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4화 출장을 한국으로

나는 얼른 화장실 문을 열었고, 정아는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배탈 났어?”

“응, 저녁에 너무 많이 먹었나 봐.”

나는 잠옷을 여미며 말했다.

“얼른 화장실 써, 난 들어가 자야겠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방으로 돌아가 잠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불을 끄지 않은 채, 눈은 창문 유리를 응시하며 멍하니 있었다.

이젠 어떡하지?

만약 임신한 사실을 배인호한테 알려주면 우리 둘 사이는 더욱더 얽힐 것이며, 특히 그의 부모님은 손주를 일찍 보고 싶어 했기에 분명히 날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배인호한테 안 알려주면 애는 어떻게 해야지? 나 혼자서 낳고 홀로 키워야 할지 아니면 병원에 가서…

나는 모성애가 이렇게 빨리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제야 깨달았고, 내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엄마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병원에 가서 아기를 지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 헛된 생각 속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나는 다음 날 출근 때문에 정아와 민정이를 배웅할 수 없었고, 그들을 깨우지도 않았다.

회사에 출근 후 나는 민정이의 메시지를 받았다.

「지영아, 우리 지금 떠나. 정아 결혼식 날짜 잡히면 꼭 와서 참석해!」

나는 바로 답장했다.

「당연하지, 조심히 가.」

정아와 민정이가 떠난다고 하니 나는 왠지 슬펐다. 비록 큰아버지네 가족과 같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기쁘진 않았고, 심지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아예 화장실에 달려갔다.

화장실에서 한창 울고 있을 찰나, 배인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었고, 5번째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울지 않은 척 전화를 받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나 한국에 돌아가.”

배인호가 입을 열었다.

“네.”

나는 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짧게 답했다.

“잘 있어.”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간결하게 인사 한마디 건넸다.

나는 잽싸게 전화를 끊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배인호는 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