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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바람은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는 방금 그녀에게 그녀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라 했다.

그 뜻을 생각해 보면 그녀가 계속 이혼을 주장하면 언젠가 동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초조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

집에 도착한 뒤, 이모님과 기사님이 박시준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게 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걸 보고 진아연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이모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사모님, 대표님이 저희가 손대지 못하게 해서요. 사모님께서 도와주세요! 얼굴을 좀 닦아 드리고 옷만 갈아입혀드리면 되세요."

얼굴을 닦고 잠옷을 갈아입히라고?

그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였다면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이긴 했어도 완전히 취해 뻗은 게 아니었다.

방금 돌아오는 길에서도 둘이 싸우기까지 했는대.

"그냥 자게 놔두는 게 어때요?" 아연이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알아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겠죠. 그냥 내버려 두죠."

이모님은 경악했다. "어떻게 그래요? 잠깐만 도와주시면 되요! 사모님께서 옷을 갈아입혀 드리시면 그렇게 저항하지 않을 거예요."

2층, 침실.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박시준은 잠이 든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모는 아연을 침대로 떠밀었다.

"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셔서 잠을 설치시다가 토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진아연은 이모님이 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

거부하려던 찰나 이모님이 이어 말했다. "대표님 다리가 중요한 회복 기간이라 다치시면 안 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안 그러면 이후의 재활 치료에 영향줄 거래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밤은 함께 주무세요!"

아연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결국은 거절하지 못했다.

인지상정상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잠이 드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닦아 드려도 괜찮아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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