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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쓰레기

배인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본다고 했으니, 바로 거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커피를 다 마신 후, 배인호는 본인 차는 기사님이 운전해 갔으니, 내 차로 같이 들어가자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우리는 가는 길에 서로 이야기도 나눴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과거에 자존심 없이 그를 따라다녔던 일을 위주로, 나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지만, 배인호도 예전처럼은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빌라 문 앞까지 도착한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 둘이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는 날도 있네요.”

“인생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기 마련이지.”

배인호는 담담하게 답했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나도 환생했으니 말이다!

나와 배인호가 같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집사들은 의아해하며, 수군거리는 듯했다. 나는 윤 집사한테 점심을 부탁한 뒤 거실에 누워 민정이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민정이한테 말할지 말지 고민하던 나는 배인호한테 시선이 멈췄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인호 씨,저 물어볼 거 있어요.”

“뭔데.”

배인호는 내 맞은편에서 경제 매거진을 펼치며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만약에 인호 씨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우리 둘 사이도 아주 좋아요. 근데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예요. 그러다 어느 날 당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제가 알아버렸어요. 저는 임신까지 한 상태고요. 만약 제가 인호 씨를 용서한다면, 인호 씨도 죄책감과 아이에 대한 배려 때문에,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민정이는 진짜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내 친구의 일이다”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너무 쉽게 누군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고, 그나마 나를 예시로 들면, 배인호가 별 의심은 안 할 거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나는 만약이라는 바보스러운 질문으로 배인호한테 무시도 많이 당했었지만, 예전에 나는 그런 것조차도 즐겼었다.

배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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