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에게 돌아온 원경릉원경릉은 살금살금 앞으로 나가 태상황 침대 앞에 섰다.고작 이틀을 비웠을 뿐인데 사람이 살이 쏙 빠지고, 누런 안색에 입술은 파랗다. 눈썹이 엉클어지고 무섭게 생긴 게 그나마 위엄을 지켰다.이 사람이 북당에서 과거 가장 용맹했던 남자다.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생사조차 어쩌 지를 못한다.원경릉은 자신의 손을 태상황의 가슴에 올려놓고, 심장의 미약한 박동을 느껴보는데 호흡이 약간 어지럽다.“어떠냐?” 예친왕이 그가 청진하는 줄 알고 와서 물었다. 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잘 모르겠습니다.”예친왕의 눈에 실망의 빛이 일렁였다.명원제는 오히려 평소와 같은 정신으로, 약을 조사하고 있는 어의를 바라본다.어의는 한 숨돌리며 와서 보고 하길, “황제 폐하, 주사에 등나무 독이 섞여 있었습니다.”“해독하기 어렵냐?” 예친왕이 물었다.“어렵지 않습니다, 무슨 독인지 알면, 그에 맞는 약을 쓰면 됩니다. 주사와 등나무 독에 기존에 드신 해독약은 효과가 없으니, 처방전을 바꾸는 것이 마땅합니다.”어의가 말했다.어의가 해독을 할 수 있으면 이제 원경릉과 상관없다. 명원제는 원경릉에게 우문호를 돌보라고 쫓아 보냈다.인사를 하고 나올 때 명원제는 원경릉을 보고: “오늘 밤은 궁에 머물며 짐과 저녁을 들도록 하자.”원경릉은 이게 얼마나 성은이 망극한 일인 줄 모르고 그저 일반적으로 한끼 먹는 거로, 좋든 나쁘든 한 식구가 되었으니 겸사겸사 밥이나 같이 먹자는 애기인줄 알고 나왔다.예친왕은 총애를 받든 모욕을 당하든 한결같은 원경릉의 모습을 저도 모르게 흡족하게 바라봤다.원경릉은 사실 그것에 대한 생각으로 애가 탔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문호의 상처다.우문호의 상처는 꿰맨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밥이 터졌을 수도 있고, 여하튼 입궁하는 길에 심하게 흔들리고, 몇 백 걸음이나 걸은 데다 시간을 지체했으니 아파서 돌아버릴 지경일지 모른다.하지만 이 방면에서 그 사람, 고통을 참는 능력으론 수준급이지.전에는 전각 안에 사람이 너무 많고
황제 폐하의 저녁 초대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안으로 좀 들어가 봐, 나 좀 엎드리게.”“못 들어가.” 우문호가 뿌루퉁하게 대답하면서도 그녀의 지친 기색을 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며 한 사람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원경릉은 그의 옆에 두 손을 베고 엎드려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 “다 잘 됐으면 좋겠어, 며칠만 평온하게 보내게 해줘.”“만약 태상황 폐하가 아무일 없으시면, 넌 초왕부로 돌려보내 달라고 주청 드려.” 우문호가 말했다.“안 그래도 밥만 먹고 갈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뿌루퉁하게: “초왕부에 네가 먹을 밥이 없냐? 궁에 밥이 뭐가 맛있다고?”“황제 폐하께서 오늘 저녁 수라를 같이 하자고 하셨어.”우문호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같이 수라를 들자고 하셨다고? 너만 먹고 가라는 얘기 아니고?”아바마마는 혼자 수라를 드시는 것을 좋아해서, 황후의 궁에 가실 때조차 혼자 수라를 드신 후에 가셨다.그리고 우문호가 이만큼 클 동안 궁중이나 집안의 연회를 제외하고 아바마마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없다.원경릉은 여전히 답답해서: “몰라, 그냥 그렇게만 말씀하셨는데. 아마 체면을 차리신 거겠지.”우문호는 아바마마가 어떤 사람에게도 체면을 차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바마마 입장에서 식사는 신중한 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바마마가 보위에 오르신 후, 다른 사람과 단 둘이 식사를 하신 건 태상황 폐하 한 분 뿐이다.“황제 폐하를 모시고 수라를 들 땐 뭘 조심해야 해?”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의 얼굴이 구겨지며, “아무도 몰라.”원경릉은 고개를 약간 들고, “몰라?”우문호가 얘기하기 싫은 건 줄 알고, 곧 포기하고는: “만약 내가 창피 당하면, 그건 초왕부가 창피 당하는 건줄이나 알아.”우문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나는 아바마마와 단 둘이 식사를 한 적이 없어.”원경릉은 웃으며, “집에 아들이 그렇게 많은데 당연히 단둘이 못 먹지 않나, 나도 황제 폐하랑 단둘이 식사하는 건 아닐 꺼야.”“너랑 아
황제와 수라를 들게 된 원경릉황후의 중신궁(中珅宮)제왕과 주명취가 입궁해 평소처럼 우선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주명취가 궁에 들어서는데 황후는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고, 답답한 듯 가슴을 만지며 앉아 있다.주명취가 황후 앞에서 착한 척을 하고 인사를 드려도, 황후는 답답하고 울적한 기색이다.주명취는 황후 마음에 근심이 있는 줄 알았지만, 웃음을 머금고 제왕에게: “왕야께서 녹왕에게 들려주시려고 시를 하나 지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가보세요.”제왕은 시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녹왕이 좋아한다. 제왕과 녹왕은 모두 황후의 소생으로 엄마가 같다. 이토록 박복한 동생이 좋아한 다니, 동생이 마음의 안식이라도 얻으라고 제왕이 시 짓는 걸 공부하기 시작했다.오늘 부를 한 수 지어왔는데 녹왕 앞에서 자랑하길 바라니 주명취의 말대로 제왕은 웃으며 녹왕에게 갔다.제왕이 나가자, 주명취는 궁 안에 시중드는 사람을 내보내고 황후 옆에 앉아 물었다: “고모, 무슨 일이 에요?”황후는 아들이 나가자 그제서야 분통을 터트리며, “이 몸이 황제 폐하와 결혼해서 20년이 넘었는데, 결혼식 이후로 나와 단둘이 수라를 든 적이 없거늘, 오늘밤, 원경릉과 단둘이 수라를 드시겠다는 전교를 내리셨지 뭐냐.”주명취는 대경실색해, “원경릉이요? 궁에 압송되어 심문 당하지 않았나요? 어째서 갇혀 있지 않죠?”주명취는 입궁하면서 묻지 않았던 건, 원경릉은 죄가 무거우니 감옥에 갇혔거나, 일단 창 없는 방에 갇혀 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찬찬히 조사한 끝에 초왕비의 지위를 박탈 당하고, 남은 죄에 대한 처벌로 서민의 신분에 처해질 줄 알았는데.주황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갇혀? 원경릉이 황제 폐하와 수라를 들면, 단둘 뿐인데, 황제폐하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알게 뭐냐.”주명취는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원경릉이 최근 상당히 똑똑해 진 것 같고, 주명취에 대한 의심을 황제 폐하 앞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다면, 뒷일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원경릉, 황제와 단둘이 수라를 들다첫 음식은 탕이다.정교한 작은 탕 그릇 두 개에 담아 명원제와 원경릉 앞에 놓는다. 그릇 덮개를 벗겨 가니 냄새가 퍼져 원경릉의 코를 자극한다.아직도 보글보글 끊는 걸 집게 손가락으로 냉큼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한이다.원경릉이 생각하는 수라는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황제의 수라는 전부 독이 없는지 확인하고 손 씻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궁녀가 앞으로 나와 원경릉을 위해 탕을 앞 접시에 덜어주고, 은 국자를 놓아준다. 명원제 쪽에는 목여태감이 시중을 들고 있다.원경릉은 감히 꼼짝 못하고, 명원제가 은 국자를 들어 탕을 마시기 시작하자, 겨우 한 숨돌리고 손을 뻗어 국자를 집었다.너무 배고픈데 마침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어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황제가 뭘 묻든 이미 답이 정해져 있으니 두려울 게 뭐가 있냐 싶다.탕을 입에 넣고 아직 넘기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와 원경릉은 국자를 내려놓고 밖을 쳐다봤다.목여태감은 조금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색이 다소 변한 채 안으로 들어와: “황제 폐하, 황후께서 옥체가 미령 하시어 혼절하셨다 합니다.”명원제는 이마를 찡그리며, 일어서서, “가마를 대령하라!”원경릉은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황제 폐하께서 가셨으니 혼자 마음 편히 먹으면 된다.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얌전히 우아를 떨며 먹을 수가 없었다.명원제는 이런 원경릉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따라 오너라.”원경릉의 아쉬운 눈빛이 탕 그릇에 어른어른 비치며, “예!” 답했다.그녀가 일어서자, 목여태감이 폐하께서 걸칠 윗옷을 가져오고, 명원제는 원경릉을 등지고 상선의 시중을 받아 겉옷을 걸치고 옷에 주름을 바로 잡고 있다.원경릉은 배가 고파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명원제와 목여태감이 안 보는 틈을 타, 미친듯이 탕 그릇을 입에 가져가 두 모금에 한 그릇을 흡입하니, 팔팔 끓던 탕이 입천장에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위까지 홀랑 데어서 눈
원경릉 황제 폐하와 독대하다식탁엔 정적이 흐르고, 마지막 음식을 먹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는데, 원경릉이 세어보니 탕부터 못 되도 10개는 넘었다. 원래 황제 폐하는 검소하시다고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사치스럽다니, 두 사람이 요리 9개에 찌개 하나,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 대단하네.목여태감이 황제 폐하에게 뜨거운 물수건을 건네자, 입가를 닦는다.남은 음식을 내가고 원경릉은 황후가 편찮으시니 황제 폐하도 별다른 질문 없이 황후에게 가실 거라 생각했다.원경릉이 일어나, 예를 차려 인사하며: “아바마마께서 황후 마마를 찾아 뵙는데 감히 시간을 지체하시게 할 수 없으니, 며느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앉거라!” 명원제가 탁자를 지긋이 누르며, 위엄 있는 눈빛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손을 흔들며 목여태감과 비룡전에서 시중을 들던 나인들을 내보냈다.명원제와 원경릉은 마주 앉아 서로의 거리는 어깨 하나 정도 폭이라, 비룡전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압박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그러나 밥을 먹고 나니 원경릉은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다섯째 녀석과 잘 지내고 있느냐?”원경릉은 안색을 단정히 했다, 결국 본론이 나왔다.이 문제는 비록 예상 밖이었지만 답은 어렵지 않다. 한 줄이면 된다. ‘욕을 퍼붓고 심하게 때린다.’그녀는 방긋 웃으며, “손님을 대하듯 서로 공경하고 있습니다!”명원제는 그녀를 보고 웃는 듯 마는 듯, “다섯째 성정은 어떠냐?”“왕야는 충직하고 어지신 분입니다!” 원경릉은 양심을 걸리는 것을 꼭꼭 감추고 미소를 띄며 말했다. 황제가 알고자 하는 건 이게 아니다. 황제는 그들 부부관계가 화목하든지 말든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명원제는 웃기 시작했다.마치 재미난 얘기를 들은 것처럼 말이다.원경릉은 웃는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혼례를 치른지 일년이 되었지? 태중에 소식이 없으니 손님처럼 대한다는 게 그런 뜻은 아닐 텐데.” 명원제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직구를 던지는 데도 원경릉은 여전히 맞받아
쓰러진 황후를 찾아간 황제중신궁 안, 주명취는 어의가 오길 기다렸다.어의는 황후의 맥을 짚고, 황후는 울화가 맺혀 있을 뿐 큰 문제는 없다며 약방문을 내린 후 바로 갔다.어의가 가고 나서야 밖에서 누가 고하길: “황제 폐하 납시오!”주명취가 일어섰다. 반 시진 넘게 지나서야 황제 폐하가 오시다니 식사는 이미 다 하셨겠지?명원제는 큰 걸음으로 중신궁에 들어서고, 주명취는 서둘러 예를 취하며,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명원제는 그녀를 흘깃 보고, “제왕비도 있느냐? 효심이 지극하구나.”“마땅히 할 일입니다.” 주명취가 웃으며 말했다.주황후는 몸을 일으켜 병색이 완연하게: “황제 폐하 어찌 오셨습니까? 신첩은 별 일 아닙니다.”명원제는 침대 맡에 앉아 황후의 얼굴을 보고, “사람을 시켜 짐을 오라 하지 않았느냐?”주황후는 곤혹스러워 하며 주명취를 봤다.주명취는 다급히: “아바마마, 제가 사람을 보냈습니다. 어마마마께서 혼절하신 것을 보고 순간 너무 황망하고 왕야도 곁에 없어……”명원제가: “너는 평소에 생각이 깊은 듯하더니 어찌 오늘은 생각이 없었느냐?”주명취는 가슴이 덜컥한다. 황제의 이 말은 가시가 돋친 것 같은데?원경릉이 황제 앞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한 게 분명하다.주명취는 명원제가 아직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 선선하게 답하며: “어마마마가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명원제는 황후를 보며, “어의가 뭐라고 하던가?”황후는 부드럽게: “어의 말이 기혈이 부족한데 울화가 맺혀서 일시적으로 혼절했으나 어느 정도 쉬면 크게 무리 없답니다.”명원제는 황후에게 이불 자락을 끌어 덮어주며, 온화하게: “응, 그럼 잘 쉬도록 하게, 태상황 폐하께는 굳이 들릴 필요 없소.”황후는 놀라, 황급히: “신첩은 괜찮습니다.”“짐이 당신의 효심을 알고 있소.” 명원제는 미소를 띠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명취에게, “제왕비야, 황후를 잘 돌봐 드려라, 태상황 쪽은 초왕비가 병구완을 하면 되니.”주명취의 순간 얼굴이 하얘졌다. 황제 폐하의 이 말은 분
명원제의 반격명원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화한 목소리로, “그럼, 황후 생각엔 초왕비를 어찌 처벌하는 것이 좋겠소?”주황후는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는 기쁨에, “신첩이 생각하기에 태상황 폐하의 옥체는 북당의 국운과 관련이 있는 바, 초왕비가 똑똑함을 자초해 의술이 뛰어나다며 제멋대로 치료해 태상황 폐하의 안위를 돌보지 않았으니 대역무도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불미스런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신첩은 마땅히 궁에서 쫓아 내고 첩으로 강등하여 어명이 없이는 궁에 출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명원제는 빙긋 웃으며, “황후의 말에 일리가 있구려. 죄가 있는데 벌하지 않고, 공로가 있는데 상을 내리지 않으면 분명 천자의 도리가 아니지. 그럼 황후가 말한대로 합시다.” 주황후는 황제가 동의한 것으로 알았다. 물론 처벌이 엄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첩으로 강등하는 것도 단지 명목상에 불과하고 초왕비는 어차피 황실의 족보에 이름이 올랐으니 앞으로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실지로 황후는 초왕비와 어떤 마찰도 빚고 싶지 않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경릉이 다시 입궁할 수 없게, 다시는 태상황 앞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됐다.주명취도 다소 안도하며, 보아하니 저녁 수라 정도로 폐하가 지난 원경릉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하진 못한 것 같다.하지만, 명원제는 말의 칼끝을 황후와 제왕비에게 돌려, “잘못이 있으면 벌을 주지만 공이 있어도 상을 줘야 마땅하겠군, 원경릉이 태상황을 구한 공은 작은 공이 아니니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어. 짐이 우선 죄를 주고 다음에 상을 내리는 형태로 강등했다 다시 초왕비로 복귀하게 하고, 연후에 남주(南珠, 류큐에서 나는 귀한 진주) 두 줄을 하사하는 것이 어떠한가?”주명취는 도무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다.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아 상을 내리겠다고? 폐하는 원경릉을 처벌할 생각이 아예 없으신 거야.“남주 두 줄이요?” 주황후의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얼굴빛이 흐려지며,
원경릉과 우문호가 아이를 가질까?우문호는 아바마마가 무슨 소식을 캐낼 지는 두렵지 않지만, 원경릉이 아무 말이나 지껄여서 아바마마를 노엽게 할까 걱정이 됐다.그 추녀, 임금을 기만한 죄의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지.원경릉이 멀뚱멀뚱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자, 원경릉이 예리하게 발견하고는 잽싸게 가서 한 손으로 누르며, “함부로 움직이면 안돼.”“더러운 앞발 치워라.” 우문호는 자기가 원경릉에게 그 정도나 애정 어린 마음을 가졌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기분이 상하면서 그녀에게 더 못되게 굴었다.원경릉은 이 사람은 진짜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부질없이 우문호에게 관심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넌 어째 똥 오줌을 구분을 못해? 내가 그쪽에 관심이 있다고.”“누가 관심 가져 달래?”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말을 말자.” 원경릉이 우문호 옆에 엎드려, “안으로 좀더 들어가, 나 좀 자게.”우문호는 안 들어가니 두 사람의 어깨가 맞붙는다. 우문호는 중상을 입어서 움직일 수 없으니 어깨가 좀 닿을 수도 있다고 자신을 설득시켰다. 원경릉의 얼굴이 침대 밖으로 향해 우문호가 보는 건 새카만 뒤통수다.“야,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뭐라셔?”“너 상처 좀 어떠냐고 물어보시더라.” 원경릉이 눈을 감자, 눈꺼풀을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식곤증이다.“그리고?”“그리고 우리가 언제 아들 낳을 거냐고 물어보셨어.”우문호는 당황해서,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물어 보셨어?”“물어봤다고 할 순 없고, 우리가 혼례를 치른지 1년인데, 어째서 태기가 없냐고 하시길래, 내가 노력 중입니다. 일년 후에는 태어날 겁니다 했지.” 원경릉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사실 이 자세가 정말 편하다.“애를 낳아준다고? 너 말 똑바로 할 줄 알아 몰라?” 우문호는 기가 막힌다. 아바마마께서 이런 답을 들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폐하의 손자라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날카로운 소리를 참을 수가 없고 화가 나서 얼굴을 돌리고, 우문호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