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화 같이 진흙탕에 뛰어 들어요

기선우는 일하는 중이기에 당연히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고 나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말했다.

“누나, 지난번에 빌려주신 돈 200만 원 정도 남았어요. 그거 먼저 드릴게요. 남은 돈은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서 갚을게요. 저 다음 학기부터 인턴십 시작하는데 좋은 회사 찾으면 금방 갚을 수 있어요.”

“인턴십을 이렇게 빨리해?”

나는 깜짝 놀랐다.

“네, 내년 6월이 졸업이에요. 란이도 내년이면 4학년이에요.”

기선우는 시간이 참 빠르다며 한탄했다.

나도 침묵했다. 바로 어제 캠퍼스에서 배인호를 만난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세 사람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한눈에 이우범을 알아보고 현기증이 났다. 그와 노성민, 박준이 어떻게 이 바에 온 것일까?

이런 빌어먹을 운명이 있나.

“선우야, 가서 일 봐.”

나는 얼른 기선우에게 말했다.

“네, 누나 뭐 필요 하시면 저 부르세요.”

기선우는 몸을 일으켜 일하러 갔다.

이우범은 기선우의 모습을 쫓다가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성민도 나를 보았는지 잠시 나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박준과 둘이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은 기선우를 모르니 그저 내가 시킨 술을 서빙해준 것으로 알 것이다.

이우범은 나의 옆으로 와서 앉아 긴 다리를 꼬며 예리한 눈빛으로 취조하듯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형, 이 자리가 별로네. 우리 저쪽으로 가서 앉자.”

노성민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나와 감히 함께 앉지 못했다. 노성민은 배인호에게 여자들을 꼬시도록 조언한 전략가였다.

“너희들 먼저 가, 나는 나중에 갈게.”

이우범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겠어.”

노성민과 박준은 즉시 나에게서 가장 먼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웃겼다. 내가 자기들에게 터무니없는 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서 저러나?

“이것도 우연인가요?”

이우범이 말했다. 나는 그가 기선우와 내가 방금 함께 앉아 있던 것에 관해 묻는 걸 알고 있었다.

“네, 맞아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