 물러남을 선택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임아영과의 결혼을 선택하자 소이연이 자신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뒤돌아 떠날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렇듯 잔인한 방식을 선택했다.육현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와 소이연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그가 그녀를 사랑할 때 그녀는 도망가고, 그녀가 그를 받아들일 때 그는 “죽었다”. 그리고 소이연이 적극적일 때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생겼다...그들은 정말 인연이 아니란 말인가?“날 좋아하는 거 맞죠?”소이연은 그가 답하기도 전에 또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육현경과 다른 여자의 결혼은 사랑이 있어야 했다.그녀는 노력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의미 없는 고집과 거짓보다는 육현경을 잃는 것이 더욱 무서웠다.그래서 모든 존엄과 원칙을 던져버리고 그를 적극적으로 쟁취하려 했다
육현경은 결국 임아영의 병실에서 나왔다.떠날 때 임아영은 잠결에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아 육현경은 큰 힘을 써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임아영이 깨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고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의 걸음은 천근처럼 무거웠다.3년이란 시간이 그에게는 한 차례 꿈만 같았다. 꿈에서 깨면 일어났던 모든 일에서 그는 도망갈 수 없었다.그는 한 병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춰섰고 소이연이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앉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육민은 옆의 컴퓨터에 코딩을 치다가 소이연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엄마?”“난 괜찮아, 할 거 해.”소이연은 아직 문 앞의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육민에게 말했다.소이연은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였지만 사실 잠에 들 수가 없었다.마음속에 일들이 너무 많아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그러나 휴식을 하면 할수록 잡념이 많았다.그래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육현경을 보러 간 것이었다.그녀는 지금 매 순간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휠체어를 밀고 나가려던 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잠이 든 심문헌을 발견했다.그의 얼굴은 피로감이 가득했다.그는 정말 소이연이 마음이 약해 질만큼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줬다.그녀가 자신의 침대에서 큰 힘을 들여 이불을 가져 와 심문헌에게 덮어주었다.심문헌은 움직임을 느끼고 중얼거렸다.“이연 씨, 무서워 하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이연...”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이승에서 그녀가 빚을 진 사람은 아마 심문헌일 것이다.그래서 더욱 그의 진심에 답할 수 없었다.그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 소이연은 문 앞으로 다가가려 몸을 돌린 순간 육현경을 마주쳤다.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본 거라고 생각해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때 육민이 그들의 적막을 깨뜨렸다.“루카스, 일어났어요?”육민은 흥분하여 육현경에게 달려 나갔다.그런 육민을 육현경은 바라보았다.3년의 시간이 흘러 육민은 많이 자랐다.“그래, 깼
어쩌면 임아영에게 감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주지 않으면 냉정하게 내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주저 없이 위험 앞에서 그를 살려주어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묶이게 된 것이다.그러나 그녀를 허락한다면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전부 포기해야 할 것이다.머릿속에는 계속 소이연이 떠올랐다.마음은 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그렇다. 그는 기억을 되찾은 것이다.어느 순간,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다.그의 본명은 육현경이고 뼛속까지 소이연을 사랑하는 남자였다.깨어나니 그는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 있었다.그와 심아윤은 폭탄이 설치된 보트를 탔었다. 그는 보트에 올라 소이연과 육민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반격했다.심아윤은 양심에 찔려 보디가드와 같이 죽지 않았다. 그리하여 보트에 오른 사람은 그들 둘밖에 없었다.그러나 심아윤의 죽을 결심은 너무 확고했다.그가 보트에서 떨어질 때 폭탄이 폭발하여 그 충격으로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었다.그가 다시 깨였을 때는 이미 낯선 병원에 누워있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가족들은 모두 낯선 타인으로 되었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진정한 타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왜 그들의 아들이 된건지... 그는 알수 없었다.며칠 후 서울에서 임아영과의 결혼식에서 물어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다.“루카스.”임아영은 다시 그를 불렀다.그를 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평생 당신을 사랑할게요. 당신은 곧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좀 쉬어요.”육현경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녀도 더 이상 그를 잡지 않았다.지금 루카스는 과도하게 몰아세울 필요가 없었다.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소이연의 교통사고가 그녀와 루카스를 이어주고 있었다.그녀는 루카스가 결혼을 후회할까 봐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자신의 자살 시도가 루카스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지 몰랐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잘 되었다.루카스는 임아영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그녀를 버린다면
병실에는 임아영과 육현경 둘 뿐이었다.임아영은 손을 뻗어 육현경을 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는 침대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당겨지지 않았다.육현경은 침을 삼키더니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 모습을 임아영은 이상하게 바라보았다.“루카스?”예전에 루카스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거절하지도 않았다.지금 그녀는 루카스가 어느 때보다 낯설었다.마치 낯선 남자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그의 눈빛도 너무나 낯설었다.“루카스?”임아영은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산소호흡기를 낀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져 경고음이 울렸다.육현경은 결국 그녀에게 걸어가 손을 잡았다. 손을 잡자 그녀의 심작박동이 잦아들어 정상으로 회복했다.“루카스, 살아 있었네요.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당신이 없으면 저는 살아갈 수 없어요.”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도 육현경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왜 그래요?”임아영은 워낙 예민하여 그의 이상행동을 금세 알아차렸다.루카스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소이연 때문에 그녀와 헤어지고 싶었어도 이렇게 냉정하게 대한 적은 없었다.그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도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나 지금의 루카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였다.그녀가 그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그는 감동하지 않는 건가?이럴 수가 없었다.그녀는 루카스가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그의 손을 힘껏 잡았다. 그 힘을 느낀 육현경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내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요?”임아영은 먼저 입을 열었다.“어때요?”육현경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소리만 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의사 선생님이 심장은 다치지 않았지만 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심장도 문제없으면 퇴원할 것 같아요.”“우리 결혼식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육현경의 눈빛에서 기쁨을 읽은 임아영이였지만 모른 척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거절했어요.”“내 몸은 내가 가장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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