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서로 만나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만나는 자리는 아니었다.이번에는 최건국이 아버지의 신분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서정원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반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저녁에는 어떻게 할까요? 아버님을 저희 집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호텔로 모실까요?”최건국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최건국이 좋아하는 아늑한 분위기대로 집으로 모시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다른 어르신들처럼
“그리고 저희 해외 법인과의 협상도 어떻게 되었는지 좀 더 확인해 주세요.”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즈니스의 중요한 시기인 순간, 저마다 특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심지어 이번 비즈니스를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모두 다 준비된 상황에서 차질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아무도 감당하지 못했다.매니저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서정원은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시간을 수시로 확인했다.최성운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었지만 비행기가 이미 이륙했을 거라는 생각에 포기하기로 했다.일단 비행기가 이륙하면 비행모드로 전환
이륙 전에 문제를 발견했다거나, 비행 중에 고장을 발견하고 아무 곳에나 착륙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최성운이 타고 있는 항공편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경찰이 들락거리는 모습에 더욱 불안감이 커졌다. 입구를 막고 있으니 들어가지도 못했다.“경찰까지 출동한 걸 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요? 성운 씨한테 여러 번 연락해 봤는데 받지를 않아요.”그 뒤로도 계속 연락해봤자 똑같은 상황이었다. 매니저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비행장은 전문적인 보안요원이 있어 평소에 경찰이 드나들 필요가
뒤돌아보았을 때,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정말 최성운이 맞았다.서정원은 꿈인지 생시인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하겠는지 연신 눈을 비볐다.최성운이 두 팔을 벌리자 서정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제야 정말 꿈이 아니라 최성운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기다리느라 고생했어요. 저도 마음이 급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매니저가 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해 왔을 때, 최성운과 서정원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가장 아름다운 결말에 매니저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초조
배우와 가수를 불문하고 기계의 도움 없이 본연의 목소리로 녹음하게 된다.직접 편집과 연출을 해가면서 자신의 가장 리얼한 목소리를 들려주게 된다.이렇게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유행하기 시작했다.아무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콘셉트를 한 외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출하게 되었다.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연기와 노래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했다.전 세계를 향해 좋은 목소리만 들려줄 수 있다면 현직 배우나 가수들이 참여해도 상관없었다.언어의 장벽을 넘어 가장 진실한
특별히 신경 쓴다고 수염도 깎고 머리도 자른 것이다.서정원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괜찮아요. 성운이가 노는 데 정신 팔다 저를 이곳에 내버려 뒀으면 몰라도 업무 때문에 그런 건데요, 뭐. 충분히 이해해요.”이제는 서정원의 신분을 알았기 때문에 최성운이 노는 데 정신 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서정원은 의아한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첫눈에 알아본 것도 모자라 신분마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회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신분을 얼마든지 알 수 있
가정 도우미가 같이 간다고 해도 어르신은 허둥지둥할 것이다. 만약 두 노인이 같이 아이를 본다면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하여튼 최성운의 아버지를 너무 피곤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서정원은 두 아이를 떼어놓을 수도 없었다.그러니 적당한 해결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좋지. 마침 만나보고 싶었거든. 이번에 돌아와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마침 똑같은 생각을 할 줄은 몰랐네. 하지만 그분의 일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난 나랑 얘기 나눠주는 사람이 늘어서 좋긴 한데.”서정원은 최성운의 아버지에게 그 일은 걱정하
저녁을 먹고 난 후, 그들에게서는 약간의 술 냄새가 났다. 그래서 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술을 마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이와 더 놀 수 있을 테니 말이다.“두 분도 참. 마음 급하시기는. 내일 같이 놀면 되죠. 앞으로도 시간은 많잖아요. 오늘 밤만 밤인가요. 그때 가서 두 분이 아이들을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두 아이가 얼마나 활발한지. 게다가 붙임성도 좋아서.”서정원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대화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겠는가. 정상적인 대화고 정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