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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진실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내가 어떻게 감히 인호 씨를 갖고 놀아요?”

나는 설명했다.

“윤선이 도우미로 왔을 때 인호 씨는 서란이 누군지도 몰랐을 거예요. 내가 무당도 아니고 앞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배인호의 안색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침묵했고 병실 안의 산소도 그의 침묵에 따라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의 아우라는 항상 강렬했다. 기분이 별로면 압박감은 더 배로 늘었다.

나도 따라서 침묵을 지켰다. 거의 모든 진실을 밝힌 지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드디어 배인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다시는 서란과 엮이지 마. 조사하지도 말고 접근하지도 말고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해.”

“어떻게 그래요?”

내 말투도 차갑게 식어 갔다. 담담하고도 냉정한 눈빛으로 배인호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날 뭐로 생각한 거예요? 바보 아니면 또라이? 나한테 상처 준 것까지도 없었던 일로 하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배인호가 침대맡에 서서 나를 내려다봤다. 마치 하늘의 신 같았고 나는 10년째 그 신을 믿는 경건한 신도 같았다.

나는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인호 씨, 서란을 위해서 세화 공정도 양보할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직접 담판에 나선 거고 나도 다치게 된 건가요?”

“응”

배인호는 항상 너무 솔직했다. 상처 주는 것도 늘 거리낌이 없었다.

“인호 씨도 내가 서란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고 서란도 내가 당신 와이프라는 거 알았으니 이제 이혼해요, 우리. 좋게 만나 좋게 헤어지는 거죠. 이 자리 서란한테 양보하는 거 전혀 불만 없어요.”

전생의 배인호는 일 년쯤 서란을 쫓아다닌 뒤 나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줬고 이혼하자고 했다. 지금 많은 일들에 변화가 생겼고 이혼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세희의 말이 맞았다. 이 남자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재난을 멀리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달리고 싶다.

배인호가 온몸으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엄동설한 속에 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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