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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빈털터리로 나간다고 하면

웃는 얼굴도 보여준 적 없는 배인호가 나한테 비굴해지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전생에 수모를 겪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내가 배인호의 천생연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선우는 달랐다. 그는 환생을 하지 않았으니 서란이 왜 이렇게 충동적으로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빨리 취하고 싶은지 쉬지 않고 술을 들이부었다.

옆에 앉은 나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한번 환생한 사람으로서 배인호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싶지 않으면 헤어지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배인호가 이렇게 빨리 뜻을 이루는게 싫었다.

“누나. 저 진짜 라니 많이 사랑해요. 우리 집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라니보다 부족한 남자인 건 알지만 노력하려고 했어요...”

기선우는 이미 많이 마셨고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다.

“알지, 다 알지.”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쟁자가 많긴 했지만 라니는 끝내 저를 선택했어요. 그때는 진짜 째질 듯이 기뻤고요.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런 라니가 왜 변한 걸까요? 저 이제 어떡해요? 가슴이 진짜 너무 아파요...”

기선우는 눈이 빨개서 울분을 토해냈다.

너무 불쌍했다. 기선우가 계속해서 술을 들이부으려고 하는 걸 막았다.

“너무 슬퍼하지 마. 변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생각해 봐. 그 문자는 그냥 대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고 근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거잖아. 성공했으면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지는 않겠지.”

기선우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축 처진 채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달라요. 전에도 이런 상황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오해할 가봐 저한테 먼저 남김없이 다 말해줬었거든요.”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거야. 이럼 어때? 시간 봐서 밥 먹자고 라니랑 약속 잡아볼게. 얘기도 좀 해보고.”

나는 기선우를 애써 달랬다.

“고마워요 누나.”

기선우가 애써 웃어 보였다.

“고마울 것까지. 우리 친구잖아.”

얼마 뒤 기선우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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