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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그의 몸에는 술 냄새와 은은한 담배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아연은 성빈 뒤에 있던 남자들이 휴대폰을 꺼내들어 그와 그녀의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 사람들은 성빈과 한 패겠지.

그녀는 박시준을 힘껏 밀어냈다.

그러면서 그가 넘어질까봐 재빨리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기사가 보고 도와주러 왔다.

두 사람은 박시준을 부축하여 뒷좌석에 앉혔다.

아연이 그에게 안전벨트를 착용시키자 기사는 물 한 병을 건넸다.

땀을 뻘뻘 흘리던 아연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사모님, 물은 회장님 드리는 건데…"

얼굴이 붉어진 아연은 즉시 물병을 시준의 손에 건네며 물었다. "물 마실래요?"

약간 인상을 찌푸린채 눈을 감고있는 그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못 들은 건지, 아니면 듣고도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기사가 아연에게 제안했다. "사모님, 물을 먹여드리는 게 좋겠는데요."

진아연은 난감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의 목뒤로 손을 가져가 그의 머리를 받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피부에 닿자마자 그의 눈이 떠졌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거둬들이고 물병을 들어 물을 마셨다.

박시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컴퓨터에 있는 이혼 계획을 떠올렸다.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하려나.

차는 천천히 출발했고, 묘한 분위기가 둘 사이를 감돌았다.

진아연은 곁눈질로 자신을 계속 바라보는 박시준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졌다.

물 한 병이 빠르게 비워졌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들린 병을 빼앗아 옆으로 던졌다.

쿵 소리와 함께 침묵이 깨졌다.

"내가 그 잡종을 지우라 해서 나와 이혼하려는 거지."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도망칠 수 없는 그녀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박시준 씨,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건 당신의 권리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내게서 엄마가 될 권리를 박탈할 수 없어요. 나는 아이를 갖고 싶고, 엄마가 되고 싶어요. 말해봐요. 당신과 이혼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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