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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1화

말문이 막힌 강한서가 버럭 화를 냈다.

“대체 어딜 봐서 제가 약혼남인 척했다는 거예요? 전 단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쪽팔리니까 그래요.”

“아, 네.”

한현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

“강한서 씨와 가람 언니도 제 체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는데 제가 왜 강한서 씨 눈치를 봐야 하는 거죠?”

강한서가 눈을 부라리며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제가 언제 가람 씨와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어요? 전 그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온 거라고요.”

그러자 한현진은 날카롭게 강한서와 맞서며 말했다.

“그럼 강운 씨는 사과하러 온 건데, 그것도 안 되나요?”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의 강한서도 말싸움으로는 한현진을 이길 수가 없었는데 기억을 잃은 그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강한서는 주강운에게 화살을 돌려 그를 노려보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주강운의 얼굴을 가리며 강한서의 시선을 막았다. 그러더니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한서 씨와 싸우고 있는 건 전데 왜 강운 씨를 노려보는 거예요?”

“어리지도 않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왜 아직도 분수를 모르는 거지?”

자식을 보호하듯 편을 드는 한현진의 모습에 강한서는 화가 치밀었다.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 말은 강한서가 질투를 할 때에나 할 법한 대사였다.

강한서는 잔뜩 꼬여있는 사람이라 질투가 나도 명확히 얘기하지 않고 도리를 따지며 논쟁을 벌이고는 제삼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어차피 한현진을 탓하면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한서의 말에 반박하고 나중엔 아예 그를 무시해 버리기 때문에 전혀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강한서가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졌다. 안전하게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삼자에게 화풀이도 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분명 동갑이면서 강한서는 주강운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며 인신공격했다.

그런 강한서를 보는 한현진의 눈빛에 애틋함이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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