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 일행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도착했다.안이슬과 심재경은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송연아는 안이슬에게 큰 포옹을 해주며 그녀의 귓가에서 농담조로 말했다.“두 사람 진도 쭉쭉 나가는데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네요.”안이슬이 말했다.“그 사람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어.”안이슬은 그와 함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송연아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나는 너무 기쁘네요. 진심으로 두 사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네요.”안이슬이 그녀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됐어, 사람도 많은데.”임지훈이 말했다.“두 사람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안이슬이 성형수술을 받은 후 처음 귀국했을 때 임지훈의 친척 신분으로 그와 같이 돌아왔으니 말이다.심재경이 농담조로 말했다.“굳이 공을 따지자면 지훈 씨가 아니라 연아 덕분이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알겠어요. 그러면 안이슬 씨를 다시 데려갈게요.”심재경이 안이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슬이는 이제 제 거예요. 지훈 씨가 데려갈 수 없다고요.”임지훈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내 앞에서 그런 오글거린 말은 좀 자제해 줄래요?”괜히 부럽게 말이야!진원우가 말했다.“임지훈,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싱글 아니야. 싱글은 너 혼자뿐이라고.”“...”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주위를 둘러보니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오직 그만이 홀리 외로이 있었다.심재경이 안이슬을 놓아주고는 임지훈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는 말했다.“내가 한 사람 소개해 줘요?”임지훈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마음씨 착한 분이셨어요?”“이슬이를 제게 데려와 줬기에 기꺼이 도울 수 있죠. 방금은 장난이었어요. 제가 감사의 뜻으로 예쁜 여자 친구를 찾아줄게요, 어때요?”임지훈은 심재경이 혹시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봐 연신 손사래를 쳤다.그는 사실 여자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다.그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했는데 직장 외에는 혼자 지내는 것
안이슬이 웃었다.그녀는 강세헌을 힐끔 보다가 다시 찬이를 보더니 말했다.“찬이가 당연히 점점 아빠를 닮아가겠지. 너는 아빠의 아이이니까.”찬이가 헤벌쭉 웃었다.“됐어. 여기가 얘기를 나누는 곳도 아니고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할 텐데 먼저 호텔로 데리고 가자.”심재경의 말에 안이슬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자, 다들 차에 타세요.”심재경은 앞쪽에 있는 차를 운전했는데 그는 백미러로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세헌아, 네 집은 아예 정리하지도 않았어. 긴 시간 동안 비워지기도 했고, 너무 허전할 것 같아 먼저 호텔로 데리고 갈게. 내가 한 층을 통으로 빌렸어. 그 층에 사는 사람은 너희들밖에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응.”강세헌이 대답했다.찬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재경 삼촌, 저 배고파요.”심재경이 웃으며 말했다.“돌아가서 짐 정리하고 우리 바로 밥 먹으러 가자. 찬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삼촌이 미리 준비해 뒀지.”찬이는 잔뜩 신이 났다. 그리고 창문에 엎드리면서 창밖을 내다봤는데 뜬금없이 감탄을 내뱉었다.“이야, 국내는 크게 바뀌지도 않았네요.”심재경이 말했다.“네가 외국으로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변화가 생기겠어.”게다가 이곳은 메이저 시티이고, 많은 랜드마크들이 있다.이미 극도로 발전한 도시는 원래 큰 변화가 있기 어려웠다. 찬이가 외국에서 10년 더 있었다고 해도 이곳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송연아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여기가 예전에 어땠는지 기억이 나?”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이 나요.”송연아가 말했다.“그때 넌 더 어렸었는데.”“제가 기억력이 좋잖아요.”찬이가 고개를 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송연아는 그런 찬이가 귀여운지 웃음을 터뜨렸다....호텔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도와서 짐을 옮겼고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찬이는 흥분한 마음에 송연아의 손을 꼭 잡고는 이리저리 살펴봤다.윤이도 강세헌에게 안긴 채 큰 눈으로 주
진원우가 물었다.“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 좋아졌어요?”구애린이 희번덕거렸다.“나 원우 씨에게는 항상 잘해줬거든. 내가 언제 섭섭하게 한 적이 있어? 있으면 한 번 말해봐.”진원우는 침대에 누워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농담한 거예요. 애린 씨가 착하고 따뜻하고 자상한 아내라는 걸 잘 알고 있죠.”말을 마친 후 그는 구애린의 귓가에 뽀뽀했다.구애린은 간지러운지 목을 움츠리고는 말했다.“됐어, 그만해.”진원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안아주고 싶어요.”구애린이 돌아누워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이 순간이 그저 평온하고 행복하기만 했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진원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가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심재경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우리 레스토랑에 있으니까 내려와.”진원우가 대답했다.“알겠어.”그가 전화를 내려놓은 후 구애린이 물었다.“식사하러 오라는 전화지?”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애린이 또 말했다.“그럼 얼른 가.”진원우가 옷을 정리하고는 구애린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물었다.“정말 안 갈 거예요?”구애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정말 안 가. 너무 피곤해.”진원우는 허리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될수록 빨리 돌아올게요.”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나 진짜 괜찮아. 원우 씨 안 기다릴 거야. 나 좀 잘 테니까 너무 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녀가 배려할수록 진원우는 가슴이 아팠다.그는 미련이 가득 남은 채로 방을 나섰다.레스토랑에 도착하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임지훈이 그에게 장난치며 말했다.“역시 아내가 생기니까 달라졌어.”진원우는 그의 옆자리에 앉고는 말했다.“많이 부러운가 봐?”“내가 너를 부러워해?”임지훈이 말했다.“장난치지 마. 나 혼자라서 너무 편하거든...”“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들 중에 너만 아빠가 된 기분이 어떤지, 남편이 된 기분이 어떤지 모르는 거잖아.
임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심 선생님답지 않게 왜 그렇게 예의를 차려요?”심재경은 일부러 그의 술잔을 가득 채우며 물었다.“제가 평소에는 어떤데요?”임지훈은 한참 고민하는 척하더니 대답했다.“아무튼 좋은 사람은 아니죠.”심재경이 말했다.“저를 모함하면 안 돼요. 아내 될 사람이 옆에 앉아있는데. 만약 지훈 씨 말을 믿고 나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지훈 씨가 책임지세요.”임지훈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나는 여자도 없는데 심 선생님까지 책임져야 하나요? 차라리 저 자신을 내줄게요.”“꺼지세요. 안 받겠습니다.”심재경이 곧바로 사양했다.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사람들은 모두 심재경과 안이슬을 진심으로 축하했다.두 사람이 다시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고 긴 시간을 보냈다. 결코 쉽게 얻은 행복이 아니었다.“자, 앞으로 계속 행복하길 바라요.”임지훈이 술잔을 들어 말하고는 심재경도 술잔을 들어 그와 건배했다.잇따라 진원우도 축하를 건넸다.“꿈을 이룬 걸 진심으로 축하해.”심재경은 다시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는 진원우와 건배하면서 술을 쭉 들이켰다.송연아가 주스가 담긴 잔을 들고 말했다.“술 대신 주스로 축하할게요. 두 사람 결국 이뤄져서 축하해요.”심재경이 말했다.“고마워.”두 사람이 건배하고는 쭉 들이켰다.사람들은 저마다 웃고 떠들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식사가 끝났을 때쯤 심재경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취해버렸다.안이슬은 송연아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심재경을 호텔 방에 데려다 놓고 쉬게 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은 채 안이슬과 함께 호텔을 떠났다.그들은 강변으로 갔는데 저녁에 강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그들도 산들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시작했다.윤이는 스스로 걷겠다면서 내려달라고 했다. 아주 늦게 걸었지만 말이다.안이슬은 윤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이모 손을 잡아.”윤이가 작고 부드러운 손을 내밀어 안이슬의 손을 잡았다.“애들은 좋겠다, 걱정할 일이 없어서.”안이슬이 탄식하며 말했다.
윤이는 짧은 다리로 씩씩하게 달려갔다.안이슬이 뒤에서 쫓아오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러다 넘어져.”윤이는 손을 뻗어 곧바로 바람개비 하나를 집어 들었다.노점 상인은 아이가 워낙 귀여운지라 개의치 않아 했다. 그리고 아이가 집어 들었으니 어른은 분명 돈을 지불할 것이라 걱정할 것도 없었다. 노점 상인은 바로 이런 아이들을 좋아했다.안이슬은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점 상인에게 물었다.“얼마예요?”“3000원이요.”노점 상인의 말에 안이슬은 돈을 물었다.오늘은 바람이 불었다.바람을 맞으면 바람개비가 신나게 돌아가 윤이는 꺄르륵 웃었다.아이들은 이렇게 순진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오랫동안 즐거워하곤 한다.‘사람은 아무래도 어린아이일 때 가장 즐겁겠지? 근심 걱정도 없고 말이야.’...강변에서 돌아간 후 송연아는 챙겨온 선물을 안이슬에게 건넸다.안이슬이 건네받으며 물었다.“축의금이야?”송연아가 눈을 희번덕거렸다.“축의금은 결혼식을 할 때 줄 거예요.”안이슬이 웃었다.“그럼 잘 받을게.”“당연히 받아야죠.”그녀가 정성을 들여 고른 선물인데 말이다.“일찍 들어가서 쉬어요.”송연아가 말했다.“샛별이를 하루 동안 못 봤잖아요. 샛별이도 엄마가 보고 싶을 거예요.”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은 호텔에서 쉬고 안이슬은 집으로 돌아갔다.이튿날 아침, 심재경은 일찍 집으로 돌아갔는데 안이슬은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어제 옷을 그대로 입고 있어 쭈글쭈글한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어제 너무 신이 나서 많이 마셔버렸네.”안이슬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그에게 다가가고는 거뭇거뭇 자라난 수염을 보며 말했다.“얼른 가서 씻고 와서 아침 먹어.”심재경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화났어?”“화 안 났어.”분위기가 워낙 화기애애했기에 심재경은 술을 내뺄 수도 없었다.“다음부터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할게.”“응.”안이슬이 대답했다.심재경이 씻는 사이에 안이슬은 주방에서 달걀프라이도 하고 우유도 덥혔다
그는 문에 기댄 채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았다.따뜻한 햇살은 안이슬과 샛별이 위에 쏟아져 두 사람은 마치 금빛 아우라를 뒤덮은 듯했고, 몽롱한 분위기 때문에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기도 했다.심재경은 다가가 안이슬을 끌어안았다.그는 이 순간이 꿈일까 봐, 깨어나면 모든 게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안이슬은 몸이 경직되었다.그녀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왜 그래? 나 샛별이 엉덩이 닦아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 안으면 기저귀를 어떻게 갈아? 얼른 비켜.”심재경이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꼭 끌어안았다.“이대로 가만히 안고 있으면 안 돼?”그는 팔로 안이슬을 껴안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슬아.”“응?”안이슬이 고개를 들자 심재경은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네 목소리, 네 숨결, 모두 꿈만 같아.”“아직 술이 안 깬 거 아니야?”심재경이 그녀를 향해 애교를 부리면서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깼어. 깼는데 방금 너와 샛별이를 보니까 너무 행복한 거야.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내가 전에 겪었던 일들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안이슬은 갑자기 지나간 일들이 머릿속에 하나둘씩 떠올랐다.멀리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어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해 마음이 복잡했다.안이슬이 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꿈꾸고 있는 거 아니야. 나도 꿈꾸고 있는 거 아니고. 우리 함께 있는 거 맞아.”심재경은 그녀를 껴안으며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했다.“이대로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안이슬은 창밖을 바라봤다.그녀도 이대로 평생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랐다.샛별이도 마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걸 아는지 울지도 않고 조용히 눈만 깜빡거렸다.한참 지난 후.샛별이는 잠이 들었고 안이슬은 아이에게 기저귀를 마저 입혀 줬다.심재경은 테이블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열어본다?”“오늘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심재경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단지 송연아가
안이슬은 메이크업실에 앉아있었는데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었다.오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송연아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찬이가 동글동글한 큰 눈을 깜짝이며 말했다.“오늘 이슬 이모 너무 예뻐요.”안이슬이 거울에 비친 찬이를 보며 말했다.“찬이 말을 너무 예쁘게 잘하네.”찬이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저 진심인데요.”안이슬은 그런 찬이 덕분에 미소를 활짝 지었다.“찬이를 데리고 있으면 윤이는 어떻게 해?”안이슬이 송연아에게 물었다.“윤이는 어려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세헌 씨에게 맡겼어요.”찬이는 송연아 따라 얌전히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윤이라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아이들은 그래도 좀 커야 키우기가 쉬워진다.안이슬이 말했다.“찬이 많이 컸네.”찬이가 뿌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당연하죠. 엄마가 그러셨는데요, 제가 이 바닥의 맏이라고요.”“이 바닥?”안이슬은 미처 반응하지 못해 찬이가 설명했다.“윤이가 저를 형이라고 불러야 하잖아요. 고모의 아기도 나보다 어리고. 샛별이도 저를 오빠라고 불러야죠, 모든 아기들이 나보다 어리니까 제가 맏이 아니겠어요?”안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 우리 찬이 맏이가 맞네.”찬이는 듬직하게 말했다.“이슬 이모, 앞으로 샛별이를 돌보는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샛별이가 학교를 가도 제가 지켜줄 거예요. 저는 샛별이의 슈퍼맨이 될 거예요.”안이슬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겠어.”송연아는 안이슬을 놀렸다.“정말 샛별이를 우리 찬이에게 맡길 생각이에요? 우리 찬이가 샛별이 채가면 어떻게 해요?”“채가면 나야 좋지. 다른 사람이 채갈 바에는 찬이가 채가는 게 좋겠어.”안이슬도 웃으며 말했다.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안이슬의 진짜 속내이기도 했다.찬이는 결코 샛별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랐다. 걱정할 바에 차라리 찬이에게 맡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엄마, 그게 무슨 뜻이에
구애린이 찬이를 확 끌어안고는 말했다.“언니, 너무 조심하는 거 아니에요? 나 진짜 괜찮아요. 찬이도 내가 좋아서 안기는 거잖아요. 어떻게 찬이를 밀어내겠어요?”“그래도 버릇없게 구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되죠.”“아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찬이랑 윤이, 둘뿐이잖아요. 좀 많이 예뻐하면 뭐 어때요.”구애린이 찬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찬이야, 안 그래?”찬이는 포도알 같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모 말이 맞아요.”송연아는 찬이의 엉덩이를 툭 쳤다.안이슬도 맞장구를 쳤다.“찬이가 아무리 아이들 중에서 맏이라고 해도 어린애잖아. 많이 예뻐해야지.”“엄마, 들으셨어요? 이슬 이모랑 고모가 저를 많이 예뻐하래요.”송연아가 말했다.“너 솔직하게 말해봐. 엄마가 너를 안 예뻐해?”찬이는 구애린의 품에 숨으며 말했다.“고모가 엄마보다 저를 더 사랑해요.”송연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앞으로 고모 집에서 살아. 나 따라오지 마. 앞으로 나는 아들이 윤이 하나뿐이야.”찬이는 곧바로 겁에 질려 송연아의 품에 안기고는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엄마, 엄마가 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주시죠.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예요. 저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도 저를 사랑하죠.”“어우.”구애린은 눈을 희번덕거렸다.“오글거려.”송연아는 여전히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척했다.“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찬이가 씩 웃고는 그녀의 얼굴에 얼굴을 대며 말했다.“좋은 엄마 맞아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예요.”안이슬이 말했다.“찬이야, 나 닭살 돋았어.”찬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송연아의 목을 끌어안았다.“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구애린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찬이야, 방금 무슨 얘기 했어? 왜 그렇게 웃은 거야?”찬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이슬 이모가 저랑 샛별이를 결혼시켜 준대요.”“어머.”구애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찬이는 아직 어린데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