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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개인비서

나는 민정이의 이성적인 태도와 정신을 차린 모습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위로의 말도 이제는 너무나 빈말 같았고, 내가 그녀를 도와 해줄 수 있는 건 바로 허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민정이은는 침묵해 있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 사람이 날 배신했으니 나도 더 이상 간직할 옛 감정 같은 건 없어. 지영아, 나 네가 말하는 대로 하고 싶어.”

나와 민정이는 병실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를 통해 허겸에 대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허겸의 집안 배경은 평균 이하였고, 그의 고향은 어느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머리도 똑똑한지라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졸업하고 그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고, 최근에는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허겸한테 있어서, 현재 직장은 그가 서울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과도 같은 것이기에 아주 중요했다. 만약 이 직장을 잃는다면, 그는 이것보다 더 좋은 직장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정이 말하길, 허겸의 부모님은 겨우 50세 초반인데 현재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활비는 모두 허겸이 보내는 돈에 의지한다고 했다. 거기다 민정이도 이런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돈이 부족한 거도 아니고, 미래 시부모님한테 용돈 정도 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끝낸 순간, 정아가 아주머니와 세희랑 함께 도착했다.

“엄마!”

자신의 엄마를 보자마자, 민정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민정이의 어머니도 얼른 달려가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정아와 세희를 병실 밖으로 불러냈고, 방금 민정이가 결심한 태도와 허겸의 상황에 대해 모두 그녀들에게 말해주었다.

내 머릿속에는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지긴 했지만, 이 계획은 배인호의 도움이 필요했다.

병원에서 나온 나는 배인호한테 전화를 걸었다.

“인호 씨,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나는 직접적으로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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