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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저녁 무렵.

2층에 있던 이서가 익숙한 차를 보았고, 흥분한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듯 아래층으로 내려가 지환의 앞에 다다랐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배미희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조심해요!”

그녀가 부러움을 띄는 눈빛으로 상언의 팔을 건드렸다.

“젊은 게 정말 좋구나.”

상언은 배미희가 무슨 말을 이어 나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엄마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 건지 저도 잘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곧 어머니께 며느리를 소개해 드릴 테니까요.”

상언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배미희가 질문을 이어 나가려던 찰나, 상언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배미희는 마음속의 의혹을 억누르고 이서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매우 놀란 그녀는 이내 멍해지는 듯했다.

‘드라마가 따로 없잖아?’

지환의 앞에 선 이서는 아담하고 귀여웠으며, 따뜻한 햇빛이 그녀에게 떨어지자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 서 있는 지환은 가면을 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탓에 눈빛을 볼 수는 없었으나, 배미희는 이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대단히 다정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번 이씨 가문의 고택에서 밥을 먹을 때처럼.

“H선생님.”

이서가 반가워하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가까이 다가가자니 익숙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듯했다.

고개를 숙인 지환이 이서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으며, 눈빛도 이전보다 더욱 총명해져 있었다. 보아하니 외국 생활은 확실히 그녀를 과거의 시시비비에서 멀어지게 하여, 기억을 잃은 생활에 더욱 잘 적응하게 한 듯했다.

지환이 마음속의 깊은 고통을 거두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거야?”

“그게...”

이서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저도 모르겠어요, H선생님을 보니까 달려오고 싶었어요.”

지환이 무의식중에 손을 내밀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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