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법은 모두 똑똑히 알았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모든 공격이 다 치명타였다.악질적인 연예인이 잡히는 날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회사에는 없다고 자부해도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 연예인은 하나 같이 숨김에 능했기 때문이다.조금의 흔적이라도 잡히면 바로 시끄럽게 퍼졌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이 겁에 질려 어떻게 할지 몰랐다.그러면서도 살아가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거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친구가 부탁하지 않는 한 절대 무료로 하는 일을 받지 않았다. 좋은 일이라고 해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하지만 지금 다시 제안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일 사람이 수두룩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프라인 이벤트도 못 연 지 한참 되었다.잊힐 것이라는 불안감이 연예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이다. 돈은 그다음에 얘기할 일이다.“부장님의 업무 능력은 당연히 의심하지 않아요. 다른 분한테도 믿고 맡길게요. 다른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하세요.”그들은 회의를 조금 더 진
따지고 보면 서정원의 회사는 ‘전과사’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서정원은 조 과장의 말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소 지은 얼굴로 조 과장에게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 겪어봤으니 다시 저지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시고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서류는 명심해서 검토하고 직원들한테 전달할게요. 따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마 과장은 마른기침을 했다. 서정원의 태도가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더군다나 어떤 일은 서정원에게 얘기해서 되는 것
젊은 사람은 늙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영원한 젊음을 선택할 것이다.서정원도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들었다.띵.이때 서정원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최미자가 건 전화였다.“여보세요.”“정원 씨, 요즘 바빠? 아이들을 못 본 지 한참 되어서 말이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전화했어.”최미자의 목소리를 듣고 서정원은 미소를 지었다. 이 집안에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해 주는 사람은 최성운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최미자밖에 없었다.“저
서정원은 이런 잔소리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아이들이 이런 사상을 당연하게 여길 때면 그녀의 잔소리도 성공한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정확한 교육 방식이 아닐까?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 잔소리하는 것은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후에 교육하려면 더 많은 정성이 필요했다. 이게 바로 서정원이 지금부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고집하는 이유이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처럼 인내심 있게 정확한 가치관을 세워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장난감은 놀 때도 그녀는 교육을 놓치지 않
김 감독은 더 나은 담판을 위해 리스트를 대충 훑어봤다. 역시 본 보람이 있는지 눈에 들어보는 다른 배우가 있었다.그는 마음에 드는 배우를 전부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제작비는 이미 정해져 있고 캐스팅이 너무 많은 돈을 써서는 안 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원래 정해 놓은 가격을 크게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세 명의 배우를 선택했다.“이 세 명에 대해 알고 싶어요. 만약 가능하다면 이 세 명 중에서 고르고 싶네요. 요즘 환경이 좋지 않아서 예산이 높지 않다는 점은 미리 알아주셨으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하지만 계약하기 전에 할 얘기가 있어요. 저희는 계약서를 만들 때 특별히 제시하는 조항이 있어요. 연예인의 이미지와 위약금에 관한 조항이에요.”제작진이 말했다. 서정원은 계약을 하려면 원래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도 제시할 조항이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고정도 아닌 게스트로 나가는 예능에 이런 조항을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정으로 나가는 톱스타만이 얘기가 나온 적 있기 때문이다.제작진이 콕 집어서 게스트까지 계약서를 작성하려는 걸 보면 요즘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해성시, 해성역.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 나왔다.그녀의 모습은 아주 청아하고 수려하였고 살짝 웨이브 진 머릿결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쌍의 크고 촉촉한 맑은 두 눈과 높은 콧대, 그리고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녀가 민낯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들었다.“안녕하세요, 서정원 씨 맞으시죠? 전 최씨 가문에서 보낸 기사입니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기사를 따라 차에 올라탔고 온몸 가득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차는 서서히 해성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