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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

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

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

“그럼 너 혼자와.”

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

“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

“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

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

“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

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

“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

“저는...”

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

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

...

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

“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

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

“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

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

“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

“아... 그랬구나.”

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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