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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그의 다정함

서란의 전화였다.

배인호는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서란의 전화는 바로 받는 것 같았다. 아무리 허울뿐인 아내라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배인호는 얘기했다.

“거기서 기다려. 지금 당장 갈게.”

전화를 끊자마자 배인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나에게 내리라고 재촉했다.

“택시 타고 가. 아니면 기사 부르던지. 여기서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

“왜요?”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급한 일이라 가 봐야 해.”

배인호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어디로 가는데요? 나도 같이 가요. 다른 일도 없는데.”

나는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나는 배인호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잔인한 눈빛을 하고 웃었다.

“정말로 같이 갈 거야?”

서란에게 곤란한 일이 생겨 도와주러 가는 것 같았다. 가서 배인호가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분명 질투가 날 것 같았다.

배인호는 아마 내 마음이 불편해 지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그와의 결혼을 후회 할 테니.”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그래요. 가죠.”

배인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악셀을 밟아 빠르게 출발했다.

차는 한 쇼핑몰 앞에 도착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둘러 보고 있는 사이 배인호는 쇼핑몰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나도 급하게 뒤따라 6층에 도착하니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한 일식집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5분쯤 지나 배인호와 서란이 함께 나왔다. 서란은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배인호는 손으로 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략 서란이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일식집의 식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연어에 기생충 알이 있어 사장님에게 말했지만 일이 커져 주방에 갇히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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