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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가 이혼에 동의했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침대 곁에 서 있었다. 불빛 아래 차갑지만, 잘생긴 얼굴로 그는 나를 조용히 쳐다봤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대답했다.

“몰라.”

“하하하...”

멈칫한 내가 실성한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게 느껴졌다. 숨도 가빠지는 것 같았다.

너무 웃픈 일이다. 나는 너무 웃어서 삐져나온 눈물을 닦고는 그를 올려다봤다.

“이런 대답일 줄은 몰랐어요. 추종자, 좋아하면 자존심도 마다하는 여자, 명의상 와이프, 정략결혼의 도구, 이렇게 많은 신분 중에 단 한 가지도 생각나지 않았단 말이죠?”

“인호 씨는 너무 이기적이에요.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제 보내 줘요. 그리고 진짜 사랑하는 여자를 쫓아다녀요. 인호 씨 지금 지위랑 신분이면 우리 집 지원이 빠진다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을 10년이나 사랑했어요. 한 사람 인생에 1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요? 그리고 여자는 지금이 제일 꽃다운 나이에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10년이라는 청춘을 당신한테 투자했는데 볼품 있게 떠나게 해줘요!”

나는 말할수록 점점 감정에 북받쳤다. 환생 후 계속 나 자신을 억제하면서 살았고 해탈하려고 애썼다. 희망이 없는 결혼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바랐고 더 이상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점점 걷잡을 수 없었고 나 자신이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나는 침대 옆에 놓아둔 책 한 권을 들어 배인호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 그는 피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화를 간신히 참아 내는 것 같았다.

나는 베개를 들어 침대에 서서 힘껏 그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못된 사람! 천벌 받을 거예요! 요 며칠 서중석 때문에 신경 많이 썼죠? 나는 당신 집에 삼사일 던져두고! 데리러 올 생각은 해봤어요? 그렇게 서란이 좋으면 내 시간 낭비하지 말았어야죠! 이혼해요!! 이혼할 거예요!!”

욕쟁이 아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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