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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당신 맘속에 난 뭐예요

‘네’

나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위치를 보내 주었다.

십 분 뒤 까만색 벤츠 한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

이우범은 물질적으로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의사다 보니 출퇴근할 때 차가 너무 눈에 띄어도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우범쯤 되면 자전거를 타도 여자들이 좋아 죽을 것이다.

“타요.”

이우범이 차창을 내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어디 가요?”

약간 궁금해졌다.

“청담동으로, 비비 데리러.”

‘역시. 냥집사는 냥이 없이 못 살지.’

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조수석에 탔다. 이우범이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안전벨트.”

나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했다.

눈길이라 차들이 속도를 못 내고 있었다. 가는 길에 나는 창밖의 풍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아까 봤던 배인호와 서란이 자꾸 떠올랐다. 절반쯤 갔을 때 이우범이 먼저 침묵을 깼다.

“서란 쪽에서 병실 바꿔 달라고 했어요.”

“아, 알겠어요.”

지금은 배인호와 서란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서중석 수술 내가 집도할 거예요.”

이우범이 스파이를 했으면 엘리트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이우범에게 돈을 이체했다. 화면에 뜬 문자를 보고 이우범이 난해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뜻이죠?”

나는 일부러 사악한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이 선생님, 서중석 집도할 때 대충해요. 성공 시 따로 더 넣을 테니까.”

마침 빨간불이라 차가 멈췄고 이우범은 재빨리 내가 이체한 돈을 돌려줬다. 그러고는 얼굴을 굳힌 채 꾸짖었다.

“막장 드라마 그만 봐요. 맨날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런 아이디어가 왜 막장 드라마에서 왔다고 생각해요?”

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면요?”

이우범의 눈빛은 바보를 보는 눈빛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청담동에 도착했고 비비는 주인을 보고는 쪼르르 달려와 이우범의 품에 안겨 애교를 마구마구 떨었다. 머리를 비비적거렸고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야옹 소리가 거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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