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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기선우의 도움 요청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다.

청담동은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집에 도착했고 나는 이 기사한테 들어가 보라고 했다.

아버님 어머님은 집에 있었지만 배인호는 아직이었다.

“지영아, 인호는? 같이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혼자 들어오는 나를 보고 어머님이 물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친구랑 밥 먹었어요. 인호 씨 이미 들어온 줄 알았는데.”

나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내 추측이 맞다면 배인호는 오늘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냥감이 생겼으니 그의 마음은 진작에 다른 사람한테 가 있을 것이다.

아버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세종시로 돌아가기 전인데도 이렇게 밖으로 돌아치는데 돌아가면 이 집을 호텔처럼 사용할게 뻔했다.

“인호한테 전화해. 안 받으면 친구들한테 전화 돌려!”

아버님이 성질을 내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어머님이 나한테 눈치를 주었고 나는 전화기를 건넸다.

돌아오는 건 욕밖에 없을 텐데 멀리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일을 어머님께 돌린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 같았다. 배인호가 자기 어머니를 욕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배인호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이우범 빼고 있어야 할 번호는 다 있었다.

어머님이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들 뒤지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서너 사람쯤 연락했을 때 스피커폰으로 노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호 형, 형수님 전환데?”

“안 받아!”

배인호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가득 묻어 나왔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 모든 걸 똑똑히 듣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는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 사람들한테 난 그저 사랑받지 못해 원망으로 가득한 여자일 것이다.

“형 어머니신데...”

노성민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맞장구 소리가 갑자기 끊겼고 배인호가 전화를 넘겨받았다.

“엄마?”

“인호 너 지금 어디야. 저녁은 집에 들어와서 먹어야지. 맨날 이상한 별 볼일 없는 애들이랑 어울리고 다니다 몸 망가지면 어떡해!”

어머님은 평소에 부드럽고 차분한 분이셨지만 지금은 기세가 호랑이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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