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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우범에게 털어놓기

배씨 그룹 3% 지분이 나에게 유혹이 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빈털터리로 나간다고 해서 굶어죽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이 시비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생활을 꿈꿀 수 있다.

“안돼.”

배인호의 망설임 없는 대답은 매우 의외였다.

“인호 씨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가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나는 끝내는 못 참고 그에게 귀띔했다.

서란을 보름 정도 쫓아다녔으니 그녀의 남다른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이렇게 마음을 쓴 적이 없었다.

배인호의 눈까풀이 축 처져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지나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진 않을 거야.”

배인호처럼 총명한 사람이 왜 감정에서는 이렇게 무디고 기어코 끝을 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이 쉬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튿날 기선우가 문자를 보내왔다.

「누나. 저 라니랑 잘 풀었어요. 좋은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꼭 밥살게요.」

잠깐의 생각에 잠겼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배인호의 기분이 안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아침 먹으러 내려왔다. 배인호는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윤 집사님, 아침 메뉴는 뭐예요?”

그를 지나쳐 다이닝룸으로 갔다.

“소고기 탕면이에요. 어제 계란 조림을 좀 했는데 좋아하시면 탕면에 하나 놓아 드릴게요. 맛있어요.”

윤 집사가 이렇게 말하며 면을 담기 시작했다. 푹 곤 제비집과 과일도 준비했다.

구미가 당긴 나는 앉아서 먹기 시작했고 얼마 뒤 배인호도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윤 집사가 똑같은 아침을 대령했다.

밥을 먹던 중 배인호의 전화기 울렸다. 확인한 그의 얼굴이 티 나게 어두워졌고 두 숟가락쯤 뜬 탕면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오전 9시 우리 집으로 가는 거 잊지 마요.”

나는 배인호가 까먹지 않게 귀띔했다.

배인호는 대꾸하지 않고 거실에서 사라졌다.

서란의 문자일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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