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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또 싸우다

내가 마침내 사레가 멈췄을 때, 배인호는 계속 나를 지긋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윤 집사에게 이만 가보시라고 했다.

식탁에는 배인호와 나 두 명만 남았고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너무 깊이 생각한 거 아니에요? 배씨 가문이 그렇게 큰데 당신이 3%만 줘도 나는 한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어요.”

“그래?”

배인호는 대꾸할 뿐 다시 시선을 거두고 식사했다.

나도 더 이상 말하면 뭔가 들킬 것 같아 침묵을 선택하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했다.

저녁 식사 후에 악기 방으로 가서 첼로를 켰다.

지난 보름 동안 배인호와 서란의 사이가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화학 공장 프로젝트가 가동되었으니 서란이 그에게 부탁할 때가 다가온 것일까?

생각이 많아 집중 못하니 계속 음을 틀렸다. 결국 멈추고 마음을 먼저 진정시켰다.

다행히 배인호는 밥을 먹고 회사로 갔다. 나는 다시 아래층으로 갔을 때 집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온몸을 소파에 파묻었다. 조금 피곤해서 눈을 감고 살짝 잠들었더니 머릿속에 전부 전생과 현재가 비교되어 단편적인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윤 집사가 저녁 식사를 하라고 깨웠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약간 기운이 없고 식욕도 벌로 없었지만, 몇 입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려고 했는데 기선우의 전화에 정신이 들었다.

“누나, 지금 시간 있으세요? 저희 잠깐 볼 수 있어요?”

기선우의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 달랐다. 꼭 화를 참으며 차분한 척하는 듯했다.

나는 물었다.

“그래, 지금 어디야?”

“저 지금 청담동 북쪽 입구에 있어요.”

기선우의 대답에 나는 놀랐다.

나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차를 몰고 청담동 북쪽 입구로 향했다. 마침 기선우가 보였다. 그는 길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가 차를 바꿔 나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나는 그의 앞에 가서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선우야, 타. 무슨 일인지 천천히 얘기하자.”

기선우는 놀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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