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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진아연은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듯이 목이 메어왔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어떻게 그가 Z 씨인 거지?!

Z 씨는 8억을 그녀에게 송금을 하였고 진명그룹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근데 박시준이라면 어떻게 날 도와줄수가 있지?

하지만 그는 Z 씨가 아닌데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녀는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휠체어, 검은 셔츠, 그리고 남달리 유별나게 하얀 피부. 보이는 모든 사실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시준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룸의 문은 닫혀있었다.

"인사도 없이 가려고?" 박시준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물었다. "왜 이런 곳에 온 거지?"

진아연은 귓가의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진정시키려 했다. "저... 전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왔어요."

"여기는 술 마시는 곳인데."

"아..."

매우 화려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룸이었지만 진아연에게는 이곳이 바로 지옥같이 느껴졌다.

"잘못...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그럼 전 이만. 친구들이 기다려서요."

"진아연."

그의 목소리는 얼음같이 차가웠다.

"아침에 내가 한 말, 잊은 건가?"

진아연은 애써 담담한 척을 하려 했다.

"아니요. 잊지는 않았지만 제가 꼭 당신의 말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난번 일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했다.

분명히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며 접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그녀의 대답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자기 의지가 뚜렷하고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아무리 경고를 하여도 그녀는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를 무시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

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조심히 물었다.

"박시준씨, 그러는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본가에서 저녁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 룸은 Z 씨가 예약을 했는데 왜 그가 여기 있는지.

아니면 박시준이 Z 씨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직설적으로 묻지는 못했다.

그의 대답이 전혀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Z 씨라면 회사일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 걸까?

Z 씨가 아니라면 아침에 그녀가 한 거짓말은 어떻게 넘어가지?

"이리 와서 술 한잔 마셔."

그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보며 명령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지?

"술 안 마신다고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요."

진아연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당신이나 마시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문을 열려고 하였지만 밖에서 문을 잠근 것 같았다.

아무리 힘을 써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게 대체 왜? 시준 씨! 내보내줘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향해 소리질렀다.

"같이 술 마시자는데 못 들은 거야. 아니면 못 들은척하는 거야?"

그의 차가운 눈빛, 협박이 섞인 말투는 더욱 독하게 들려왔다.

진아연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술을 마실 수 있다면 억지로라도 술을 마셔 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술을 마실 수 없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녀는 마실 수 없었다.

문이 잠겨 있어 나갈 수도 없다.

오직 그와 마주치는 선택 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와의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싶었다.

"오늘 아침에 한 말 다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그녀는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했다. "오늘 밤에 진짜 약속이 있어요. 다만 학교 일이 아니었을 뿐이에요. 지난주에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았는데, 그분이 아버지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누군데?"

그는 점점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성함은 몰라요."

"이름도 모르면서 나온 거야?"

"부회장님도 같이 오셨어요."

"그래서 그 부회장이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데?"

"차가 막힌다고 하셨는데 금방 오실 거예요."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다.

"박시준 씨,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아무리 당신 아내라 해도 제 사회 생활과 개인 시간이 필요해요. 이것을 당신이 방해할 권리는 없어요."

그녀가 말하는 사이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은근히 섹시했고 그의 섹시함에 그녀는 잠시 넋을 놓았다.

저렇게 술을 마시다가 취하는 건 아니겠지?

취하면 어떻게 집에 가려고 그러는 거지?

그녀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할 때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가 아픔을 느꼈을때는 이미 그에게 끌어당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소파로 내동댕이 쳤다. 소파는 푹신했지만 그녀는 너무 화가 났다.

날 뭘로 본거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한거야 뭐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없고 마음대로 행동도 할 수 없는 건가?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화해하기를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일어나려던 순간, 그녀의 눈앞에 큰 그림자가 졌다.

그가 일어났다!

그가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진아연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화내는 것도 일어나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였으나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가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남자가 이런 곳에 약속을 잡은건 꼭 여자에게 술을 먹이려고 부른거야. 술을 마시지 않을 거면 여기 뭐하러 왔겠어?"

박시준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그의 힘에 의해 입술이 살짝 벌려졌다.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와인잔에 담긴 술을 흔들었다.

두려움이 그녀의 모든 정신을 지배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반항을 하고 싶었으나 그가 힘으로 자신을 누르고 있어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진아연, 낯선 사람이 부른다고 이렇게 오다니... 벌을 주지 않으면 영원히 넌 네 잘못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는 술잔에 있는 와인을 그녀의 입에 부었다.

진아연은 있는 힘껏 나가려고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식물인간이었던 그는 비록 회복 중이었지만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갑자기 그녀의 뇌리에 그가 휄체어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스쳤다.

그는 상상했던 것보다 키가 더 컸고 그만큼 더 무서웠다.

붉은색의 액체가 입안에 가득했다. 와인 특유의 씁쓸함에 그녀는 힘겹게 기침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절망적일 때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당황한 그녀는 그의 옷깃을 힘껏 움켜잡았다.

너무 힘을 줬던 건가. 그의 셔츠 단추가 뜯어졌다.

뜯어진 단추가 또그르르 굴러떨어졌다.

만져진 그의 가슴으로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는 고통으로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놓아줬다.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려 입안의 와인을 뱉었다.

"박시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양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와인 한 모금만 먹였을 뿐인데 웬 오바야?"

그의 길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내려와 옷의 단추를 풀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 다른 남자가 너에게 이러고 있었을 거야! 진아연, 이게 바로 거짓말을 한 대가야!"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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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재밌네요 근데 캐시 사용 글읽기가 너무 짧아요 다음 장이 궁금해서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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