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화 그녀는 특별하게

향긋한 샤워를 마치고 스킨케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한 후 내 방에 들어오는 횟수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

“왜 내가 민정 씨 약혼식에 참석하는 게 싫어?”

차분한 말투로 내 화장대에 다가온 배인호는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기대어 섰다. 블랙 슬랙스를 입은 긴 다리가 테이블보다 더 높았다.

“싫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너무 예민한 것 같네요.”

“이우범이 같이 가니까?”

배인호는 눈을 내리깔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우범이 참석하는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아니 인호 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솔직하게 말해요. 우리 사이에 돌려 말하지 말고요.”

나는 손가락 끝으로 팩에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문지른 뒤 마사지기를 사용해 흡수를 촉진했다.

“내가 말했잖아. 각자 즐기는 건 터치 안 해도 내 주위 사람은 건드리지 않기로, 이렇게 빨리 잊었어?”

배인호의 몸에서 차가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고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나는 말문이 막히고 혼란스러웠다.

“이우범과 내가 무슨 사이라고 누가 말했어요?”

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노성민이 뭐라고 했어요?”

지난번 벨라 에스테틱에서 일어난 일을 노성민이 입이 가벼워 배인호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전에 이우범에게 생리대를 사다 달라고 부탁한 일 또한 배인호를 깊이 의심하게 했을 것이다.

그처럼 많은 것을 이룬 남자는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노련하고 용의주도함으로는 더하면 더했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수십 년 일한 늙은 여우들 못지않았다.

나와 이우범은 서로의 이름과 생김새를 아는 것 외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

“설명해 봐.”

배인호는 똑바로 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뭘 설명하라고요? 난 그 사람에 대해 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