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오후의 햇빛을 보며 어르신의 시선은 온통 그쪽으로 향했다. “군작아… 할아버지 밖에 나가서 햇빛 좀 쬐고싶다.” 예군작은 말없이 일어나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웠고, 그는 자신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의식하지 못 했다. 그는 혹시라도 이미 늙을대로 늙은 어르신이 다칠까 봐 두려워했다. 바깥 정원으로 나오니 온도는 딱 적당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으며, 공기에는 맑은 잔디와 흙의 냄새가 베어 있었다. 어르신의 입가엔 오랜만에 미소가 걸렸다. “군작아, 우리 처음으로 이렇게 사이좋게 나와서 햇빛 보는 거지?”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처음이에요.” 어르신의 흐릿한 두 눈도 웃고 있었다. “그러게… 처음인데…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네.” 예군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거 좋아하시면 언제든지 데리고 나와드릴 수 있는데,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꼭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요. 그렇게 귀찮게 잘 하시더니, 이제 저를 더 못 괴롭히시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은데요?”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내가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그랬다면 넌 진작에 예가네를 손에 넣고 네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내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됐었잖아.” 예군작은 망설이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생각했었죠, 한 두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에요. 어차피 며칠 못 사실 텐데, 그렇게 마음이 급하진 않았어서, 속으로 생각만 하고 넘어갔죠.” 어르신은 웃었다. “허허… 만약 네가 진짜 군작이었으면 내가 일찍 죽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내 친손자는 내가 제일 잘 알거든. 걔는 날 너무 싫어해서 만나기만 하면 이를 바득바득 갈 정도야, 너처럼 내가 하루하루를 버티게 둘 정도로 착하지가 않지.” 예군작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예군작을 잘 모르니 함부로 욕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르신이 갑자기 물었다. “청곡이는? 왜 갑자기 애가 안 보이지? 배도 많이 나왔으니까 네가 조심해, 혼자 함부로 나가
예군작은 침착하게 방 문 앞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한 적 없어요, 아침까지도 있었다고요. 여긴 해성이에요. 제가 그 사람을 어떻게 하고싶어도, 국가네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저는 지금 할아버지 보느라 바쁜데 제가 어떻게 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렇게 화 내시다가 돌아가시면 저만 또 덤탱이 써요.” 그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앉아 어르신은 진정이 되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지 않았다. ”사람 시켜서 찾으라고 해! 내가 국가네에 전화해 봤더니, 거긴 없다고 했어!” 예군작은 사람을 불러 어르신의 안방을 치우게 했고, 뒤돌아 정원으로 걸어갔다. 이때 아택이 다가와 말했다. “어르신 몸 상태가 이러셔서 화를 내시면 잘못될지도 모르니 도련님께서 좀만 참으세요.” 예군작은 담뱃불을 붙였다. “가서 국청곡 찾아봐, 이 중요한 순간에 대체 어딜 간 거야. 걔만 안 보이면 노인네는 내가 어떻게 했다고 생각해. 찾으면 집으로 돌아와서 매일 노인네 앞을 지키고 있으라고 해. 노인네가 눈 감을 때까지, 그래야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아택은 대답을 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예가네 저택을 떠났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아택 쪽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병원에 계십니다…” 예군작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살짝 떨렸다. “왜 병원에 있어?” 아택은 전화 너머 머뭇거렸다. “도련님께서 직접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치 보내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예군작은 차를 대기시키라고 한 뒤, 빠르게 국청곡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했지만 병실에 들어가서 무탈한 국청곡을 보고 멍해졌다. “어떻게 된 거예요?” 국청곡은 침대에 반쯤 누워 눈빛을 살짝 피했다. “최근에 할아버지 상황이 악화되었으니 아이를 보고싶어 하셔서 좀 일찍 출산하려고요, 별 일 아니에요. 제 몸 상태가 괜찮아서, 2틀정도 관찰하고 수술하려고요. 당신은 평소에 할아버지 챙기느라 바쁘니까 사소한 일은 말 안 했어요.” 예군작의 표정
예군작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아주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 아이를 낳는 게 싫었더라면 이미 사라지게 만들었겠죠. 절대 지금까지 두지 않았을 거예요. 날 여태 믿지 않았던 건 당신이에요. 지금까지 늘 경계했죠. 내가 노인네를 무서워해서, 노인네가 죽으면 당신을 없애 버릴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터무니 없이요!” 국청곡은 너무 아파서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고, 어느정도 놀란 게 있었다. 설마 진짜 그녀가 오해한 건가? 그녀는 그저 속으로 믿지 못 하고 있었다… 이건 도박에 걸 수 없었고, 이 도박에서 진다면 아이가 없어질 것이다.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는 걸 보자 예군작은 짜증이 나서 손을 내렸다. “자꾸 나 귀찮게 그만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요!” 국청곡은 고개를 숙이고, 하얀 이불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난 안 가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이렇게 하도록 오히려 둬야죠. 이건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아쉬워하신 일이에요, 난 절대 할아버지가 아쉬움을 남기신 채 눈 감게 해드릴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 늘 당신 말만 들어왔잖아요, 이번에는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요? 수술동의서에 서명해줘요. 이 일 아직 우리 가족들한테 말 안 했는데, 가족 서명이 꼭 필요해서요. 당신은 아이의 아빠니까 제일 서명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예군작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녀가 몸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바로 수술을 안 한 게 아니라 수술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해서 수술을 못 했다는 걸 대략적으로 추측했다. 이 일을 분명 국가네 사람들은 싫어할 테고, 그녀는 가족들에게 말하는 걸 계속 망설였다. 아니면 아이를 이미 낳았을 테다. 그가 가만히 있자 국청곡이 애원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그러니까 한번만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요? 이 일이 끝나면 뭐든 당신이 하자는대로 할게요…” 이때, 아택은 병원에서 수속을 밟고 나왔다. “도련님, 수속 다 밟았으니 이제 가셔도 됩니다.” 국청곡이 간절하게 예군작을 보
예군작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무표정으로 말했다. “노인네가 나한테 당신 옆에 한시도 떨어져 있지 말라고 했으니 집에 안 가고 딱이잖아요. 귀도 좀 쉴 겸요, 어차피 나도 옆에서 노인네 보살피고 싶지 않아요.” 국청곡은 고개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괜히 저렇게 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든, 어르신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고 옆에서 계속 보살폈던 사람은 예군작이었다. 어르신의 기분이 계속해서 바뀔 때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의 다리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여러모로 애를 쓰며 불평하지 않았으니, 이 시간을 통해 좀 쉬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렇지 않았다면 그가 또 어떻게 기꺼이 병원에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 둘째 날 오전, 의사가 수술동의서를 들고 예군작에게 서명을 권할 때 국청곡은 긴장돼서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술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었고, 막상 때가 되니 당연히 두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티 내면 예군작이 비웃을까 봐 걱정했다. 이건 그녀의 결정이었고, 어차피 언젠간 마주해야 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예군작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서명하기 전에 또 잠깐 멈췄다. “겁먹은 거 같은데, 생각 확실히 했어요? 서명하면 이제 못 물러요.” 국청곡은 민망한 표정이었다. “겁먹었다고 누가 그래요? 나 겁 안 먹었으니까 서명해요! 수술시간 지체하지 말고요!” 그는 고개 돌려 그녀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은 뒤, 빠르게 동의서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국청곡은 반복해서 심호흡을 하며, 의사가 수술 준비가 곧 다 될 거라고 말하자 호흡이 더 조급해졌다. 수술준비가 금방 끝났고 그녀는 수술실 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온 몸을 떨고 있었고, 두려움이 온 몸을 집어삼킨 그런 느낌이라 극복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낳을 때 이렇게까지 겁먹는 여자는 없지 않을까? 그녀의
간호사는 밖에 남자가 두 명이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묻지 않고 한 마디 했다. “산모는 건강하세요, 태아는 비록 일찍 태어났지만 또 너무 이른 건 아니라 보기엔 괜찮아 보이네요. 검사해보고 별 문제없으면 인큐베이터에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간호사와 아택이 아이를 데리고 멀어지는 걸 보자 예군작은 정신을 차렸다. 설마 딸인가…? 이러다 노인네가 둘째까지 낳으라고 하는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영양식단을 가져왔고, 국청곡도 수술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깊게 잠에 들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서 방금이라도 큰 병을 얻은 것 같았다. 예군작은 처음으로 귀찮은 티를 내지 않았고 계속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지켰다.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아이가 보이지 않자 아주머니가 물었다. “도련님, 혹시 아이가 조산이라 인큐베이터에 있는 건가요?” 예군작은 대충 대답했다. “몰라요.”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차갑다고? 자기 아이한테 관심도 없을 정도인가… 잠시 후, 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예군작은 복도로 나가서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어르신은 다급해 보였다. “청곡이는? 오늘도 집에 안 오는 거야?” 그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문질렀다. “안 갈 거예요. 지금 그 사람이랑 밖에서 쇼핑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저녁에 저는 잠깐 들를게요.” 어르신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청곡이 전화 좀 바꿔봐, 내가 직접 말 해야겠어.” 예군작은 아직 깊게 잠든 여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화장실 가서 전화 못 받아요. 저 좀 귀찮게 안 하시면 안되요? 살아있는 사람을 제가 잡아먹기라도 했을까 봐요? 이따가 영상 보내드릴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문 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국청곡이 퇴원할 때까지 숨기지 못 할 걸 알았다. 어르신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 언젠간 병원에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다. 2시간 동안 깊게 잠
그녀는 안도한 뒤 예군작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쪽에는 숨기지 못 할 거예요. 어차피 이미 아이를 낳았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죠. 애초에 할아버지를 위해서 일찍 아이를 낳으려고 한 수술이잖아요. 우리 가족한테는… 나중에 퇴원하고 말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가족들이 알게 되면 병원에서 난리칠까 봐 걱정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올 걸 생각하니 악몽과도 같아서 그녀는 당장은 조용한 걸 원했다.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고 핸드폰을 꺼내 아이 영상을 어르신에게 보내며, 아이가 일찍 태어났다는 걸 알렸고, 어느 병원인지도 알려줬다. 영상을 찍을 때, 그는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아이는 그렇게 예쁘진 않았다. 피부가 다 빨갰으며 마르고 작았고, 하나도 하얗지 않았지만 그는 아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어르신은 이 일을 안 뒤, 전화로 그를 욕할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병원으로 달려왔다. 국청곡과 아이를 보자, 어르신의 흐릿한 눈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청곡아, 왜 할아버지 말을 안 들었어? 너랑 아이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 왜 굳이 일찍 낳은 거야?” 국청곡은 웃었다. “할아버지, 저랑 아이는 멀쩡하게 잘 있잖아요. 괜찮아요, 오셔서 아이 안아보실래요?”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난 보기만 하면 돼.” 그는 지금 제대로 걷는 것도 못 했고, 매일 침대에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있기만 해서, 양팔에 힘이 점점 다 빠진 상태라 작은 아이를 안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아택은 아이를 안고 어르신 앞으로 왔고, 어르신은 뚫어져라 아이를 1분동안 쳐다본 뒤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야? 남자 애야 여자 애야?” 예군작은 이런 감동적인 상황이 싫어서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이 급해서 이름은 대충지었어요. 예선예예요.” 이름을 듣자마자 여자아이인 걸 알았지만, 어르신은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좋다, 좋아, 너무 좋네. 여자 아이도 괜찮지. 그런데 여자 아이는 나중에 시집을
돌아가는 길, 어르신은 예군작을 잠시 응시하다가 물었다. “어제 저녁에 계속 병원에서 지키고 있었던 거야? 수술동의서에 서명도 네가 했고?” 예군작은 귀찮은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네.” 어르신은 흐뭇한 얼굴이었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보구나. 그 아이는 그래도 네 친자식이니, 네가 아무리 독해도 친자식은 안 잡아먹겠지. 내 유일한 바램은, 너랑 청곡이랑 앞으로 잘 사는 거야. 아이가 생겼으니 너도 어느정도 마음을 잡았겠지. 과거에 너가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리고, 지금 네가 누군인지만 기억해.” ......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예군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실 앞으로 걸어왔을 때, 아택이 복도에 앉아 있자 그가 물었다. “여기서 뭐해?” 아택은 민망한 듯 말했다. “사모님이… 수우중이셔서요. 평소에 의사 선생님이 상처 부위 검사도 하시고 그래서 제가 안에 있기가 좀 그렇네요.” 예군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국청곡은 살짝 옆으로 돌려서 수유를 하고 있었으며,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사모님께서 젖이 잘 나오셔서 사다주신 분유도 거의 쓰지 않았어요.” 국청곡은 민망해했다. “아주머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장난을 쳤다. “두 분은 부부이신데, 부끄러워하실 게 뭐 있어요? 도련님 같이 바쁘신 분께서 병원에서 보살펴 주시는 걸 보니 두 분 감정이 꽤나 깊으으신 것 같은데요.” 국청곡은 고개를 들어 예군작을 보았다. “고마워요.” 예군작은 이 한 마디가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뭐가 고마운데요? 내가 병원에 와서 의무를 다하는 게 고마운 거예요? 좀 더 나은 말없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내 애가 아닌 것 같잖아요.” 새벽이 된 뒤, 예군작은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깼고, 국청곡은 아이를 달래며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이미 수유도 했는데 왜 아이가 우는 거죠?”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괜찮아요, 원래 다 이래요. 누군가
새벽 3시가 넘은 해성의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지만 네온사인이 다 켜져 있었다. 그는 해성의 이런 경치를 처음 보는 게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오늘 저녁이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예가네로 돌아온 뒤, 어르신의 안방에 들어가자 그 교활하고 성격이 더러운 어르신은 다시는 그를 괴롭힐 생각이 없는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침대 앞에 서서 아무 소리 없이 30분 넘게 서 있다가, 두 다리가 점점 아파서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택은 병원에서부터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줬고, 그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 당연히 다리가 버티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참지 못 하고 말했다. “도련님, 너무 오래 서 계시지 마세요. 아직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신 상태가 아니라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실 수도 있어요.” 예군작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지하고 뒷 일 처리해, 최대한 거창하게. 노인네가 한 평생을 빛나게 살았으니 죽었을 땐 어둡게 죽을 수는 없잖아.” 아태은 대답을 한 뒤 뒤돌아 나갔다. 예군작은 의자를 가져와서 앉은 뒤, 어르신이 침대 맡에 둔 서류 봉투 위로 시선이 향했다. 그는 바로 열어보지 않고 줄담배를 핀 뒤,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서류 봉투를 열었다. 그가 예상한 건, 어르신이 죽기 전에 그가 진짜 예군작인 걸 알고 예가네 소유인 것들을 그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서의 내용을 본 후 자신이 잘 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 어르신은 자신의 유일한 바램이 그가 국청곡과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과거의 자신을 잊고 지금의 자신만 기억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르신은 그래도 아무리 어쩔 수 없었어도 속으로는 그를 진정한 예군작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봤을 때, 그는 웃었다. 역시 교활한 여우는 최후의 수단을 남겨두었다. 어르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대부분을 국청곡과 막 태어난 아이에게 주었고, 이렇게 되면 그는 더 쉽게 국청곡과 이혼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