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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스쳐 지나가다

그 두 개 카메라를 제거하면 그 뒤에 배인호의 상황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하여 나는 다급해 났다.

만약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벨을 누른다면, 배인호는 나를 보고 과연 어떤 반응일까?

나는 그 욕망이 점점 강렬해졌다. 하지만 배인호가 나를 피한다는 것만 생각하면 마음도 금세 식었다.

만약 진짜 그렇게 한다면 배인호의 자존심을 아예 무너뜨린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현재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인데, 만약 내가 굳이 그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결국에는 그 생각은 접은 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가 한창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나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었고, 누군가가 내 뒤에 와서 서 있는 느낌이었다.

“왔어요?”

나는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우범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는 손에 음식 재료를 들고 있었으며, 아마 저녁 준비를 할 재료들인 듯 보였다.

다시 제주도로 돌아온 후 이런 상황에서 이우범과 마주칠 거라고는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우범 씨, 인호 씨가 옆집에 사는 거 알고 있어요?”

“네, 알아요.”

이우범은 명쾌하게 인정하더니 멀지 않은 곳의 집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가서 밥 먹어요.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우범이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알고 있는지 엄청 궁금했다.

나는 이우범의 발걸음을 따라 우리 집 문 앞을 지날 때쯤,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 시각 배인호는 바로 정원에 있었고, 나 또한 그와 아주 가깝게 있었다. 내가 지금 초인종만 울린다면...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고, 이우범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이우범네 집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정원의 화초 또한 여전히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왠지 귀에 익은 “야옹”이라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데리고 왔는지 비비가 옆에서 놀고 있었다. 비비는 나를 보면서 모르는 척하더니, 내가 몸을 숙여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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