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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나를 “세컨드”라고 생각해

오래 춤을 추지 않아서 그런지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내 몸이 조금은 굳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코올의 힘으로 용기가 생겼고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절주에 맞출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장미를 던져 왔다. 나는 그 장미를 주워 들었고 사람들의 호응 하에 스웨터의 끝부분을 말아 속옷 아래로 밀어 넣어 하얀 허리를 드러내고는 장미를 청바지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빨간 장미가 하얀 피부와 선명하게 비교되었고 그것은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이에 남자들의 흥분된 함성이 들려왔다.

나는 모두가 나에게 주목하는 느낌을 되찾았고 그 느낌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알코올이 점점 신경을 마비시켰고 나는 옷을 더 위로 올리려 했다. 놀란 정아와 애들이 다급하게 나를 향해 뛰어왔다.

순간 모든 조명이 꺼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추던 춤을 멈췄고 까만 그림자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그림자는 이를 갈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이런 젠장. 허지영 너 죽고 싶어 안달 났구나.”

배인호였다. 바의 전기를 끊은 것도 그가 시킨 짓일 것이다.

‘서란이 옆에 없었나? 배인호가 이렇게 와서 나를 멈춰 세우는데 서란은 막을 생각 안 한 건가?’

“인호 씨!”

서란의 목소리가 인파속에서 들려왔다. 누군가 전화기의 플래시를 켰다. 하지만 그 불빛이 무대를 향하진 않았고 밖으로 향하고 있어 내 쪽은 아직 어둠속이었다.

배인호가 한 손으로 내 팔을 잡고 간신히 화를 참아 내고 있었다. 서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가 본능적으로 말했다.

“나.”

나는 까치발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 배인호의 목을 휘감았고 정확히 그의 입을 맞추었다. 그가 하려던 말은 나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묻혔다.

그는 나를 밀어내려 했지만, 알코올의 작용하에 나는 더 대담하게 그의 손을 잡아 내 가슴에 올려놓았다.

한 사람이라도 플래시를 이쪽으로 비춘다면 이 뜨거운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스릴 넘치는 환경 속에서도 이상하게 배인호는 나를 밀쳐 내지 않았다. 오히려 벌을 주듯 나를 거세게 잡았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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