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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약 잘못 먹었냐?”

주강운은 들어서면서부터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성우는 늘 차분하고 점잖은 그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어리숙한 표정은 처음인지라 괜스레 등골이 오싹했다.

주강운은 옆 테이블에 기대어 앉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방금 옥상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어.”

“뭐?”

“내가 도촬하는 줄 알고 휴대폰을 빼앗아가더니 나한테 막 뭐라 하는 거야.”

한성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기분은 왜 좋아 보이는 거지?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냐?”

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성우도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는 강한서, 주강운과 소꿉친구였는데, 집안 세력만 따져보았을 때 살짝 약한 편에 속했다. 반면, 한주 주씨 가문과 한주 강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거의 막상막하였고, 주강운 역시 강한서처럼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후계자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다.

하지만 몇 년 전 주강운이 병에 걸려서 회복하는데 무려 2년이 넘게 걸렸고, 그 뒤로 부모님들도 생각을 바꾸셨는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아들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그동안 그는 음악도 배우고, 그림도 그렸으며, 스키도 하고, 레이싱에 빠진 적도 있었다. 관심있는 분야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이성을 멀리해서 사생활이 백지장처럼 깨끗했다. 결국 한성우는 한동안 그의 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했었다.

따라서 지금 여자한테 관심을 보이는 그를 보자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네가 말한 그 여자 예뻐?”

주강운은 방금 마주친 유현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반쯤 말린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고개를 살짝 들어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어슴푸레한 불빛 속에서도 매끈하고 탄력이 넘치는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가 돋보였다. 어쩌면 생얼마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가는 모습이 더욱 흥미진진하며 임펙트가 강했다.

“예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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