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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배인호를 오해하다 

그의 과분한 관심에 놀란 나는 입을 열었다.

“저 혼자서도 물 부어 마실 수 있어요.”

조금 전까지 온화하던 그의 말투는 순식간에 차갑고 시크하게 변했다.

“다쳤으면 그냥 누워나 있지 왜 센 척이야?”

그냥 물 하나 부을 수 있다는 게 왜 센 척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컵을 받아 들고 말없이 물을 마시며, 속으로는 배인호처럼 시크하고 차가운 남자의 부드러운 섬세함은, 그가 좋아하는 여자만 누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서란은 앞으로 배인호의 그 차가움 뒤에 숨겨진 따뜻함을 매일 누릴 수 있는 행운의 여자겠네?

“허겸은 어떻게 됐어요?”

나는 물을 마시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지금 경찰서에 수금돼 있어. 절차 다 밟으면 아마 형을 선고받을 건데, 무기징역은 피할 수 없을 거야.”

담담하게 말하던 배인호는 갑자기 대화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엄기준, 그 사람은 너 납치 계획까지 다 불었어.”

“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배인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뭐가 다행인 건데?”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쁜 사람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다는데 그럼 다행인 거지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배인호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남자라 생각했다.

그는 계속해 말했다.

“술집에서 낯선 남자한테 연락처를 줘서 다행이라는 거야, 아니면 그 사람이랑 영화 보고 고기 먹으러 가게 된 게 다행이라는 거야?”

“…”

나는 말문이 막혔다. 만약 내가 복수심을 품지 않고, 다른 사람 일에 신경을 껐다면 엄기준과도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

배인호는 이어서 물었다.

“왜 말이 없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

“인호 씨 지금 질투하는 건가요?”

나는 강한 질투의 냄새를 맡았지만, 그가 왜 질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날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각자 즐길 거 즐기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그의 친구만 아니면 된다고 3계명처럼 항상 말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되물은 질문에 배인호는 당황스러운 듯 갑자기 일어서서 차갑게 말했다.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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