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친왕은 피투성이가 된 우문호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자신의 소매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우문호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명원제에게 말했다.“황제, 신제(臣弟)는 다섯째가 스스로 자해한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이 상처는 어의들도 치유할 수 없을텐데, 한낱 눈속임이라고 하기엔 상처가 심각합니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했다. 황제는 우문호가 스스로 자해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예친왕의 말이 끝나자 원경릉을 감시하던 구사도 황제에게 사정했다. “폐하. 소인이 보아도 자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의도 왕야가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으며 후사(后事)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태상황께서 왕비를 출궁시켜 왕야를 치료하게 한 것입니다. 소인이 무예를 연마해 본 적이 있어 압니다만, 칼에 베인 상처들은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명원제는 담담한 눈빛으로 “모두 일어나거라.” 라고 말했다. 구사의 눈빛이 어두웠고, 황제는 시종일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어의가 급히 달려왔다. 그는 그간 궁 안에서 태상황의 병을 돌볼 정도로 실력이 있는 어의였다. 그는 급하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위급한 상황이니 어의는 명원제가 일어나라고 명령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의는 우문호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는 약상자를 꺼냈다. 원경릉은 황제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어의가 가져온 약상자를 열고 가위를 꺼내 우문호의 옷을 자른 다음 가제로 우문호의 상처 위쪽을 강하게 감아 지혈했다. 그녀는 빠르게 그의 신발을 벗기고 바지를 잘랐다. 명원제는 우문호의 허벅지 안쪽에 난 상처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직 지혈하지 못한것인가?” 그가 어의에게 물었다. 어의는 재빨리 일어나 원경릉을 거들었다. 예친왕이 자금단을 꺼내 우문호의 입에 넣은 덕에 피는 서서히 멎고 있었지만, 상처와 봉합한 곳을 잘 처리해야만 했다. 명원제는 자리에 앉아 원경릉이 능숙하게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조금도 망설
우문호를 다시 살려내다원경릉은 심장 맛사지를 계속 하며, 우문호가 그저 쇼크를 일으킨 것이길 바랬다.명원제는 줄곧 우문호를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전에 가장 아꼈던 아들 우문호가 아닌가. 비록 마지막엔 실망시켰지만 부자의 정이란 것이 그렇게 잘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명원제는 우문호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예친왕이 즉시 그를 부축했다.“떨어뜨려 놓아라!” 명원제는 머리가 어질어질한 가운데 피맺힌 목소리를 뱉는다. 이때 “현비(賢妃) 마마가 초왕 전하를 보러 온다 합니다.” 구사는 앞으로 나가 원경릉을 왕야에게서 떼 놓으려 하는데 어의가 옆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왕야께서 숨을 쉬십니다. 왕야께서 숨을 쉬세요.”명원제는 홱 고개를 돌려 초왕의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명원제가 직접 코에 호흡이 있는지 확인했다.원경릉은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쥐어짜낸 뒤라 침대에 쓰러져 후후 숨을 몰아쉬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참았던 슬픔에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사실 원경릉은 이미 울기 시작했다.원경릉도 자신이 예를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한쪽으로 무릎을 끓고 울면서 잘못을 빌었다. “아바마마, 소신이 예를 어긴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울고 싶었어요. 아바마마 잠깐만 우는 것을 허하여 주시옵소서.” 원경릉의 말은 예의에도 어긋나고, 우는 모습도 흉해서 눈물 콧물이 엉망진창이지만, 방금 아들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명원제는 조금도 개의하지 않고, 오히려 전에는 예뻐 보이지 않던 며느리가 귀엽게 느껴졌다.어의는 진맥을 마치고 연신 탄성을 지르며, “신기해, 정말 신기한 일이야, 하늘이 도우셨어!”예친왕은 어의를 흘겨 보며, “초왕은 살아날 운명이었군.”어의가 황급히 말을 바꾸며, “맞습니다, 초왕 전하께서 살아나실 운명이셨나 봅니다.”“뭐라고?” 명원제가 어의에게 물었다.어의는 손을 모으고: “폐하께 아룁니다, 초왕 전하는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습
태상황에게 독을 쓴 자는 누구인가“이리 돌아봐!” 우문호가 조용히 말했다.원경릉은 턱을 침대에 걸치고 웃으며 눈물을 떨군다. “죽음에서 살아 온 걸 환영한다.”“넌 짐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 아냐?” 우문호는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았다. 이마엔 멍이 들었고, 눈 밑은 울어서 복숭아처럼 퉁퉁 부은 데다, 눈물이 더러웠던 얼굴을 타고 내려 두 줄기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다. 사실 상상조차 못한 것이, 요 며칠 둘은 물과 불처럼 서로 싸우지 않았던가.“그래, 네가 죽길 간절히 바란 게 사실이야.” 원경릉은 눈물을 훔치며 결국 유치하게, “하지만 내 눈 앞에서 죽는 거 말고, 난 의사이고 환자가 내 앞에서 죽으면, 내 직무상 과실이 되거든.”우문호는 원경릉을 보고 슬그머니 웃었다.구사가 옆에서 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웃었다. 웃고 나서 복잡한 심경으로 원경릉을 응시했다.이 왕비는 사실 그렇게 싫지 않다.우문호가 마음을 가라앉히자, 자금단이 몸 속에서 작용하며, 단전의 기운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우문호는 구사를 향해, “태상황 폐하는 무슨 독에 중독 되셨느냐?”구사는 앞으로 한 걸음 나와 말하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 밤 태상황 폐하께서 갑자기 피를 토하시고 혼수상태에 빠지셨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어의는 독에 당하셨다고 진단했습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보고, “네가 할바마마께 드린 약이 토혈과 혼수상태를 불러온 것은 아니냐?”원경릉은 “절대 그럴 리 없어.”“그럼 아바마마께서 조사하신 게 반드시 결과가 나와야 하겠구나.” “할바마마를 가서 뵙게 해달라고 아바마마께 말씀드리려고” 원경릉이 말했다.구사는 고개를 흔들며, “왕비 마마, 서두르지 말고 잠시 기다리시지요. 황제 폐하도 손을 쓰셨을 것이고, 분명 예친왕 전하도 말씀하실 겁니다.”밖에 서있던 정후는 마음속으론 딸 원경릉을 수백번도 더 혼을 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딸을 초왕부에 시집을 보냈더니, 좋은 일이 생기긴 커녕 안 좋은 일만 앞다투어 찾아올 줄 누가
정후의 집과 주명취의 집정후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결국 원경릉 이것이 일을 치고 말았어!집으로 돌아와 충부인(冲夫人, 정후의 부인)에게 화풀이를 하며, “딸 자식을 어떻게 가르친 거야, 온 집안의 힘을 기울여 왕비 자리에 앉혀 놨더니, 우리 집안에 보답한 게 뭐가 있어? 오늘 황제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셔서 내가 벌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안 그랬으면 이번 기회에 관직이 떨어질 뻔 했다고.”정후의 부인은 줏대가 없는 사람으로 남편이 딸을 호통치자 자신도 같이 분개하며, “앞으로 걔 혼자 죽든 살든 알아서 하라고 합시다, 우리는 상관하지 말아요.”“상관은 무슨? 앞으로 만약 우리집에 와서 돈 달라고 하거든 일체 줘선 안돼.” 생각해보니 전에 원경릉에게 돈을 주고 병부(兵部)에 뇌물을 주게 한 게 떠올랐으나 그 돈은 이미 떼인 돈이나 다름 없다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정후 부인은 덩달아 “알겠어요.” 대답했다.정후가 차를 한 잔 마시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원경릉이 초왕의 총애를 얻지 못하면 왕비의 지위도 믿을 게 못되니 다음 수를 잘 두는 수밖에 없다. 정후는 병부 시랑(侍郎)을 몇 년간 역임하며 상서(尚書) 자리가 3명째 바뀌는 것을 봤지만, 그가 승진할 기회는 오지 않고,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주씨 집안 쪽은 조정에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이 앞자리에 몰려 있다는 소문이 돌고, 제왕이 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만약 주씨 집안 쪽에 돈을 써서 줄을 대면 어쩌면 일이 성사될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은자가 얼마나 되는가?” 정후가 부인에게 물었다.“2만 2천냥쯤 됩니다.” 정후 부인이 대답했다.“가서 3천냥만 좀 가져 오구려. 주씨 집에 좀 다녀와야 겠어.”정후 부인은 어리둥절해 하며, “주씨 집이요? 거긴 아닌 거 같아요. 주씨 집 큰 딸 주명취가 원래 초왕한테 시집가려던 걸 경릉이 때문에 깨졌잖아요. 주씨 집안이 우리를 원망해도 모자를 판에 우리를 상대나 하겠어요?”정후 부인은 주부인(周夫人, 주명취의 어머니)
주명취의 계략과 태상황에게 불려간 원경릉주명취는 할아버지의 걱정이 지나치다는 생각에: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원경릉은 죄목에서 못 벗어나요, 할바마마의 병이 원래 위중하셨는데, 지금 독에 중독 돼서 혼수상태 시니 어떻게 버텨요? 할바마마가 붕어하시면 무엇때문에 붕어하셨든, 원경릉은 제멋대로 치료하여 할바마마의 병을 악화시킨 죄로 더더군다나 공을 따질 여지가 없지요.”왕실의 일은 파란만장 변화무쌍해서 주명취도 아직 꿰뚫어보지 못하는 게 태반이다. 하물며 원경릉은 말할 것도 없다.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고, 초왕이 연루되어 위기 일발이라 이대로면 초왕부도 끝장인 셈이다.우문호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큰 일을 위해선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 이게 우문호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너무 자만하지 말아라, 매사에 마지막 한 발자국이란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주 재상은 갑자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태상황께 독을 쓴 게, 너희들 짓은 아니겠지?” 주명취는 깜짝 놀라, “정말 저희가 한 짓이 아니어요, 손녀가 제 아무리 담이 크기로 소니 감히 할바마마를 시해할 리가요.”주 재상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 들어 늘어진 눈꺼풀로, “너희들이 한 짓이 아니면 됐다. 원경릉이 어째서 의술을 알고 있지는 알아보마. 너는 그만 나가보거라.”주명취는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서재 문을 나서자 밖은 땅거미가 지고 초왕을 생각하니 마음이 여전히 달갑지가 않다.원래 초왕은 줄곧 주명취를 못 잊었는데, 문창탑에서 대화로 주명취는 초왕의 마음이 떠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왕의 마음에 원경릉이 있는 걸까? 그 천박한 여자가, 초왕에 걸맞을 리가 있어?원경릉이 태상황의 병구완을 한 걸 추측해 보자, 초왕부에 가서 우문호의 상처를 보고 온 제왕이 말하길 우문호의 상태를 완전히 원경릉에게 맡겼다고 했다. 주명취는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니, 태상황이 그날 갑자기 호전되신 게 원경릉이 손을 쓴게 틀림없다는데 이르렀다. 애초에 주명취가 눈을
태상황이 복용한 구전단은?어의와 상선, 희상궁은 침상 곁에서 시립하고 있고, 푸바오는 이불에 쌓여 태상황의 침상에서 쉬고 있는데 이미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원경릉 보고 컹컹 왕왕 짖는다.원경릉은 푸바오는 보고 ‘쉿’하니 푸바오가 조용해 진다.예친왕이 이걸 보고 웃으며: “이 녀석이 초왕비 말은 잘 듣네? 거참 희한할 세.”원경릉은 미소를 띠고, “개는 사람을 알아보거든요.”“하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태상황 폐하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겠어? 이 개는 어떨 때 보면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니까.” 예친왕은 생각에 잠긴 듯 말하고 명원제를 쳐다 본다.명원제도 묵묵히 예친왕을 바라보는데, 예친왕이 제대로 못헀다는 말을 하는 건가?명원제는 원경릉에게: “네가 의술을 알고 있다니, 가서 아바마마 용태가 어떠 신지 좀 보아라.”원경릉은 푸바오 곁을 지나갔다.희상궁과 상선이 길을 비키고, 원경릉이 태상황의 안색을 살펴보며 옆에 어의에게, “할바마마께서는 독에 당하셨는가?”어의는 방금 원경릉을 만났지만, 초왕을 살려냈다는 것을 들었기에 태도가 상당히 공손하다. “왕비마마께 아룁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확실이 독에 당한 증상을 보이십니다.”“내게 진단 일지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어의는 약 상자에서 꺼내 원경릉에게 건네며, “왕비 마마, 보시지요.”원경릉은 태상황의 어제 쓰여진 일지를 펼쳐 보니, 토혈 2번, 계속 혼수상태, 맥박은 낮고 느린데다 힘이 없으며, 입술엔 청색증이 나타남, 예단(첫번째 진단)은 중독. 무슨 독에 중독된 것인지, 여기엔 쓰여 있지 않다.증상에 대한 약은 아래에 있지만 한약 약방문으로, 원경릉이 아는 해독 방법이다. 하지만 처방대로 약을 복용한 후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고 써 있다.다시 말해, 올바른 약을 처방한 게 아니다.원경릉은 계속 앞을 넘기다 태상황이 쭉 구전단(九轉丹)이라 불리는 환약 하나를 복용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이 구전단이란 건 어떤 거지?” 원경릉이 물었다.“구전단은 태후 마마를 위해 만든
태상황 독살 미수의 범인은 누구?명원제와 예친왕이 앞으로 나가 살펴보니, 한 알은 쪼개진 가운데가 붉은색이고, 다른 한 알은 가운데가 옅은 노란빛이 도는 검정색이다.“두 알이 다른데 어찌 된 일인가?” 예친왕이 어의에게 물었다.어의는 영문을 몰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약은 같은 약탕기에서 나왔는데 어찌 색이 다를 수가 있겠습니까?”“그렇다면 수고스럽겠지만 어의가 직접 살펴 보게, 어느 쪽에 독이 있는지.” 원경릉이 말했다.어의는 가운데가 붉은 알을 가리키며, “원래 이 색이 아닙니다. 이 가운데는 어째서 이렇게 선명하게 붉은지요?”어의는 약을 조금 떼어 잔에 넣고 물을 부은 뒤 은침을 넣자, 은침 전체가 까맣게 변했다. 이는 독성이 매우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황제 폐하!” 어의는 털썩 엎드려 무릎을 꿇고 입술을 와들와들 떨며,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 약을 바꿔 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내의원에서 지은 약은 전부 독이 없음을 검사했습니다.”명원제는 음산한 눈빛으로, “여봐라, 내의원을 봉쇄하고, 자세히 조사하라!”시위는 명을 받들어 밖으로 나갔다.예친왕이 원경릉을 보며, “너는 어째서 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원경릉이: “약이 하나 없다는 것은 누가 한 알을 가져갔다는 것인데, 왜 가져가야 했을까요? 분명한 건 독이 든 문제의 약을 회수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또 상선이 마지막으로 약을 드렸을 때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했는데, 그러면 순서가 엉망이 돼서 하필 가져간 약은 독이 없는 것이고, 본래 가져가려고 했던 독이 든 약이 여기 있는 것이지요.”“제대로 분석했구나!” 예친왕은 냉정한 빛으로, “감히 태상황께 독을 쓰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명원제가 온통 어의에게 분노를 쏟아 붓자, 원경릉이 주저하며: “아바마마, 문제의 약이 반드시 내의원에서 나왔다고 만은 볼 수 없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을 보며, “무슨 말이냐?”원경릉은: “이 약은 세 알인데, 독이 있는 약, 한 알만 가져가면
구전단의 비밀그리고 희매(喜梅)라는 아이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아이는 태상황의 세수 시중을 든다.마지막으로 내전에 들어와 청소를 하는 남나인은 커다란 침전을 혼자 청소한다. 태상황이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시므로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있어, 남나인은 기본 반나절동안 내내 청소를 하고 있다.상선이 데려온 것은 전나인과 희매로, 남나인은 찾지 못했다.전나인과 희매는 이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물었을 때 술술 답을 했으며 심지어 약을 어디에 두는지도 몰랐다.원경릉은: “이 남나인이 관건군요. 그가 침전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으니, 먼지를 닦아 내며 약을 넣어둔 상자를 건드린 게 분명합니다. 그가 알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요. 당장 그를 찾아와야 합니다.”명원제는 바로 명을 내려, 온 황궁을 이 잡듯이 뒤져 남나인을 찾아오라고 했다.반 시진이 지나고 남나인을 찾았다.그러나 남나인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냉궁(冷宮)의 쓰지 않는 우물에 버려져 있었다.시체를 발견한 것은 냉궁의 시위로, 명원제의 명을 받고 전 궁에서 남나인을 수색했기 때문에 냉궁의 시위가 어렴풋이 오늘 남나인이 냉궁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일대를 수색한 끝에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냉궁 시위는 불려와 명원제가 친히 심문했다.“남나인 외에 누가 냉궁을 들어간 적이 있느냐?”시위가 대답하길: “황상께 아룁니다, 소신은 남나인만 보았을 뿐입니다, 냉궁의 시위는 고작 넷이라, 돌아가며 야간 순찰을 돌기때문에 누가 들어오는지 여부는 소신이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상선도 직접 남나인의 침대를 뒤져, 은 천냥과 교환할 수표를 찾아냈다.수표는 정풍호(鼎豐號, 돈을 바꿔주는 전장의 발행번호)가 찍힌 것이다.원경릉은 수표를 볼 줄 몰랐지만, 초왕부의 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자기도 모르게 변명을 하며, “아바마마, 왕야일리 없습니다.”명원제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초왕이라면 결코 초왕부의 인장이 찍힌 수표책을 줄 리가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