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손가락으로 공항 로비에서 뛰어나오는 장비를 착용한 공항 경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고는 손을 흔들어 진운과 그의 일행을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삼촌, 저 자식들을 그냥 놔주시는 건가요?”“추 대가, 방금 임지환을 해치우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는데 왜 죽이지 않았나요?”진용과 한재석은 모두 분개한 표정을 지으며 추문철에게 따졌다.“너희가 지금 나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거야?”추문철이 차가운 소리로 말했고 몸을 돌려 여러 번 공중으로 점프하더니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졌다.“진 도련님, 도련님의 삼촌이 도련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 같네요.”한재석은 매우 아쉬워하며 불만을 토로했다.“걱정 마세요. 삼촌은 거만하고 냉정한 성격이긴 하지만 내가 부탁한 일은 반드시 해낼 거예요. 임지환은 분명히 삼촌의 죽을 겁니다.”진용은 냉랭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재석을 위안했다....“임 진인, 왜 방금 그 영감탱이를 죽이지 않았나요?”용은 저택에 돌아온 후 아까부터 궁금했던 오양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추문철은 선천을 돌파하기까지 한 발짝밖에 남지 않았어요. 방금 나 혼자였다면 추문철을 죽이는 게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추문철은 언제든지 폭주하여 주변 사람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고 대규모 학살을 일으킬 수 있어요. 난 단지 어떤 피해도 발생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맞아요. 추문철은 도망가려고 하거나 우리의 목숨을 인질로 삼고 임 선생님을 위협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어요. 이건 추문철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진운이 추문철의 명성과 출신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이 녀석은 전투에 눈이 돌아간 미치광이가 분명했다.“만약 이런 사람이 암살을 노리고 우리 머리를 자르려고 한다면 우린 날마다 이 사람 경계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오양산이 해명을 듣고 난처해하며 말했다.“추문철이 주먹을 휘두르는 상태나 분
오양산도 추문철이 무술 실력이 변태적으로 강할 뿐만 아니라 호흡을 숨기는 술법도 터득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이로써 추문철이 화해하거나 좋은 의도로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네가 여기에 네 실력을 과시하려고 온 거라면 장소를 잘못 선택했어.”임지환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침착한 태도로 유유하게 입을 열었다.“흥, 애송이치곤 실력이 좀 있는 건 인정해. 아까 공항에서는 무기를 착용하지 않았기에 네가 내 빈틈을 제대로 노릴 수 있었던 거야. 무기를 착용한 지금 네가 날 과연 이길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추문철은 말을 끝내고 등에 메고 있던 하얀색 천으로 감싼 물건을 벗었다.순식간에 은색 장창이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왔다.장창은 눈부신 은색이 빛났고 서늘한 기운을 발산했다.몇 미터 떨어져 있더라도 다들 장창에서 퍼져 나오는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장창은 좋은 장창이지만 네 실력으로는 내가 맨손으로 상대해도 넌 여전히 내 상대가 아니야. 네가 10년 동안 장창 기술을 연마했다면 내게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너 하나 죽이는 건 쥐새끼를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임지환은 장창을 보고도 여전히 침착한 태도로 뒷짐을 지고 유유하게 말했다.“헛소린 그만 집어치워. 내 용운창이 뭐 단순한 장식인 줄 알아?”추문철은 콧방귀를 끼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넌 아직도 선천 대사가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임지환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너 참 세상일을 다 통달한 것처럼 건방지구나.”추문철은 어이없다는 듯 임지환을 조롱했다.“네가 진짜 선천 대가라면 아까 공항에서 내가 몇 걸음 물러난 것만으로 간단하게 당하지 않았을 거야.”“난 네가 나이도 많은 것 같고 해서 양보한 것뿐이야. 내 실력으로 널 진짜 죽일 수 없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임지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네가 날 죽일 수 있는지는 내 용운창에게 물어봐.”추문철도 더 이상
“방어를 뚫어버려!”추문철은 팔의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체내의 혈기가 소용돌이치며 파도처럼 요란한 소리가 뿜어나왔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조차 추문철이 전력을 다한 것이란 걸 알아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문철의 장창은 여전히 임지환의 방어를 깨지 못했다.“펑!”마침내 추문철의 손에 들려있던 운철로 만들어진 용운창은 굽어지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포기해, 넌 내 상대가 아니야.” 임지환은 쌀쌀한 말투로 일침을 날렸다.얼굴에 핏기가 일렁이는 추문철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미쳐 발광하는 사람처럼 위협했다.“내가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아? 으악!”추문철의 목구멍에서 격렬한 외침이 터져 나왔고 용운창은 심각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쨍그랑!”이 힘이 극치에 달하자 임지환 앞에 있던 영기로 이루어진 방패는 마침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하지만 추문철이 기뻐할 틈도 없이 거대한 충격파가 갑자기 그의 앞에서 폭발했다.“펑!”추문철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터져버린 영기 충격파에 의해 멀리 날려갔다.이 무술 대가는 무척이나 난감하게 저택 마당에 사정없이 내팽겨쳐졌다.“임 선생님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술 대가를 쉽게 이길 수 있군요.”진운은 이 보기 드문 놀라운 장면을 보며 충격을 받아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임 진인은 진짜 천하무적이군요. 이건 뭐 무술 새내기도 아니고 무술 대가인데 개 패듯이 패는 군요.”오양산은 마른침을 삼키며 저도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짧은 교전이 끝난 후 오양산은 추문철이 자기보다 훨씬 강한 고수라는 걸 알아챘다.그런데 임지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공격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추문철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건 오양산의 인지를 넘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들어선 상황이다.이제부터 오양산의 눈에 임지환은 진정한 신령과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이다.“멍하니 서서 뭐해요? 저 영감이 죽었는지 확인하러 가야 하지 않겠어요?”임지환은 돌아서서 차분하게 말했다.
“쉬이익...”저택 전체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지환은 불굴의 기념비처럼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아무도 임지완이 내뱉은 말의 신빙성을 의심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넌 인제 그만 가 봐. 근데 무기는 두고 가야 해.”임지환이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렸다.추문철은 임지환의 손에 들린 용운창을 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이 창은 내가 가장 아끼는 무기야. 원하는 게 있다면 이러지 말고 시원하게 밝혀.”“네 무기를 두고 가는 건 방금 무례하게 날 찾아온 죄에 대한 벌이야.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네 목숨도 쉽게 가져갈 수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겠어?”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용운창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방금 난 방심한 거였어. 근접 전투라면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야.” 추문철이 후회가 섞인 말투로 불만스럽게 말했다.“널 죽이지 않는 건 네가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거든.”말을 마치자 임지환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임지환은 몸을 빠르게 움직여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한순간에 몇 미터를 횡단했다.추문철이 반응했을 때 용운창의 창끝이 그의 목에 닿아 있었다.식은땀이 추문철의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추문철은 무술 대가의 경지에 들어선 후 처음으로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게다가 자기를 이 곤경에 빠뜨린 사람은 이미 명성이 자자한 대사도 아닌 젊은 후배였다.이렇게 거대한 심리적 격차는 추문철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심지어 추문철의 무술에 대한 강인한 신념도 크게 흔들렸다.“날 여기서 죽여라! 네 손에 죽는 게 나중에 늙어 죽는 것보다 백 배는 낫겠어.”이 순간, 추문철은 십 년은 더 늙은 것처럼 초췌해 보였다.임지환과의 이 교전은 추문철의 무술 대가로서의 자부심을 완전히 부숴버렸다.“널 죽이지는 않겠어. 하지만 이 창은 두고 가. 네가 선천의 경지에 이르면 그때 다시 이 창을 가져가.”추문철의 예상과는
진운이 옆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비록 진운도 임지환의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추문철을 진짜 죽여버린다면 분명 진용의 미친 듯한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무기에도 영혼이 있어요. 임 진인, 그 창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에게 주세요.”오양산은 임지환의 손에 있는 용운창을 바라보며 군침을 꿀떡 삼켰다.“어르신은 이미 장홍검을 소유하고 있지 않나요? 이 창은 왜 필요한가요?”임지환은 진운을 향해 말했다. “진운 씨는 무술을 연마해야 하지 않나요? 이 창은 일단 진운 씨가 가지고 있어요. 추문철이 돌아오면 그때 돌려주도록 하죠.”말을 마치고 임지환은 오양산의 섭섭해하는 표정을 무시한 채 용운창을 진운에게 건네주었다.“감사합니다, 임 선생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진운은 용운창을 받으며 보물이라도 받은 듯 기뻐했다.옆에서 오양산은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임지환만 없었다면 오양산은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이 용운창을 차지했을 것이다....“진 도련님, 추 대사가 과연 임지환을 죽일 수 있을까요?”한재석은 산 정상의 별장 옥상 테라스에서 강화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진용에게 물었다.잘라둔 쿠바 시가를 한 대 피우던 진용은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뭔가에 심취한 표정을 지었다.“대사도 각자 등급이 따로 있는 법이죠. 삼촌은 고대에 있었다면 분명히 천 명을 상대할 수 있는 걸출한 인물일 거예요. 그런 분이 임지환 하나쯤 죽이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거예요. 문제는 그 후에 이씨 가문과 우리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이죠.”진운은 다리를 꼬며 말했다.한재석은 돌아서 경멸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 그들이 아무리 우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청룡타운의 땅은 내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어요. 이 진성이란 녀석은 똑똑해서 외국으로 도망갔어요. 이 자식을 찾아내려면 꽤 고생해야겠네요.”청룡타운의 땅은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진가 그룹이
성천 병원.“배지수, 여기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거짓 자비를 베풀지 마. 네 물건을 챙겨서 당장 꺼져!”“네가 바로 재앙의 화신이야. 너 때문에 우리 오빠가 식물인간이 됐어! 이제 네 가족을 끌고 와서 우리를 조롱하려는 거야?”배전중과 배영지의 거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형님, 그 말은 좀 지나쳤어. 지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인국이 몰래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임지환을 자극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배전무가 서둘러 딸을 변호했다.“큰아버지, 인국 오빠 일은 제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정말 아니에요. 저도 진짜 억울해요.”배지수도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다.유옥진이 딸의 소매를 당기며 냉랭하게 말했다. “착한 우리 딸, 저분들이 우리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도 그만 진심을 보여주느라 애쓰자.”“누나, 저 사람들을 측은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배준영은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투덜댔다. “저 사람들은 60억이라는 거금을 받았잖아요. 우리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닥쳐!”배전중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배준영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형님, 왜 이러는 거예요?”배전무는 형님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왜 이러는 거겠어? 네 아들놈 입조심하라고 가르친 거야.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도리도 모르고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 이 일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그 60억은 이씨 가문의 일방적인 말뿐이야. 인국이 평생 깨어나지 못하면 너희를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배전중은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사람을 때리고도 당당하네요? 나중에 시아주버니 제사를 지낼 사람이 없을까 봐 우리 아들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아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유옥진이 소리쳤다. 아들이 맞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 참을 수 없었다.“뭐라고?”배전중은 유옥진을 살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방금 네가 한 말, 그게 진심이야? 그 말 때문에 내가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