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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내가 결혼을 요구하다

빈이가 요즘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데 작은 문까지 막아놓고 대문도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서울로 돌아갔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빈이는 지금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매일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평범한 한국 학생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에 나도 거의 빈이를 보지 못했다. 이우범의 말을 들으니 배인호가 빈이에게 숙제를 꽤 많이 내준다고 했다. 거기에 과외까지 잡아주었다고 한다.

빈이는 전에 외국에 있었기에 한국의 교육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진도가 많이 뒤처져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힘들게 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빈이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빈아.”

배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빈이의 행동을 제지했다.

빈이는 배인호의 차가운 목소리에 작은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마치 또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련한 표정으로 나를 놓아주며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지영 아줌마하고 로아와 함께 놀고 싶어요.”

빈이 뿐만 아니라 로아도 나의 품에서 허리를 숙여 장난스럽게 빈이의 모리를 잡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로아가 머리를 세게 잡아당길까 봐 아예 내려놓았다. 로아는 바로 빈이에게 달려갔고 잘생긴 오빠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승현이도 그 모습에 이우범의 품에서 내려오겠다고 버둥거렸다.

“비 내릴 것 같은데 빈이야, 집에 가서 놀자.”

나는 빈이에게 말했다.

빈이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배인호가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 때 냥이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인호 씨 빈이한테 가서 좀 놀라고 해요.”

배인호는 무거운 표정을 하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냥이는 계속 말했다.

“인호 씨가 가서 보고 싶은 거 아니에요? 요 며칠 동안 작은 문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면 매일 거기서 듣고 있었잖아요.”

알고 보니 요 며칠 동안 배인호는 계속 작은 문 쪽에 앉아 로아와 승현이가 장난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나는 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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