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난 후, 그들에게서는 약간의 술 냄새가 났다. 그래서 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술을 마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이와 더 놀 수 있을 테니 말이다.“두 분도 참. 마음 급하시기는. 내일 같이 놀면 되죠. 앞으로도 시간은 많잖아요. 오늘 밤만 밤인가요. 그때 가서 두 분이 아이들을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두 아이가 얼마나 활발한지. 게다가 붙임성도 좋아서.”서정원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대화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겠는가. 정상적인 대화고 정상적
이진숙은 요즘 이렇게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가 한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릿속은 늘 물음표로 가득 찼다.지금까지의 이진숙은 자신이 하는 일은 다 옳은 일이고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오늘날의 이진숙은 지난날에 했던 선택들이 다 틀린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전에 그런 선택들을 했던 이진숙은 권력에 눈이 멀어있었고 성가신 일을 꺼리는 사람이었기에 옳은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지금은 가족 간의 정이라는 걸 느껴버려 그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깊은 후회가 몰려
전에는 비록 둘 사이에 틈이 존재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최성운에게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진 않았고 이진숙은 그 일 때문에 누구라도 오고 싶지 않을 교도소에 갇혀버렸다.이진숙은 이미 제 자유로운 인생을 대가로 자신의 죄를 씻어내고 있었다. 모두가 바랐을 악인에게 딱 어울릴 만한 결말이었다."잘 반성하고 나오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도 좋아. 그땐 네 자리 다시 돌려줄게.""나오면 무너진 관계를 바로 회복하긴 어려울 거야. 원래의 이진숙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은 하지 않겠지. 그딴 일에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 하면서."최건국은 혼자 되뇌이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건 다 흩어져 버린 우리 가족이에요. 당신이랑 우리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아주 불행했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 때문에 자연스레 가족 간의 정이 쌓였다고 해도 그걸 지켜나가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건 똑같을 거예요."최성운은 다들 이곳에 다시 모이면 그와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다시 함께 얼굴 마주 보고 살면 가족 간의 정도 더 돈독해질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그래서 이곳에 돌아오는 게 좋은 일이라 여기는 최성운은 당연히 서정원의 뜻에 반대할 생각이 없
도우미는 서정원이 일러둔 대로 물건들을 꺼내놓았다."왜들 이렇게 급해. 그럼 나도 그냥 여기서 연락 돌릴게. 빨리 모이면 더 좋잖아."그들은 각자 곳곳에 전화를 걸며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제일 먼저 연락했던 청소업체가 가장 빨리 도착했고 최성운은 오후 내로 정리를 마칠 것을 다시 한번 부탁했다.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집 같은 집으로 만들기 위해 청소업체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집 안팎에서 정리를 시작했다.이런 북적거림이야말로 사람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집 대문을 열 때 철이 녹슬어 듣기 싫게 나는 소리
"우리가 뭘 어떻게 해요. 여자라면 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연채린도 예외 없죠. 훌륭한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사람이고 자기의 사생활이 있는데, 저희는 그냥 축하하고 이해해야죠.""연채린이 우리의 축하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댓글이나 많이 달아 놓죠. 나중에 댓글 봐서 복귀할 수도 있잖아요."네티즌들이 토론할 때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인터넷에 댓글을 달았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네티즌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채린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욕설을 맞고, 축하하는 댓글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인터넷은 온통 응
"아직 건강하신데,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건 별문제가 없을 거예요. 저는 그냥 제 사업에 집중하겠습니다."최건국은 최성운의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이미 후계자를 생각했는데 이 기회를 날릴 생각이 없었다. "내가 계속 회사 일에 신경 쓰는 걸 보고 싶니? 그리고, 내가 언제 회사를 주겠다고 했니, 그저 잠시 나를 도우라는 거지."최건국은 필살기를 꺼냈다. 어떻게 해서든 최성운에게 회사를 맡길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회사 사람들의 반응과 최성운이 회사의 파악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알겠어요. 가서 일 보세요. 오늘 밤이 아마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저녁일 거예요. 내일이면 또 정신없이 바쁠 거예요.""회사를 처음으로 인수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단계는 필수죠. 게다가 아버님 회사라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해요."최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모르는 사람의 회사였으면, 그는 바로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거절할 수 없었다. 심지어 최건국이 마음을 먹고 결정함 일이라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다. "회사 일은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요. 아이들은 당신이 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