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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눈밭 속의 그들

정아도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하던 차였다. 매일 먹고 마시고 자기만 하니 머리가 둔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내 말을 듣고는 바로 조수연의 임신 여부 조사는 자신한테 맡기라고 했다.

“그래. 나도 요 며칠 계속 조수연 조사해 볼 거야. 돌파구를 찾아서 사진 가져와야지.”

나는 감격스러움에 정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정아야, 고마워!”

“우리 사이에 고맙긴. 가자. 오늘 일단은 아주머니 병문안부터 같이 가자.”

정아가 잽싸게 외투를 챙기더니 나를 끌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정아는 특별히 영양제까지 사서 챙겨 갔다.

서중석의 병실을 지나치는데 서란이 안에 있는 게 보였다. 몸매를 잘 드러내는 하늘색 패딩은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분위기는 여전히 청순하고 어여뻤다.

정아도 만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옆모습만으로 서란을 알아보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어머, 세컨드 아니야?”

정아는 서란의 본성이 어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유부남이랑 놀아났으면 세컨드였다.

서란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어렴풋이 웃어 보이더니 병실로 들어갔다.

서란은 아까부터 엄마의 병실을 보고 있었다.

‘배인호가 온 건가?’

“잠깐만, 할 말 있어.”

나는 정아를 끌고 복도 한편으로 갔고 최근에 발생한 일들을 간단하게 말해주고는 당부했다.

“날 돕겠다고 나서지 마. 난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었고 상관없어. 그냥 배인호가 언젠가 나랑 이혼해 주면 돼.”

정아의 입술이 점점 켜졌고 눈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내 말을 모두 이해한 듯했고 말투에도 흥분과 존중이 묻어났다.

“지영아, 그러니까 지금 배인호가 이혼 안 해준다는 거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박, 잘됐네! 뭔가 네가 되게 태연하다 했어!”

정아가 복권에라도 당첨된 양 즐거워했다.

갓 환생했을 때 난 이미 친구들에게 말했다. 배인호와 이혼할 거라고.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전처럼 내가 매달리는 상황이었다면 무조건 배인호가 이혼하자고 했을 테고 난 죽어도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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